보수의 미래와 미래통합당

-무엇을 할 것인가-

김대호 승인 2020.07.09 12:55 | 최종 수정 2020.07.14 14:12 의견 0

3. 보수의 미래와 미래통합당

 


1)미래통합당 당세와 당원구조

나무위키에 따르면(2020. 6.11 현재)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당세는 다음과 같다. 

 

미래통합당이든 더불어민주당은 정당에 가입만 하면 일반당원 자격이 주어진다. 당비 1,000원 이상을 3개월 이상 납부(자동이체)한 당원을 미래통합당은 책임당원이라 부르고, 더불어민주당은 6개월 이상 납부(자동이체)한 당원을 권리당원이라 부른다. 정의당은 일반당원 제도가 없고, 모든 당원은 월1만원 이상의 당비를 내야 한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정의당 당원수는 52,000명(2019.10.1 기준), 당비납부 당원수는 30,213명(2019.7.13기준)이며, 당비 수입은 40억 5900만원(2017년 기준), 2010년 1/4분기 국고보조금은 7억3710만원이다. 지역구 후보나 당권, 대권 주자 선거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책임당원 숫자는 김종인의 미래한국인터뷰(2020.5.30)에 따르면 30만명인데, 실제는 그 보다 훨씬 적다는 것(대략 10만명 내외)이 정설이다. 더불어민주당은 권리당원 숫자를 103만명이라고 하는데, 2018.8.25 전당대회 당시 발표한 권리당원은 총 710,799명이고, 실제 ARS투표에 참가한 당원은  246,496명(투표율: 34.68%)이었다. 미래통합당(실제로는 자유한국당)의 당비 수입은 더불어민주당 수입(385억)이 맞다면, 아무리 많이 잡아도 154억 정도다. 실제로는 그 보다 훨씬 작다고 보아야 한다.    

유의미한 당원 수(당대표 선거 투표자)는 전당대회를 통해 유추할 수 있다. 2018. 8.25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경선규칙은 당대표, 최고의원 모두 대의원 투표 45%, 권리당원 ARS 투표 40%, 일반국민 여론조사 10%, 일반당원 여론조사 5%를 합산 집계 하였는데, 전국대의원 투표의 경우 총선거인수: 15,745명, 유효투표자수: 11,832명, 투표율: 75.15%이고, 권리당원 투표는 총선거인수: 710,799명, 유효투표자수: 246,496명, 투표율: 34.68%(ARS)이었다. 그 결과는 아래와 같다.

 

<2018.8.25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결과>

기호  성명  전국대의원 투표(%)   권리당원 투표(%)  국민여론조사(%)  당원여론조사(%)  총득표율(%)
1    송영길    31.96    28.67    30.61    36.3    30.73
2    김진표    27.48    25.54    25.37    25.5    26.39
3    이해찬    40.57    45.79    44.03    38.2    42.88

 

2019.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당 대표·최고위원 선거)에서는 대의원과 책임당원, 일반당원으로 구성된 선거인단의 모바일 투표 및 현장 투표(70%)와 일반 국민 대상 여론조사(30%) 결과를 합산하는 방식으로 치러졌다. 총 선거인단: 378,067명, 당대표 유효투표자수: 96,103명(투표율25.4%)이었다. 모바일 사전투표의 투표율(2.23)은 20.57%이었고, 현장투표를 합산한 결과 선거인단 투표율은 24.6%를 기록하였다. 

 

<2019.2.27 자유한국당 전당대회 결과>
기호    성명    선거인단 투표(70%)    국민 여론조사(30%)     총 득표율    순위
1    황교안    55.3% (53,185표)    37.7% (15,527표)    50.1% (68,713표)    1위
2    오세훈    22.9% (21,963표)    50.2% (20,689표)    31.0% (42,653표)    2위
3    김진태    21.8% (20,995표)    12.1% (4,969표)    18.9% (25,924표)      3위

 

당비가 1000원에 불과한 것은, 국고보조금과 소수가 내는 거액 당비가 있기에 당원(책임 당원이라 할지라도)의 재정적 기여가 별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문병호 미래통합당 영등포갑 후보이자, 전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정당의 국고보조금 활용범위를 명시한 정치자금법 제28조에 대해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하였는데, 그 이유는 제28조가 “결사의 자유, 정당활동의 자유와 참정권‧국민주권을 침해한다” 면서 “인건비, 사무운영비, 정책개발비, 조직활동비 등 항목에 대해 국가가 정당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하도록 범위를 정하고 있는데, 이 범위가 너무 포괄적이어서 보조금이 남용되고” 있다고 하였다.  

