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탈당에 붙이는 비망록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승인 2013.08.23 11:23 | 최종 수정 2020.02.18 09:04 의견 0

-연구자, 언론인, 운동가의 길을 갑니다-
8월14일자로 제 생애 첫 당인 민주당 탈당 원서를 배달증명으로 보냈습니다. 8월21일 우편배달원으로부터 배달 증명서를 받았습니다. 민주통합당서울시도당의 '도민호'씨가 수령한 것으로 되어 있습니다.

누구나 그렇듯이 저 역시 대다수에게는 무관심의 대상이겠지만, 소수에게는 짜증과 혐오의 대상이고,또 다른 소수에게는 기대와 희망의 대상일 것입니다. 탈당 행위도 대다수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행위지만, 저를 포함한 ‘다른 소수’에게는 하나의 ‘사건’ 일 것입니다. 짜증혐오자들에게는 민주당에 침투한 신자유주의 바이러스가 높은 면역력 때문에 증식하지 못하고 제풀에 지쳐 떠나는 것 일 게고, ‘다른 소수’에게는 민주당내에서 타오르던 작은 혁신과 희망의 불꽃 하나가 꺼진 것이겠지요.

그래서인지 지난 몇 일간은 온오프라인에서 탈당 사유를 물어오는 사람, ‘그 딴 일로 탈당하냐! 좀 참지!’ ‘소리 없이 조용히 나오면 되지, 왜 떠드냐’라며 핀잔을 주는 사람, ‘참 잘했다’고 격려하는 사람 등 여러 부류를 만났습니다. 그래서 글과 말로 세상을 시끄럽게 하는 자는 행동의 전환에 대해서도, 입당과 탈당 등 진퇴에 대해서도 그 이유를 밝혀야 하는 운명인 모양입니다.

시간이 흐르면 탈당 행위는 돌비석에 새겨진 글씨처럼 선명하게 남는데, 그 사유와 문제의식은 망각되기 십상이기에 탈당 관련 비망록(備忘錄) 하나쯤은 남겨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해명도 하고, 좌절의 경험과 소중한 문제의식도 나누고, 다짐도 하기 위해서 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건 제가 두 번째 쓰는 비망록입니다. 첫 번째는 2011년 쌍용차와 관련된 글입니다. 쌍용차 비극에 대한 비망록(클릭하시면 기사로 이동합니다.)

뒤에 길게 늘어놓을 얘기를 짧게 줄이면, '저의 독특한 문제의식이나 생각을 매체와 운동을 통해 널리 확산하여, 지지공감의 저변을 넓히는 일'에 민주당적이 도움이 되기는커녕 오히려 족쇄로 작용한다는 것 입니다.

게다가 저는 민주당의 주류적 생각과 행보에 공감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고, 앞으로도 많을 것 같습니다. 그 동안 한미FTA, 비정규직 해법, 한진중공업과 쌍용자동차 사태, 야권연대, 4.11총선 공천,민주당의 신/구 강령, 정년연장법, NLL대응, 세제개편 등 참 많은 사안에서 입장이 갈렸습니다. 물론 거의 빼놓지 않고 비판 글을 썼습니다. 이 중에는 새누리/박근혜-민주당/문재인-안철수가 오십보백보인 사안도 여럿 있으니 대한민국 주류 정치권과도 제 생각이 많이 다른 모양입니다.

그리고 한창 전쟁 중이라 말을 안했지만 12.19선거를 3.15부정선거 비스무레 하게 인식하는 어떤 경향성에 대해서도, (책임 있고 실력 있는 대안 세력으로서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물리친채 전개하는) 지금의 장외투쟁 올인 노선에 대해서도 전혀 공감하지 못합니다.

비록 제 생각이 ‘지금 민주당’에서는 이단으로 취급받지만, 민주당의 3연속 집권을 가능하게 하는 노선이 이것 외에 또 있는지 의문입니다. 김대중, 노무현의 정신과 방법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제 생각이 가장 가깝지 않을까 합니다.

이 정도로 착각()이 심하면 노선 하나 만으로도 제명을 하거나, 탈당을 해야 마땅한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선은 둘째 문제입니다. 제가 당을 떠나려고 하는 핵심 이유는 ‘이단적() 생각’을 널리 확산하기 위해서 ‘연구자, 언론인, 운동가’의 길을 가야하는데 당적이 전혀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지난 6~7년 동안, 나름대로 치열하게 실천해보고 나서 깨달은 것이 몇 개 있어 나누고자 합니다.
첫째는 사람의 생각의 프레임이랄까 정책 패러다임(이데올로기)이 종교적 신념만큼이나 강고하다는 것입니다. 뒤틀린 역사가 각인시킨 피해의식과 증오가 의외로 컸습니다. 즉물적, 단편적 사고도 아주 질겼습니다. 관료와 재벌, 노조 등의 이데올로기적 영향력도 의외로 강했습니다.

