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인 인촌 김성수를 부관참시하는 사태를 개탄함-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공화' 공동의장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승인 2019.03.11 17:40 의견 0
  이 글은 지난 3월 8일 오후 4시 광주광역시 5.18민주화운동기록관 7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행동하는 자유시민(freedom fighters)’의 광주광역시 준비모임 초청 시국강연에서 주대환 '플랫폼 자유와 공화' 공동의장의 연설 입니다. <편집자>  
 
  • 1980년에도 지금도 광주시민이 지켜서 싸울 것은 자유와 평등, 민주공화국이라는 정체성
  • “힘을 기르소서” 안창호의 절규에 가장 성실하게 응답한 근대인 인촌을 부관참시하는 사태
  • 친북 주사파, 전대협 386, 상위 10% 대기업 정규직 민주노총이 우리 편 아니라고 밝혀야
  영광입니다. 저에게 첫 순서로 강연을 하라고, 제목도 거창하게 달아주셨지만, 중요한 이야기는 다른 분들이 하실 거니까 먼저 바람이나 잡으라는 말씀이겠지요. 눈치껏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1980년에 저는 스물일곱 살이었습니다. 부마항쟁을 포함하여 세 번의 전과가 있는, 민주화운동을 하는 청년이었습니다. 다 듣고 보았고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 당시 광주시민이 피로써 지키고자 했던 것은 무엇인가그것은 민주공화국으로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었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국민을 지켜야 하는 민주공화국의 군인이 국민을 향해 총부리를 겨누었을 때, 광주시민은 분노했고, 뒤늦게 그 사실을 알게 된 전 국민이 또 분노했습니다. 지금도 양심 있는 사람들은 누구나, 당시에 광주시민을 지켜주지 못한 데 대하여, 함께 싸우지 못한 데 대하여 미안해합니다.   그러면 지금 광주시민이 지켜야 할 것은 무엇인가그 역시 대한민국의 정체성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지금 다시 한 번 광주시민이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면 바로 호남과 대한민국이 함께 발전하는 미래를 열지 않겠는가, 저는 감히 그런 생각을 해봅니다.   그러면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무엇입니까대한민국은 자유와 평등의 나라이고, 모든 국민의 인권과 재산이 헌법에 의해 보장되는 민주공화국이라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우리가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대한민국 헌법이 바로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이런 대한민국의 정체성과 대한민국의 헌법이 만들어진 곳은 어디인가요여러 세력들이 내놓은 다양한 의견을 절충하는 논의는 어디서 이루어졌습니까물론 나중에 공식적으로는 제헌국회에서 다루어졌지만, 그것은 이미 초안이 다 만들어져서 형식적인 절차로 토론하고 거의 원안대로 통과시킨 것이고, 실제로 중요한 결정이 이루어진 곳은 인촌의 사랑방이었습니다.   내각제 요소가 가미된 대통령제라는 우리나라 특유의 권력구조가 만들어진 곳도 인촌 사랑방이고, 농지개혁의 근거가 된 경자유전의 원칙이 확정된 곳도 인촌 사랑방이었습니다. 헌법을 기초한 유진오 박사가 바로 인촌이 키운 사람이고 보성전문, 지금의 고려대학교 교수였습니다.   흡사 젊은 글쟁이 최남선이 손병희 선생의 뜻을 받들어서 기미독립선언서를 썼듯이 젊은 유진오가 인촌의 뜻을 받들어서 제헌헌법을 기초한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헌법기초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과 전문위원들 절반이 인촌을 따르는 사람들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인촌은 누구입니까누구신지 아시나요예, 그렇습니다. 바로 고창 출신의 김성수 선생입니다. 