 

 “(선거가 없는 해인 2019년 기준) 연간 민주당과 한국당이 약140억 원, 바른미래당이 약100억 원을 지급받는다. 이들의 예산 규모를 보면 정당의 국고보조금이 더 이상 ‘보조금’이 아니고, 배보다 배꼽이 크다” “국고보조금이 정당의 주된 수입원이 됐다. 정당이 정부 산하기관이나 관변단체에 불과하다” “국고보조금으로 충당할 수 있는 비용항목 및 충당 정도에 관해 적절한 한계가 설정돼야 한다”


 
통합당이나 민주당이나 당원이 자신의 의사와 요구를 조금이라도 반영하는 통로는 사실상 전당대회 뿐이다.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등 공직후보 선출 과정에서도 당원이 자신의 의사와 요구를 반영할 수 있는 통로는 별로 없다. 물론 21대 국회의원 후보 선정 과정에서 경선을 도입한 더불어민주당이 조금은 낫다. 아무튼 당원의 대부분은 가치와 이념에 동의해서가 아니라, 공직 후보자가 되고 싶어 하는 사람의 부탁을 받고, ‘당원을 해 주는’ 사람이 대부분이라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다. 당비가 월 1천원에 불과한 것은 그 때문이다.   
 

2)당선자 면모와 취약한 리더십
미래통합당의 총 84명의 지역구 당선자 중 초선은 40명이고, 미래한국당의 총 19명의 비례대표 당선자 중 초선은 18명(정운천 의원 제외)으로, 현재 미래통합당 의원 103명 중 58명(56.3%)이 초선이다. 당선자 숫자와 지역 분포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른바 정치근육이 좋은 미래 리더십의 부재다. 초선이라 할지라도 정치근육 이 튼실한 용이나 호랑이과 정치인, 예컨대 김종인에게 밀리지 않는 당대표급, 대선후보급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미래통합당 당선자 84명 중에는 별로 없다는 것이 정설이다. 정책에 조예가 깊은 새로운 인물은 대체로 특정 분야 전문가들이나 직능 단체 대표들이다. 초선이든 재선 이상이든 대한민국과 미래통합당의 총 노선(비전과 전략)과 당의 정무적 행보(처신)를 향도할 지도자급의 부재는 당선자 84명으로 하여금 김종인 비대위 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판단을 하도록 몰아갔다. 게다가 민주당처럼 동지적 유대로 전선을 돌파해 본 적이 없기에 동지적 유대 의식은 거의 없다. 김종인 비대위는 84명 당선자들의 안목, 패기, 조직문화, 정치적 판단의 총화이다. 

**정치근육이란 사회역사적 통찰력, 학습능력, 성찰능력, 균형감각, 책임•소명의식(과대망상, 자아도취), 굳센 권력의지, 열정, 대중 친화력과 설득력(복잡한 것은 단순화하는 능력), 타이밍선택, 신언서판, 권력의 칼을 휘둘러 낭자한 피에 대한 둔감(잔학함) 등이다. 50세까지 전문가로 산 분들에게는 대체로 정치근육은 없다고 보아야 한다.   

 

미래통합당 당선자 84명 대부분이 공천 전쟁이 본선이나 마찬가지인 좋은 표밭 출신이라는 것은 당과 국가를 이끌 리더십 성장에 적신호가 들어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선거가 다가오면 생사여탈권을 쥔 공천권자(당대표나 공관위 등)의 눈이나 경선룰을 먼저 살피게 되어 있다.  민주당이나 통합당이나 사적 연고에 크게 휘둘리지 않는,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당원이 많지 않기에, 지역구민을 대상으로 한 응답률이 낮은 여론조사(비록 국민경선이라 할지라도)가 경선 승패를 가르기 마련이다. 따라서 4년 내내 여론조사에 응답할 일부 지역구민들의 환심을 사고, 최대한 이들을 조직하기 위해 노심초사 하게 되어있다. 눈이 대한민국과 민심의 바다를 향해 열리기 쉽지 않다고 보아야 한다. 

