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SKY캐슬’의 현실을 바꿔가려면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승인 2019.01.11 17:27 의견 0
  -서울대 의대 합격 등 특정 관문만 통과하면 신분이 수직상승하는 대한민국의 갈등구조 -실제 생활이나 경제 현실에 대해 깡통인 시험 하나만 잘 치는 인간이 법관이 되는 현실 -실력에 따라 지위와 연봉이 올라가고 소질과 적성 안맞는 사람은 다른 직업으로 바꿔야     주일 오후. 다니는 교회의 까페에서 교우들 모임에 끼어 차를 마셨는데, ‘SKY캐슬’ 얘기를 많이 하더라. 그게 뭐냐 물었더니 요즘 뜨는 드라마란다. 집에 와서 IPTV로 1편을 봤다. 대충 스토리가 그려졌다. 이 정도면 교우들 대화를 이해할 수는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 본다면 끝편 하나 정도 더 보지 않을까 싶다.   참 한국적인 드라마다. 드라마는 원래 현실(인상)의 전형화, 극단화가 기본이기에 과장이 심하긴 하지만, 그래도 얘기의 뼈대에 해당되는 갈등 구조는 엄연한 현실이다.   드라마 SKY캐슬의 갈등 구조의 골격은 어떤 관문(드라마에서는 서울대 의대 합격)만 통과하면 신분이 수직상승하는 현실(관문통과=졸업=신분의 수직상승), 수능보다는 (학부모와 교사의 농간이 많이 개입되는) 학종 비중이 큰 대입 제도, 학생의 본원적 실력보다는 엄마와 입시 컨설턴트가 합작한 입시전략(무슨 포트폴리오라던가)이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는 현실, 좋은 직업을 대물림하고자 하는 조부모, 부모의 욕망 등이다.   그 동안 IPTV 덕분에 여러나라 영화를 봤는데, 인도 영화는 종교와 계급으로 인한 갈등구조를 깔고 있는 경우가 많다. 프랑스는 비교적 갈등이 온화 내지 사소하고, 영국과 미국은 갈등이 좀 더 심하다. 일본도 갈등이 좀 독특하다. 대체로 오다꾸형 인간이 많이 나왔던 것 같다.   드라마에 비치는 한국의 직장 내 인간(상하)관계는 매우 위계적이고 억압적이다. 요즘말로 갑질이 심하다. 마치 고대나 중세의 계급사회를 보는 느낌이다. 그렇게 해도 될만큼 직장을 때려치기 힘들기 때문일 것이다.   SKY캐슬의 핵심 갈등인 대치동 상류층 엄마들의 치열한, 자식 의대 보내기 경쟁도, 노량진 고시공시 학원가에서 청춘을 썪히는 청년들의 애환도, 해고 철회-원직 복직,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등을 외치며 10년 넘게 투쟁하는 노동자들의 절규도, 하나같이 관문을 통과해서 어떤 자격/면허를 얻으면 안팎 이동성(해고, 퇴출 등)이나 상하 유동성이 없는 현실의 반영이다.이런 갈등은 다른 나라에서 찾아보기 힘든, 그야말로 갈라파고스적인, 한국 특유의 갈등이다.   외국인들이 SKY캐슬과 한국 드라마들을 보면, 한국인들은 참 피곤하고 각박하게 산다고 생각할 것이다. 의대와 명문학교에 대한 선호도는 어디나 있지만, 한국처럼 경쟁이 사생결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직장 상사의 갑질도 어디나 있지만, 한국처럼 인격적 모멸감을 느끼게 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이다. 이는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울분을 삼키기 때문일 것이다.   이젠 여성에 대한 성적 수치심을 자극하면 미투에 걸리니, 많이 줄어들 것이다. 하지만 직장인이나 부하로서 모멸감이나 수치심을 자극하는 것은 전혀 제재받지 않을 것이다. 