정말 낡은 생각의 강고함은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였습니다. 성조기와 태극기 들고 설치는 ‘어버이연합’이 남의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이 분들은 10~20년이면 자연적 수명이 다할 텐데, 외세-민족,불의-정의, 자본-노동, 독재-민주 프레임으로 세상을 보는, 저와 한 때 어깨를 걸고 달렸던 사람들의 자연적 수명이 30~40년이 남은 것을 생각하면 끔찍합니다.
(사실 이 때문에 제가 지나치게 날카롭고 거친 말을 많이 했는데, 연구자, 언론인으로 남겠다면 몰라도,세상을 바꾸기 위해 많은 사람과 어깨를 걸겠다는 사람으로서는 별로 현명치 못한 처사 였던 것 같습니다. 날카로운 말로 준 상처는 제가 오래도록 갚아야 할 빚인 것 같습니다)

지난 7~8월은 세제개편 문제, 전력대란 문제(8월12~14일은 공무원들이 절전투쟁 하느라 정부가 사실상 마비 상태였다고 보아야 합니다), 2%대 저성장과 지방재정 위기 문제, 전월세 폭등 문제 등 오래된 모순부조리가 응집된 문제들이 동시다발적으로 터졌으나, 민주진보 세력은 책임 있고 유능한 국정운영 세력의 면모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였습니다. 단지 민주투사적인 면모만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은 민주진보의 뇌리에서 작동하는 오래된 프레임을 빼 놓고는 설명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보수가 과거에 자라(북한, 좌파)에게 된통 당하는 바람에 솥뚜껑(일부 친북 종북 좌파 세력)만 봐도 화들짝 놀라는 가슴이 되어 판단을 그르치고, 작은 잘못을 덮으려다가 점점 더 큰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데, 민주진보 역시 ‘선거부정-정보정치’에 대해 엄청나게 예민하여, 작은 편향을 점점 큰 편향으로 만드는 것 같습니다. 끝내는 12.19와 3.15를 동렬에 올려놓는 지경까지 간 것 같습니다.

그래서 민주당이 엉뚱한데다가 화력을 집중하면서, 박근혜 정부의 무능을 제대로 질타하지를 못하고 있습니다. 관료적 한계와 편향으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는 대한민국을 더 철저하게 관료에게 맡기고, (만사가 잘 돌아가는 나라의) 입헌군주처럼--그나마 실권을 쥔 총리도 없는데-- 행동하는 대통령의 무능과 무책임을 날카롭게 비판도 못하고, 오랜 장기인 민주수호 장외투쟁에 올인하여 ‘더 무능하고 무책임한 어제의 세력’으로 국민들에게 각인 되고 있다는 얘깁니다.

둘째는 지금 대한민국은 1970년대 후반의 등소평이나 마가렛 대처가 주도한, (그 전 수십 년간 잘 작동하던) 정책 패러다임을 뿌리부터 흔드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최소한 클린턴이나 블레어가 한 수준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새누리당, 민주당, 안철수 공히 혁신을 얘기하고는 있지만,낡은 패러다임 내에서의 작은 변이로서, 공히 앙시앵레짐의 구성 부분처럼 보입니다.

물론 그 동안 패러다임 혁신을 언급한 사람이 여럿 있었습니다. 지금도 있습니다. 선성장-후복지에서 동반성장으로! 지역균형발전, 혁신주도형 성장, 소득주도형성장, 낙수효과의 종언, 공정사회-공생발전, 경제민주화와 보편적복지, 사회연대경제, 창조경제, 진보적자유주의 등. 그러나 주요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안이 그 동안 국가 기구를 움직여 온 관료(혹은 이들을 뒷받침한 보수, 진보 지식사회)와 크게 다르지 않아 보입니다. 결정적으로는 문제에 대한 진단이 피상적, 일면적이고, 대안이 모호합니다.

이것은 사회가 하나의 생명체라고 한다면, 그 세포, 모세혈관, 주요 기관(시스템)을 찬찬히 살펴보고 귀납적으로 내린 결론입니다. 실물을 알거나, 바닥현실을 아는 사람들은 (정치적 행보는 아닐지라도) 현안 문제에 대한 진단과 대안에 관한한 저와 인식을 같이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백번 고쳐 생각해도 이것이 상식이 분명한데 이단시하고, 설상가상으로 국가개조의 비전과 전략 자체가 별로 관심사도 아닌 당에, 저 같은 사람이 남아 있을 이유가 없겠지요.