 

부산, 경남 지역 출신 전현직 의원(김형오, 김세연, 박완수)이 중심이 된 공관위의 공천 행태가 이를 입증한다. 단적으로 공천을 통해 미래통합당이 어필하고자하는 가치, 정신, 프레임을 전혀 부각시키지 못하였다. 호남 관련 선거전략도 없었고, 시대착오 586청산과 노동•공공 개혁 메시지도, 탈원전 정책 전환 메시지도 제대로 내지 못했고, 유능한 경제(정책)당 이미지도, 청년과 미래세대에게 기회와 희망이 있는 세상을 책임지는 당이라는 이미지도 제대로 만들지 못하였다. 비유하자면 2020년 미래통합당 공관위는 항공기, 전차, 항공모함, 레이더 등이 총동원된 전격전 전략이 자주 구사되는 2차대전을 1차대전 개념(참호 구축 후 한뼘 한뼘 땅 점령하기 전투)으로 치른 격이라고 할 수있다. 이는 미래통합당 공관위, 선대위 핵심 인사들의 전국선거, 특히 수도권 선거 경험의 부재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상식적으로 개별 지역구에서 제 아무리 각개전투 능력이 뛰어나다 해도 정당 지지율(득표율)이 오르지 않는 한 당선이 무망한 지역(대체로 서울, 경기, 인천의 대부분과 호남)은 당의 매력, 민심의 바다와 시대정신, 국가적 아젠다(국가비전과 전략) 등을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을 수없다. 비록 낡긴 했지만 국가적 아젠다를 하나(경제민주화)라도 가진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한 것은 이런 고민의 소산일 것이다. 하지만 당선자 대부분이 이런 고민을 치열하게 하지 않았기에, 김종인의 아젠다가 얼마나 철지난 것인지, 컨텐츠가 얼마나 허접한지, 리더십이 얼마나 민주주의와 거리가 먼 지를 절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3)김종인 비대위를 만든 미래통합당 초선들의 안목과 심리
미래통합당 지역구 당선자 84명의 토론과 투표로 김종인을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하였다. 이 과정에서 김종인의 요구대로 당헌당규를 개정하여 2021년 4월 7일 재보선의 공천권까지 위임하다시피 하였다.  84명의 당선자들의 다수(대략 2/3)가 김종인 비대위에 초선의원들 다수가 찬성표를 던진 이유는 당헌당규대로 조기 전당대회를 했을 때 계파 싸움(분열과 추문) 재연이 우려되었고,  비대위원장직을 수락할 만한 역량있는 인사가 거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인사는 미래통합당을 이끌만한 경험과 실력(컨텐츠와 정치근육 등)이 있으면서도 자신의 계파를 만들거나, 자신이 당권, 대권 주자가 되려고 하지 않는 사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낙선한 김병준, 장기표, 오세훈 등이 배제되고, 널리 알려져 있지 않는 젊은 정치인이나 신망있는 재야 보수 원로도 배제 되고, 윤증현, 안대희, 김황식, 정의화 등도 배제되었다. 결국 경험과 실력(컨텐츠, 거침없는 과감성, 강단), 명망과 권위(명문가출신 5선 의원)는 있으되 정치적 욕심(자기 계파 형성 의지)은 없어 뵈고, 얼마 안있다 떠날 사람처럼 보이는 김종인 외에 대안이 없다는데 다수의 의견이 모였던 것이다. 김종인을 모시기 위해서는, 그의 요구대로 적절한 인센티브(2021.4월까지 임기 보장)를 주자는데까지 이르렀다.  

 

공론화 되지는 않았지만, 김종인의 정치적 행보와 태도가 중도외연 확장---혹은 아스팔트 우파나 태극기/반탄세력과 거리두기-- 전략에 부합된다는 판단도 널리 공유된 것처럼 보인다. 우리공화당이나 기독자유통일당 등의 저조한 득표율로 인해, 미래통합당이 마음놓고 좌클릭(민주당의 가치, 정책 수용)을 해도 ‘우파 정의당’(지지율 10% 내외)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판단도 주효했을 것이다. 사실 정의당은 공유하는 철학, 가치, 이권집단(노조)이 뚜렷하다. 이는 구 사회주의, 사민주의에 젖줄을 대고 있다. 나름 학생운동, 노동운동, 시민운동, 사상운동의 역사를 가지고 있지만, 공동체 전체와 미래에 대한 책임성은 없다. 하지만 우리공화당과 기독자유통일당 등은 우파정의당이 될만한 사상, 운동, 대중조직을 갖고 있지 않고, 앞으로 쉽지 않을 것이다. 