대한민국 건국 당시 조직과 자금을 다 댄 사람입니다. 3.1운동은 손병희 선생이 조직과 자금을 댄 사람이라면 대한민국 건국은 김성수 선생이 조직과 자금을 댔습니다. 그런데 요즘 일부 무식한 놈들이 인촌을 부관참시하고 있습니다.   이미 1962년에 추서된 건국훈장을 박탈하고, 고려대학교 앞길 이름을 ‘인촌로’에서 ‘고려대로’로 바꾼다고, 명패를 바꾸어 달고서는 만세를 불렀다고 합니다. 그야말로 배은망덕한 놈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차라리 고려대학교를 없애지, 고작 거리 이름 명패를 바꾸어 달고서는 만세 부르다니, 가소롭고 웃기는 놈들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다고 인촌의 흔적이 지워지겠습니까   인촌 김성수 선생은 온갖 굴욕을 참고 인내하면서 오해를 무릅쓰고, 전국의 유지들을 찾아다니면서 설득을 하고 힘을 모아서 동아일보를 만들고, 고려대학교를 만들고 경성방직을 세웠습니다. 모두 우리나라 사람의 힘으로 만든 최초의 제대로 된 언론사요, 규모 있는 대학교요, 본격적인 근대 산업이고, 제조업 주식회사였습니다.   지금 우리나라는 경성방직 같은 큰 산업체를 수 천, 수 만 개 가진 세계적인 경제 강국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기적은 바로 경성방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 회사에서 키운 기술자와 엔지니어와 경영자들이 해방으로 일본인들이 남기고 간 공장들을 돌렸던 것입니다.   모두가 비분강개하고 술 마시고 있을 때, 인촌은 조용히 인재를 기르고, 실질적인 일을 했습니다. 청년들에게는 유학비를 대주어서 일본이나 미국, 영국 가서 과학과 기술을 배워오라고 지도하였습니다. 그러면서 남 앞에 나서거나 자신을 내세우지 않았습니다. 그는 진정한 근대인이고, 세계시민이고, 영국식 실용주의자였던 것입니다.   도산 안창호 선생이 후배 청년들에게 연설하면서 목 놓아 절규했습니다.   “힘을 기르소서, 힘을 기르소서.”   실력 없이 무슨 독립을 합니까독립을 말로 합니까그런데 안창호의 절규에 가장 충실하게 답한 사람이 누구입니까바로 인촌 김성수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런 그를 친일파로 모는 자들이야말로 배은망덕한 놈들이 아닙니까우리는 모두 그 분의 은덕을 입고 그가 닦아놓은 기초 위에서 잘 먹고 잘 살고 있습니다. 어려운 시절에 남의 집 머슴살이라도 해서 먹이고 재워서 키워놓았더니 부모를 부끄러워하고, 무슨 일이든지 부모 탓을 하는 배은망덕하고 철없는 자식의 모습이 바로 지금 우리의 모습이 아닐까요   이렇게 철없는 짓을 자꾸 하면 하늘이 벌을 내리지 않겠습니까집안이 망하고 나라가 망하여 우리 후손들이 거지가 되어 길거리에서 노숙하고 배고파서 울게 되지 않겠습니까   저는 하늘이 무섭고, 또 선생님께 죄송하여, 개인적으로 작년에 고창 인촌 생가에 들러서 고개 숙여 사죄를 했습니다. 또 난생 처음으로 인촌이 정성을 쏟아 세운 고려대학교 본관도 둘러보고, 그 앞에 서있는 선생님의 동상에도 절을 했습니다. 너무 죄송해서 말입니다.   우리 조상들이 살아낸 그 시대를 우리는 잘 모릅니다.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특히 군국주의자들의 미친 광란에 속마음이야 어떻든 일단 겉으로는 박수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었던 태평양전쟁의 시대를 우리는 상상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모든 신문이 다 폐간되고 유일하게 발행되던 총독부 기관지를 보고서 섣불리 판단을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 사람들에게 묻고 싶습니다. 나중에 북한에서 김씨조선이 무너지고 나서 <로동신문> 기사를 근거로 해서, 김일성 동상에 절한 사람, 충성 편지 쓴 사람 모두 세습독재 부역자로 처벌하자면 몇 사람이나 해야 할까요북한 인구의 절반쯤 해야 할까요아마 그렇게 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면 또 당장 그렇게 하지 못했다고 74년이 지난 후에, 그때 대통령을 누가 할지 모르지만,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김씨조선 잔재의 청산이 아직 안 되었다고 외쳐야 할까요   우리는 알아야 합니다. 