셋째, 국가의 근간을 이루는 제반 시스템들이 총체적으로 오작동하고 있습니다. 시스템 중의 시스템인 정치시스템부터가 품질 향상이 불가능한 구조적 독과점입니다. 그 외 대부분의 시스템이 관료와 이익집단의 담합에 의해 오작동하고 있습니다. 산업(생산물시장, 유통시장)시스템, 고용노동시스템, 인재할당시스템, 금융시스템, 교육시스템, 연대시스템(노조, 협동조합, 직능 협회), 지방자치시스템, 사법시스템, 보건의료시스템, 연금보험시스템 등. 이를 찬찬히 살펴보고, 주류(관료)적 진단대안의 총체인 ‘대통령 업무 보고’를 읽다 보면, 아니 정치적 상상력을 발휘하여 이를 근본적으로 혁신해야 할 정치와 지식사회의 구조적 무능, 부실을 보면 기가 막힙니다. 주요 시스템의 모순을 제대로 짚지도 못하고, 원인과 근인과 증상을 구분하지도 못합니다. 그래서 차라리 ‘대통령 업무보고’로 집약된 관료의 진단과 대안이 더 나아 보입니다. 이것은 최소한 미봉책은 되니까요.

그래서 대한민국은 계속 갈짓자로 지체서행하다가 가라앉을 것 같습니다. 우리 자식세대의 답답한 내일과 천덕꾸러기 신세로 전락할 386세대의 노년(20~30년 뒤)이 눈에 선 합니다. 물론 이 사태를 만든 기득권 집단들과 그 자식들은 여전히 행세하며 호의호식 하겠지만 말입니다.

넷째, 지난 대선 때 박근혜, 문재인, 안철수의 정치쇄신 안에서 단적으로 드러났듯이, 플레이어들은 주어진 시스템 위에서 이익을 얻고, 승자가 되는 것은 치열하게 고민하지만, 승자조차도 결국은 패자로 만들어 버리는, 총체적으로 오작동하는 시스템 자체에 대한 고민은 일천하다는 것입니다. 이는 정치시스템의 플레이어들이 제일 심하고, 금융, 교육, 고용노동 등 거의 모든 플레이어들도 비슷합니다.

시스템에 대한 성찰이 얕은 것은, 너나 할 것 없이 생존 투쟁과 방어 투쟁에 급급하다보니, 우리 공동체의 지속가능한 발전(정의)이나 가치생산생태계의 균형적 발전보다는 자신의 생존, 이익, 승리, 영달에 거의 모든 관심과 에너지가 집중되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또 하나 사람의 문제와 시스템의 문제를 구분하는 눈이 없기 때문 일 것입니다.

시스템을 고민하는 사람은 자신에게 손해가 되지만, 국리민복에 보탬이 되는 제도와 정책을 과감히 내 놓을 줄 압니다. 이것이 바로 정치의 고유의 사명이겠지요. 그런데 정치가 ‘시스템 맹’이 되면서 정치가 정치를 포함한 모든 것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관료적 규제통제와 재벌, 대기업, 노조, 협회 등 기득권 집단의 담합에 의해 금융, 교육, 공공부문, 지방자치, 지방경제, 산업 등에서 사막화 현상이 급속도로 진행 됨에도 불구하고, 기껏 혁신한다는 것이 몇 군데다가 오아시스(특목고, 자사고, 자공고, 혁신학교, 특구, 경제자유구역, 정책자금, 정부가 운영하는 무슨무슨 펀드, 중소기업 적합업종, 상한제-하한제-진입규제 등)나 만들어 놓고 자화자찬 합니다. 물론 안하는 것 보다는 훨씬 낫지만, 사막 전체를 옥토로 바꿀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아시스 몇 개 만드는 데 만족하는 것을 보면 답답하지요.

게다가 무슨 문제만 생기면 끊임없이 관료(검찰, 공정위, 금융위, 선관위, 법원 등)의 손에 규제, 단속,처벌권을 쥐어주고 있습니다. 공무원을 공공성의 화신처럼 생각하는 듯한 민주당이 앞장서고 있습니다. 정치(선출권력)의 코에 코뚜레를 꿰고 줄을 매어, 별로 공공적이지도 않는 관료(비선출권력)의 손에 줄을 쥐어줍니다. 정치 스스로가 불신을 자초했기에 국민들은 여기에 박수를 칩니다. 그래서 점점 관료 공화국으로 가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부는 그 가속페달을 밟을 모양입니다.

다섯째, 진보와 보수를 초월하여 대통령이든 국회의원이든 단체장이든 자리의 엄중함도 모르고, 왜 자신이 해야 하는지, 전임자는 왜 못했는지를 제대로 설명도 못하면서, 그저 자리만 탐하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는 것입니다. 욕심만 가득한 빈 깡통들이 너무 많이 굴러다니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물론 그 보다 더 못한, 아집으로 가득한 빈 깡통이 바로 제가 될 수 있다는 긴장을 놓치지 않으려고 합니다.