 

그 외에도 김종인 비대위를 만든 것은 중진 의원들이나 새보수당/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의 경우, 조기 전대를 치를 때 유력한 당권주자(친박, 반탄세력 내지 친아스팔트 우파 세력)를 견제 할수 있고, 더나아가 내년에 전당대회를 치르면 자신이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다는 정략적 판단도 깔려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미래통합당은 선거평가에 기초한 참패 원인 규명, 책임 추궁, 당의 향후 노선과 리더십 논쟁을 하지 않았다. 총괄선대위원장이었던 김종인은 공천 추태의 책임은 없지만, 선거 프레임 설정과 막판 현금살포와  이른바 막말(?) 대응 등 선거전략전술 관련해서 결코 작지않은 실수를 하였지만 유야무야 넘어 갔다. 또한 84명의 당선인들은 사실상 한 배를 타야 할 4명의 무소속 당선자와 19명의 미래한국당 당선자들과 역량있는 험지 출마 낙선자와 수많은 낙천자들과 대의원 또는 책임당원들과도 지도체제 문제를 아예 같이 논의하려고 하지 않았다. 이는 정치의 기본 상식에 위배되는 것이요, 지지층의 상식과 정서에도 위배되는 것이다. 양당, 양강이 다투는 선거제도 하에서 패배한 측은 무조건 중도외연확장 전략을 취하기 마련인데, 무엇이 중도외연확장인지, 이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는 깊은 숙의가 필요한 사항인데 이를 김종인으로 상징되는 인물을 내세워 해결하려 하였다. 

당헌당규대로 8월 전당대회가 아니라 김종인 비대위로 달려간 것은 당대표에 대한 과도한 권력 집중=견제 장치 취약의 산물이기도 하다. 이명박, 박근혜 시대부터 계속 확인된 동지적 연대의식과 공화주의적 조직문화의 부재(당권파에 의한 학살, 배제의 일상화)와도 관련이 깊다. 당선자들이 낙선낙천자와 당원과 지지층을 거의 의식하지 않는 것은 당이 당원의 당비와 참여를 별로 필요로 하지 않기 때문이다. (선거직후는 당원 배가 운동을 할 절호의 기회인데 날려버렸다) 지역 차원에서 일상활동을 전혀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한국 보수가 김종인 만한 리더 조차 키워내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미래통합당 다수 중진들의 정치적 책략(유력 당권 주자에 대한 견제)과 초선들의 비정치적 사고(카리스마있는 지도자 의존 심리 등)의 결합이다. 정치적 사고의 핵심은 지지층과 국민의 상식에 부응하고, 더나아가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것인데, 다수 초선들은 전당대회가 동반할 분란을 과도하게 두려워하고, 전대가 요구하는 전당적 참여가 가져올 큰 이익을 간과하였다. 스스로 일어나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보다는 카리스마적 권위에 의존하려 하였다는 얘기다. 낙선낙천자와 책임당원들과 한 배를 탔다는 의식이 없었다. 또한 중도외연확장에 대한 일면적으로 이해하였다. 김종인에 대해서는 과도한 기대와 신뢰를, 보수와 미래통합당에 대해서는 과도한 비관과 불신을 드러내었다.  그러므로 미래통합당 84명의 당선인이 표결로 결정한 김종인 비대위는 미래통합당에 대한 높은 비호감도 문제를 개선 하기는커녕 악화시킬 가능성이 높다. 기본적으로 제대로 된 선거평가를 거치지도 않았고, 선공후사 정신의 발로도 아니기 때문이다. 김종인 비대위는 그 많은 악덕에도 불구하고 보수 5당에 투표한 44% 가량의 지지층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하고, 정당 운영의 상식과 정의(민주주의)를 무시하고, 정통/상식 보수와 절연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는 질 수 없는 싸움을 지게 만드는 익숙한 실패 트랙에 발을 들여놨다고 보아야 한다. 

 

4)미래통합당의 견고함과 허술함
미래통합당과 더불어민주당의 견고함은 기본적으로 양당에 의한 정치독과점을 초래하는 선거제도및 정당제도와 국고보조금(정치자금)제도에서 나온다. 양대 정당은 선출직이나 정무직 공직에 진출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통로이자, 직업 정치를 하면서 생계를 해결할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은 노동조합과 시민단체라는 수단이 있었고, 중앙권력과 지방권력 장악 이후 이 수단은 훨씬 다양해졌다. 원래 제도에 의한 정치독과점을 누리다가 (더불어민주당 집권 이후에는) 반대 독점체가 되었기에  정당의 기본과 원칙을 결여한 부분이 많다. 