우리 조상들이 바보가 아니었습니다. 그 시대를 함께 살아낸 사람들이 더 잘 알고 더 올바른 기준을 세웠다고 저는 믿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반민특위의 조사 대상에도 오른 적이 없는 사람을 지금 우리가 친일파니 뭐니 하는 것은 실로 건방진 짓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시대를 함께 살았던 사람들이 거의 다 살아있던 해방 정국에서 반민특위도 설치되었고, 조사도 하고 재판도 했습니다. 그랬지만 인촌은 조사 대상에 오른 적이 없습니다. 오히려 해방 정국에서 선생님은 지도자로 활동했습니다. 만약 인촌이 진짜로 친일파였다면, 누가 지도자로 모셨겠습니까인촌은 좌익 쪽에서 발표한 인민공화국에도 문교부 장관으로, 요즘으로 치면 교육부 장관으로 이름이 올라 있습니다.   인촌은 누구나 당연히 인촌의 것이라고 생각한 종로 지역구를 월남한 조선민주당 부당수 이윤영 목사에게 양보하였습니다. 그래서 국회의원도 하지 않았지만 결국에는 사람들의 추대로 제2대 대한민국 부통령이 되었습니다. 바로 그는 대한민국 건국의 아버지들 가운데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중요한 인물이고 호남이 낳은 큰 인물입니다.   그런데 바로 지금 인촌을 부관참시하고 있는 자들이 있습니다. 우리는 그들과 맞서 싸워야 합니다. 지금 팔십 노인도 해방 당시 다섯 살 어린아이들인데 무엇을 알겠습니까그런데 자기들이 다 아는 것처럼 떠들고 그 무슨 광복회다, 뭐다하는 단체를 만들어서 반일 캠페인 앞장서고 있지만, 공부 안하면 모르기는 늙거나 젊거나 마찬가지입니다.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것은 어떤 역사의식의 발로이거나, 건강하고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로가 아닙니다. 이것은 집단 정신병의 발작이고 콤플렉스와 집착에 지나지 않습니다. 게다가 위험한 것은 그런 광란이 대한민국 가치와 정체성을 위협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분에게 부탁을 드리고 싶습니다. 자유와 평등의 나라, 모든 사람에게 재능을 발휘하고 노력하여 성공할 기회가 주어지고, 모든 사람에게 하늘이 준 인권이 보장되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는 운동을 해주시라고 말입니다.   이런 운동에는 당연히 한일친선도 연관된 과제의 하나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왜대한민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대한민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나라들과 친하게 지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를 강점하고 식민지로 지배한 것은 제국주의 일본이지 민주주의 나라 일본이 아닙니다. 민주주의 나라 일본은 대한민국과 공통의 가치를 나누고 있는 우방국입니다. 그런데 반일 민족주의 감정을 정치에 이용하려고 자꾸 100년 전, 80년 전, 잘 알지도 못하는 과거를 끄집어냅니다.   그러기 위해서 소녀상을 전국 방방곡곡에 세우고 있습니다. 학교 교정에서 새삼스럽게 일본 나무라면서 아름다운 고목들을 뽑아내고, 음악 선생 하셨던 분들이 일제 말기에 무슨 단체에 이름 올려서 무슨 대단한 영화를 보았다고, 그 무슨 대단한 친일파라고 교가를 바꾸라고 윽박지르고 있습니다.   만약 김대중 선생이 살아계신다면 이런 짓을 찬성했을까요저는 틀림없이 반대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면 저는 무슨 근거로 이렇게 주장할까요   우선 지금까지 역대 정권이 모두가 반일 민족주의 선동을 하고, 정치에 이용했습니다. 김영삼 정권도 심한 편이었습니다. 친일잔재를 청산한다면서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선포된 중앙청을 허물어버리고, “일본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겠다”고 김영삼 특유의 혀 짧은 경상도 사투리로 큰소리치기도 했습니다. 그 반면에 김대중 정권이 가장 안한 편이라고 저는 기억합니다.   제가 김대중 대통령은 이런 반일 민족주의 캠페인을 반대하셨을 것이라고 믿는 이유는 또 있습니다. 