제재할 수도 없고…   법관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사람들이 긴 변호사 활동을 통해서 변호사 자격증이 운전면허증이나 간호사 면허증 수준이요, 공판 중심주의라면 실력이 확실히 검증이 될 것이다 산전수전 겪으면서 단련되고 숙성된 사람 중에서 법관을 선출하거나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연수원 성적 등으로 법관을 뽑게 되면 바닥 현실이나 실물 경제에 대해서 거의 깡통인, 시험 하나만 잘 치는 인간이 법관이 되기 십상이다.   나는 지금 법원이 내리는 판결에서 이런 냄새를 많이 맡는다. 아무튼 법관으로 임용되면 중도 퇴출 위험도 없이 신분이 수직으로 상승하게면, 법관 되기 (관문통과) 경쟁이 엄청나게 치열할 것이다.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지방선거는 민주당 공천=당선이었고(그러니 권력자의 농간과 협잡과 부정이 얼마나 심했겠나!),그 전에는 대체로 양대 정당의 공천=당선이었다. 공천은 정당의 공천권자가 하니 그 비애와 불안과 원망이 오죽하랴!   한국 사회 갈등의 핵심 뿌리에는 법관, 의사, SKY 학벌처럼 어떤 관문(정치에서는 유력정당의 공천)만 통과하면 신분이 수직 상승하고, 통과 못하면 인간 대접도 못 받는 잔악한 현실이 있다. 설상가상으로 관문 통과 여부도 그 직업 또는 지위가 필요로 하는 본원적인 실력이 아니다.   지금 유력정당 지역위원장을 받았다 하더라도 1년 여 뒤에 어떻게 될지 모르고, 양대 정당 아니면 지역위원장 자체가 별로 의미도 없다. 얼굴에 수심과 불안이 가득하지 않을 수가 없다.   항상 느끼지만 미국이나 유럽에서 공부하는 지인들의 자녀(대학생이나 취업자)들을 보면 얼굴에 구김 내지 찌들림이 별로 없다. 순진무구하게 생겼다. 그런데 한국 청년들의 얼굴에는 엄청난 불안, 불만, 눈치, 비애 등이 보인다. 시원시원하게 생각하고 말하고 사는 청년들을 별로 본 적이 없다.   하기사 여의도 정치판에 뛰어든 사람들은 그 누구도 2020년 후의 자기 위치를 낙관 못한다. 배지 못 달면 대책없는 노인네가 될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손학규, 정동영, 박지원 등. 이해찬도 4월 보선 참패하면 날라갈 것이고, 날라가면 아마 2020년에 뒷방 노인이 될 수밖에 없다. 이런 분들조차 이럴진대, 다른 사람들은 말할 필요도 없다.   사람들이 맑아지고 밝아지고 구김이 없고 찌질/비루하지 않으려면, 미국이나, 유럽처럼 실력에 따라 안팎 이동성과 상하 유동성이 훨씬 높아져야 한다는 얘기다. 그 일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쉽게 잘라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얘기다.   면허증은 운전면허증이나 간호사 면허증처럼 되어야 한다. 이건 최소한의 자격요건만 검증하여 발부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사람을 죽이고 살리는 의사 면허는 그 보다 많이 엄격해야겠지만… 그리고 간호사와 의사 사이에도, 일의 난이도에 따라 다른(추가) 면허가 필요하다.   실력에 따라 지위나 연봉이 한참 위로 올라갈 수도 있고, 퇴출에 퇴출을 거듭하여 소질과 적성이 안맞는 사람은 다른 직업으로 가야 한다.법관이나 의원이나 지자체장 등 치명적인 권한을 행사하는 자리는 그에 걸맞는 장기간의 훈련과 실력 검증 없이, 시험이나 낙하산으로 가는 것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SKY캐슬에 흐르는 갈등과 주요 배우들의 영혼이 하도 찌질하고 비루해서 든 생각이다. 전형화 극단화하긴 했지만, 현실, 사실, 진실을 바탕으로 만든 드라마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