일반적으로 정당은 가치와 이념을 공유하며, 선거에 참여하여 권력(공직)을 획득하고, 이후 국가 및 지자체 경영을 목표로 하는 결사로 정의된다. 그런데 한국의 양대 정당은 기본적으로 공유하는 가치, 이념과 국가 및 지자체 경영 방략및 노하우가 매우 부실하다. 물론 중앙권력과 지방권력을 놓쳐버린 미래통합당이 보다 심하다. 정당이 아니라 사람(대통령과 캠프)이 집권의 주체가 되는 대통령중심제는 정당을 부실하게 만드는 큰 이유 중의 하나이다. 미래통합당은 제도라는 강철관에 의해 지지되는 푸석푸석한 흙덩이(정당의 기본을 갖추지 못한 정치조직)이다. 제도를 보지 않고, 푸석한 흙만 보면 하루 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는 정치조직으로 보인다. 
거칠게 말하면 한국의 양대 정당은 국가 및 지자체 경영 노하우에 관한한 깡통이다. 출마자(의향자) 카르텔이다. 공동 사업도 거의 없고, 동지의식(동업자 의식)도 별로 없는 소상인 연합체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절에는 민주당이 그랬고, 지금은 한국당/통합당이 그렇다. 아니 훨씬 심하다. 
미래통합당 전현직 의원들과 낙선 낙선자 등 당의 핵심들은 천하(객관적 현실)를 관조하면서, 천문(시대의 흐름), 지리, 지형을 살펴, 길을 찾고, 시간과 주체역량을 타산하는 멘탈이 취약하다. 대체로 보수는 이래야 한다는 당위에 자신을 맞추려고 하고, 권위있는 사람을 쫓아가려 한다. 뿐만 아니라 위기의식, 소명의식이 부실하고, 지적, 이념적 자부심도 취약하고, 엘리트주의(대중무시)는 상대적으로 더 심하고, 광장이나 아스팔트 투쟁을 매우 불편하게 생각한다. 태생이 운동이 아니라, 상속자이거나 시험을 통해 진출한 공직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말과 행동의 품격은 의외로 중시한다.
그렇기에 미래통합당은 문정부와 거대 여당의 폭주를 제대로 견제할 수가 없다. 21대 국회에서도 장외 투쟁은 필연인데, 미래통합당은 아스팔트/광장 세력을 폄훼하면서, 장외 투쟁에 필요한 동원력을 많이 상실하였다. 너무 늙고 낡았지만 독선과 독단이 심한 김종인도 시간이 가면서 그 리더십이 약화될 수 밖에 없다.