유명한 이야기인데요, 진짜로 김대중 선생이 친일파로 몰린 적이 있습니다. 그것은 십 수 년 질질 끌던 한일회담이 마침내 타결되어 국교 정상화가 이루어지던 그 시절의 이야기입니다.   김대중 선생은 자신의 긴 정치 인생 중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1964년부터 65년 사이에 한일회담 반대 시위가 격렬하던 때였다고 회고했습니다. 그 당시 모든 야당 정치인들과 학생들, 청년 지식인들이 한일회담과 국교정상화에 반대했습니다. 그런데 김대중 의원, 홀로 찬성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야당의 동지들로부터 ‘사꾸라’, 즉 여당의 첩자로 몰렸습니다. 그러니 일부 사람들은 분명히 김대중이는 친일파라고 욕을 했을 겁니다. 하지만 그가 옳았음을, 그 분이야말로 용기 있는 정치인이었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습니다.   더 늦기 전에 한일 관계를 정상화하여 무역을 하고 기술을 도입하고 대일 청구권 자금과 차관으로 경제 개발을 시작하지 않았다면 우리나라 경제 발전에 어떤 어려움이 있었을지 모릅니다. 중국이 문화대혁명이라는 미친 짓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세계시장에서 중국이란 거대한 경쟁자가 나타나기 전에 수출을 해서 부강한 나라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로 이런 김대중의 정신을 이어받아서, 반일 민족주의의 광란에 맞서 싸우자, 아무데나 소녀상 세우기를 거부하고, 유서 깊은 광주일고를 비롯한 많은 학교의 교가를 바꾸자는 전교조의 무모한 제안을 거부하고, 멀쩡하게 살아 있는 나무 뽑아내기도 거부하고, 고창군민들에게 ‘인촌로’의 도로명 바꾸기를 거부하라고 격려하고, 인촌 김성수 선생을 되살리는 운동을 하자는 것입니다.   이렇게 광주시민이 대한민국 정체성을 지키는 운동을 하고, 인촌을 비롯한 건국의 아버지들의 실용주의 정신을 되살리는 운동을 하고,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민주노총을 혼내고, 영화 한 편 보고서 탈원전을 막무가내 주장하는 엉터리 환경단체들을 GIST 학생들과 함께 비판한다면 혹시 ‘진보’가 반발하지 않을까 걱정하십니까   저는 바로 그런 사태야말로 우리가 무서워서 피해야 상황이 아니고, 우리가 싸워야 할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오랫동안 그런 진영논리에 갇혀서 할 말을 못하고 살았습니다. 금기에 스스로를 가두었습니다. 이제는 말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 외쳐야 합니다.   우상 숭배를 그만두어야 합니다. 가짜 진보 친북 주사파, 전대협 출신 386 정치인들, 상위 10% 공무원과 공공기업, 대기업 정규직 노동자의 기득권을 지키는 민주노총이 우리 편이 아니라고 이제는 밝혀야 합니다. 그들 눈치를 보는 정치인들도 우리 편이 아니라고 말해야 합니다.   왜 북한 인권의 참담함을 말하면 극우가 되고, 김정은 독재정권을 비판하면 보수가 되고, 반(反)평화주의자가 됩니까그러니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 미국 민주당 출신이죠, 그런 분들,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이 모두 한국 민주당 사람들을 이상하게 보는 것 아닙니까   민족주의라는 독주, 아니 독약에 취해서 지성이 마비되고, 이상하게 친북적이고, 인류보편의 가치를 상실하고, 개념을 상실한 한국의 진보는 글로벌 스탠더드의 잣대로 보면 가짜 진보라는 것입니다. 자유도 평등도 인권도 모두 잊어버린 진보가 무슨 진보입니까지금 대한민국의 상황은 기존의 진보와 보수를 다 갈아엎고, 새 판을 짜야 할 때입니다.   이제 여러분이 새롭게 뜻을 모아 함께 운동을 펼치고자 하는 <행동하는 자유시민>이 진영논리 따위는 무시하고 또 그를 초월하여 대한민국의 가치와 정체성을 지키는 데 앞장서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운동이 대한민국과 호남이 함께 발전하는 미래를 틀림없이 열어 나가리라고 믿습니다. 두서없는 말씀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사회디자인연구소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