4. 무엇을 할 것인가?
한국 정치는 말할 것도 없고, 한국 사회를 소모적인 갈등으로 몰아가는 것은 과도할 뿐 아니라 방향을 제대로 찾지 못한 분노와 증오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내부 권력 투쟁에 몰입하기 때문인데, 기본적으로 3면이 바다로서 안보 위협이 없는 한반도 정치체의 특성과 독과점 정당체제와 관련이 깊다. 미래통합당에 대한 분노와 증오 역시 과도할 수가 있다. 미래통합당의 한계와 가능성을 냉철하게 직시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1)보수의 간판 가치
한국 보수가 자신의 정체성을 표현할 때 즐겨 사용하는 단어는 보수, 자유, 우파, 애국, (자유)통일, 시장(경제)이고, 진보는 민주, 진보, 개혁, 노동, 연대, 평등, 평화, 복지, 정의 등이다. 공정, 자치, 분권은 어느 한 쪽이 전유하지는 않고 있다. 
전반적으로 진보가 사용하는 단어는 피부에 와 닿는 단어가 많다. 이 단어와 연결된 사회적 기억이 있거나(민주=민주화 투쟁, 정의=적폐청산 또는 억울한 희생자 신원), 사회적 실체나 세력이 있거나(노동, 연대), 가치가 피부에 와 닿는다(복지, 평화) 
한편 1987년 이후 30년 간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여 합의한 가치는 변화, 개혁, 민주, 발전이었는데, 진보는 민주와 개혁을 자기 것으로 만들고, 변화와 진보를 등치시켰다. 하지만 보수는 변화나 개혁에 소극적이거나 거부하는 것(수구 기득권)처럼 비치고 있다. 
자유는 반공=적화통일 반대=애국 혹은 북한 해방(자유화)과 동의어처럼 쓰이고 있다. 자유를 위해 수백수천만이 피흘리고 이별한 6.25는 너무 먼 과거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자유, 자조, 자치, 자위, 자율을 실감할 수 있는 사적 자치 영역(마을자치, 지방자치, 교회, 협회 등 공동체 자치 등)이 너무 협소하다. 그렇기 때문에 자유는 피부로 체감하기 힘든 가치다. 하지만 촘촘하고 경직된 국가규제와 너무 많은 국가형벌에 질식할 것 같다고 느끼는 기업(인)들은 자유(규제완화 또는 합리화)와 사법의 현실•실물(상공인) 이해•존중을 절실히 요구하고 있지만, 정치적 호소력은 없다.  
노태우 정부때까지는 보수는 안정, 기강, 질서=준법이라는 가치를 전유하고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까지만 해도 (국가경영)실력=유능도 전유하고 있었다. 지금은 거의 유실 또는 훼손되었지만…..한편 문재인정부 들어, 자칭 진보, 민주, 노동, 양극화해소-재벌개혁의 기치로 건국-산업화-민주화로 집약되는 대한민국의 기적을 만든 가치들이 무참히 파괴되고 있지만, 보수는 공동체 전체에 대한 책임과 지속가능성이라는 가치를 전유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30~40년 동안 진보는 변화와 개혁 지향 이미지와 민주적이고 도덕적이고, (남북)화해협력=평화지향적이고, 약자편, 빈자편, 노동편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3~4년 동안 급속히 독선, 위선, 무능, 무책임, 상위 20% 기득권(노조와 공공부문 종사자)편, 친중/친북=반미/반일, 과거지향, 우물안개구리 이미지를 강화하고 있다. 그런데 그 철학, 가치, 지지층의 성격상 쉽게 반전될 성질이 아니다. 반면에 보수는 어감대로 변화와 개혁 거부=수구, 부자/강자/기득권/기업/재벌편, 부도덕(친일독재 후예), 반북대결(냉전), 반민주=친권위주의 이미지를 갖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3~4년 동안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 제도, 문화가 무차별 파괴되고, 청년과 미래세대의 기회가 질식되고, 문정부의 포퓰리즘 정책이 떠넘긴 부담(일자리, 연금, 재정 등)이 급증하면서 보수에 대한 편견, 혐오, 분노가 약화되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기대와 애정으로 변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감이 나쁜 보수라는 말을 폐기하지 않고도, 보수의 내용(정체성)을 바꿔서 국민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메트릭스 리서치의 총선 사후 분석에 따르면, 자신의 이념성향을 보수라고 한 사람은 25.8%, 중도 37.2%, 진보 27.9%다. 

보수라는 말의 어감을 감안하면 보수와 진보가 백중세라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따라서 보수, 자유, 우파라는 말을 금기시하여, 즉 문화, 상징 투쟁을 통해 얻을 정치적 이익은 별로 없다고 보아야 한다. 자칫 갑오경장 직후 단발령이 범한 우를 재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소중한 가치와 제도를 지키는 정치세력, 진짜 변화와 개혁을 추구하며, 해양문명과 연대하며, 도덕과 약자와 빈자와 노동과 (지속가능한) 미래를 중시하는 책임있고 유능한 정치세력으로 보수의 어감과 이미지를 리모델링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중한 것들이 무참히 파괴되는 시대는 보수라는 단어는 버릴 것이 아니라, 재발견, 재창조, 재해석, 재포장하는 것이 좋다. 보수는 책임, 원칙(법치), 질서, 공정, 유능, 지속가능성, 선공후사, 진정한 약자편이자, 반포퓰리즘, 반아마츄어리즘이 연상되도록 해야 한다. 야만적인 법제도적 폭력과 위선이 넘쳐나는 시대에, 상속 부자와 공직시험 승자들이 많은 당에서 ‘품격’을 앞세우는 것은 너무나 귀족스럽다. 조선로동당을 좌파 정당으로 부르면, 서구 좌파 정당이 손사래를 치듯이, 문정부와 민주당을 좌파정부, 좌파정당으로 부르면 이들을 오히려 예쁘게 포장해 주는 것이다. 좌파와 우파로 편가르는 것도 그리 현명한 전략은 아니다. 

 

2)2022년 대선, 지선 전망
2024년 총선은 2020년 국회의원 선거제도로 치러지지 않을 것이다. 아니 1988년과 2004년에 만들어진 국회의원 선거제도(소선거구제도 상대다수득표제와 정당득표제도)도 바뀔 것이 거의 확실하다. 민주당이 불리해지면, 이른바 승자독식제도 역시 크게 바뀌게 되어 있다. 개헌 사항인 대통령제와 대통령선거제도 역시 바뀔 가능성이 많다. 이는 김종인의 간절한 바램이자, 김무성 등 미래통합당 상당수 의원들의 바램이기도 하다. 그래서 보수 국민들이 우려하는 국체 부정적 성격의 개헌안만 아니라면, 국회는 물론이고 국민투표를 통과할 가능성도 높다.  

현행 대통령 및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제도를 유지한다면, 2022년 대선과 지선 전망은 매우 밝다. 정당 득표율의 기본 구도는 44%(보수) 대 52%(진보) 이지만, 보수는 현재가 바닥(투표율, swing voter의 비호감 등)인 징후가 많은데 반해, 진보는 그 성과에 비해 거품이 매우 심하고, 무차별 현금 살포를 가능하게 해 준 코로나 사태는 재연되기 어렵고, 정의당이라는 분열 요인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동안 문정부와 민주당이 펼쳤던 시대착오적인 가치와 정책의 패악이 집중적으로 터져나오게 되어 있다. 이를 국가부채, 현금살포, 언론 공작으로 미봉하려 하겠지만, 일자리 문제(기업의 국내투자와 고용 기피)와 세수 문제와 방만하고 약탈적인 공공부문과 조직노동 문제를 해결할 수가 없다. 조국, 윤미향이 극명하게 보여준 부정과 위선도 곳곳에서 터질 수밖에 없다. 물론 더불어민주당 지지율을 떠받치는 4대 지주는 호남과 성안 사람(공공부문, 화이트칼라 등 괜찮은 직장 소유자)들의 특수이익추구 투표 성향과 여성과 3040세대의 감성(혐오) 투표 성향이기에 간단히 허물어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모순부조리의 정곡을 찌르고, 감동과 기대를 주는 담대한 비전과 영혼(소명, 비전, 기백, 공심)이 살아있는 정당의 매력을 제고하면, 아니 만들어내면 얼마든지 허물 수 있다. 

 

2022년에도 여전히 구도>인물>정책이 승패를 좌우한다고 보아야 한다. 대선은 총선에 비해 인물 요소가 상대적으로 더 강력한 변수가 되긴하지만, 정면 충돌하는 가치와 정책으로 미루어 볼 때, 인물 보다는 구도=정당이 더 큰 위력을 발휘하게 되어 있다. 정당의 매력이 강화되면 인물이 다소 약해도 충분히 상쇄할 수 있다. 한마디로 보수가 ‘웬만만 하면’ 중도적 표심이나 부동층은 보수의 손을 들어주게 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보수 진영은 2016 총선과 2020년 총선 참패의 결정적인 원인인 상황(승리)에 대한 낙관이 사라졌다. 사실 이것이 가장 큰 정치적, 심리적 자산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박근혜, 황교안이 보여주었듯이 대권, 당권 주자들(주호영, 김종인, 홍준표 등)의 선사후공 술책이 만들어낼 상상을 초월하는 추태, 꼼수, 균열, 갈등이다.

 

3)줄탁동기(啐啄同機)
지금 보수와 미래통합당이 필요한 것은 대한민국의 위기 내지 모순부조리에 대한 다각적인 분석을 토대로 보수는 무엇이며(정체성), 무엇을 해야 하는지(정련되고 숙성된 정강정책)를 정립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민주, 진보, 노동, 도덕을 앞세우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비난하는 그 많은 악덕에도 불구하고 왜 무려 유권자의 44%가 보수 5당을 지지하는지, 반대로 보수, 자유, 우파를 앞세우는 미래통합당이 비난하는 그 많은 악덕에도 불구하고 왜 무려 유권자의 52%가 진보 5당을 지지하는지? 도대체 무엇이 좋아서(호감) 혹은 싫어서(비호감) 혹은 필요해서(이익) 미래통합당이나 민주당을 지지하거나 반대하는지를 규명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무엇과 단절할지, 무엇을 강화하고 보완할지, 어디로 확장할지에 대한 컨센서스를 도출해야 한다. 기본적으로 y축(매력, 호감, 선공후사 기풍, 정당운영과 국가경영의 기본과 원칙 준수 등)을 강화해야 한다. x축 문제도 현안에 대한 구체적인 응답을 담은 큰 통찰과 잘 다듬어진 강령과 더불어, 최대한 법안과 예산과 인사(shadow cabinet)로까지 펼쳐야 한다.


 
이념은 한국 현실과 현안에 대한 응답의 총화이기에 여전히 절실히 필요하다.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한미동맹 또는 시장, 성장, 경쟁, 힘(국방력)의 우위, 이승만, 박정희 칭송 레토릭으로는 너무 부족하다. 보수, 자유, 우파는 폐기할 수사는 아니지만, 민주, 진보, 노동, 연대, 평화에 비해 그 내용이 모호할 뿐 아니라, 가슴 깊이 파고 들지를 못한다. 그러므로 기회, 책임, 공동체, 질서, 안정, 공정, 활력, 미래 등을 보수의 가치로 만들어야 한다. 공공양반, 조폭 노조, 반일위선과 미래세대를 약탈하고 억압하는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않고, 국가경영의 기본과 원칙 내지 지속가능하고 정의로운 시스템(시장경제, 민주주의, 복지, 재정, 연금 등)을 강건하게 지켜나갈 의지와 능력이 있어 보여야 한다. 이런 이미지(가치, 정책, 행동, 인물 등)가 집토끼와 산토끼들에게 감동과 기대를 주는 관건일 것이다. 

 

미래통합당 밖의 보수 시민사회와 군소정치세력의 정치, 정책 혁신 에너지와 당 안의 정치, 정책 혁신 에너지의 공조, 즉 줄탁동기(啐啄同機)가 그 어느 때 보다 필요하다. 보수와 미래통합당 혁신 논의의 귀결은 호감을 올리고 비호감을 극소화하는 것이다. 이는 극우-우-중도-좌-극좌라는 x축을 오가는 정도로(좌클릭 또는 우클릭), 또 이를 상징하는 간판 인물을 내세우는 정도로 달성할 수가 없다. 

 

4)신강령, 신일상활동, 신정치조직
미래통합당은 정치적으로 동원가능한 10~20만명의 대중이 있고, 이들을 책임당원화 할 수만 있다면 접수할 수 있다. 실제 2012년 당세가 5만을 넘지 못했던 민주당은 손학규가 통합에 응하면서, 친노/백만민란, 한국노총, 시민단체가 대거 합류하여 민주통합당이 되었고, 한명숙이 당대표가 되고, 문성근이 수석최고위원이 되었다. 민주당은 2015년 12월 안철수의 탈당을 계기로 2016년 초에 또다시 대거 입당 러시가 있었다. 이로인해 더불어민주당은 이른바 ‘대깨문’ 세력에 의해 당이 완전히 장악되었다. 

보수 아스팔트/광장 세력은 미래통합당에 대해서도 이런 작업을 할 수가 있다. 그런데 당협위원장들은 대개 5~10만개의 휴대폰 번호가 있는데, 이 70% 이상은 지지자다. 만약 특정한 종교세력, 편향된 이념 세력이 당을 접수하려 하면 이들은 지지자들에게 궐기를 호소할 수 있다. 1개 당협당 5천명만 호응해도 200개 당협에서 100만명을 동원할 수있다. 그런데 이들이 동원되지 않은 것은 끼리끼리만 다투기에 이 싸움을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미래통합당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미래통합당 지지층의 지지와 동의를 받는, 종교나 이익에 편향되지 않는 공적 가치를 공유하는 부대를 당 안팎에서 먼저 조직하고, 참신한 (지역과 전국 단위의) 일상활동을 전개해야 한다. 물론 탄핵 문제 정리도 여전히 필요하고, 종교색 탈피도 필요하다. 상징물이 십자가, 태극기, 성조기, 박근혜 사진이 되어서는 보수의 달라진 모습을 충분히 보여줄 수가 없다. 

보수 아스팔트/광장 세력의 재정비, 재조직이 필요하다. 숙성된 신강령과 신정치행동이 필요하다. 그 형태가 꼭 법정당일 필요가 없다. 보수혁신 정치회의 혹은 연대라도 좋다. 보수판 ‘백만민란’운동이 필요하다. 과거 ‘백만민란’ 처럼 증오심과 독선을 동력으로한 ‘뭉치자 싸우자 이기자’ 식의 정치적 대중운동이 아니라, 지킬 것은 지키고, 기릴 것은 기리는 비전과 혼이 살아있는 정치적 대중운동이 되어야 한다. 보수에 미래가 있고, 대한민국의 희망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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