여섯째, 끝이 보이지 않는 황량한 사막지대를 오래 걷다 보니 정치적 새바람과 희망에 대한 갈증이 워낙 심해서 신기루가 보일 지경이라, 한 때 386, 친노, 유시민, 안철수에게 적지 않은 기대를 가졌는데 이들의 맨얼굴과 부실함을 보고 정신을 차렸습니다. 그런데 슬프게도 이들과 경쟁하다가 나자빠진 사람/세력들도 그리 나아 보이지 않으니…….

그래서 작년부터는 조그만 지역을 책임지고, 민생 현장을 누비면서 역량을 키우고 있는 ‘내일의 hope’지자체장들이 혹시 386과 친노와 유, 안의 한계를 넘어서나 해서 살펴봤습니다. 그런데 역시 아니었습니다. 1990년대 초 미국 민주당을 혁신한 DLC(Democratic Leadership Council )의 싹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진보, 보수를 초월하여 사회역사적 통찰력 자체가 부실해서, 댐과 강둑이 무너지는 것은 보지 못하고,집 문지방으로 넘어 들어오는 물이나 열심히 퍼내는 듯 하였습니다. ‘시스템 맹’처럼 보였다는 얘깁니다.

마지막으로 비망록에 서술해야 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민주당의 지배구조가 주는 절망감 입니다. 제가 아는 한 민주당은 김대중의 당이었다가, 지금은 국회의원의 당으로 되었습니다. 국회의원들이 압도적인 지분을 가지고 있고, 원외 지역위원장들이 약간 나눠가지고 있겠지요. 대의원, 당원들은 주로 이들과 특별한 인연 일 것입니다. 4.11공천 당시 무원칙한 컷오프 경험으로 인해, 이제는 바보가 아닌 이상 정치지망생이 자신의 지인이나 지지자들로 하여금 민주당의 권리 당원 되기를 권유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서 당원들은 현재 정치기득권자들과 긴밀히 연결된 호남향우회 인연, 친노/백만민란 인연, 한국노총 인연 등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물론 이들이라고 해서 국회의원의 거수기는 아니겠지만, 문제는 공적가치가 아닌 어떤 사적 가치로 엮이고, 낡은 프레임의 강한 영향력 하에 있는 분들이 이념정책 패러다임 혁신 운동의 지지자나 동력이 되기 힘들다는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 혁신은 달동네 재개발과 비슷한 것 같습니다. 달동네 재개발은 용적률이라도 좀 올려주면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합의를 끌어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민주당 혁신은 신진세력이 들어오면 나머지가 지분을 조금씩 내 줘야하는데, 김대중처럼 대권을 위해 자기 것을 과감하게 양보할 줄 아는 대주주가 있다면 몰라도 현재 민주당 구조에서는 지분 조정은 어려워 보입니다. 결국 민주당은 대권당권주자, 여성, 노동, 청년, 시민 등 제각기 약간의 명분을 가진 집단이 지분 확장이나 방어를 위해 물고 뜯으며 별로 아름답지 못한 싸움판을 벌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전체에 이로운 것은 말 할 것도 없고, 당 전체에 이로운 행위조차도 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새누리당과 함께 정치독과점체의 오만함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신진세력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습니다. 아마 용케 들어가도 이 조직문화에 묻혀 버리기 십상일 것입니다. 민주당의 지배구조와 조직문화는 ‘통과 인품’이 A나 B로 평가되는 사람도 C나 D로 떨어뜨리는 마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민주당은 바깥에서 새롭고 거대한 힘이 만들어져야, 이 힘을 흡수하든지, 연대하든지, 아니면 흡수당해야 민주당의 미래가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이를 귀신같이 하는 호남이 안철수에게 대단한 관심과 기대를 보내겠지요. 그런데 시간이 갈수록 안철수의 부실함이 점점 더 드러나니……

결국 등소평과 대처, 클린턴과 블레어가 했던 혁신을 하려면, 기존 패러다임과는 다른 패러다임을 가진 사람들의 독자적 세 결집 외에는 달리 수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누구 말대로 분단 체제하에서 ‘불멸의 새누리당’과 (소선거구제 상대다수 득표제와 결선투표 없는 대통령제 덕분에, 유력 대항마가 필요해서) ‘불사의 민주당’이 독과점을 형성하고, 그로 인해 아무리 내용이 없고 후져도 무조건 반사이익을 얻을 0.5당(안철수, 진보당 등)이 하나 있는 2.5당 체제에 짓눌려 생채기 하나 못 남기고 사라질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문제의식이 날카롭게 서 있는 이단아들과 왕따들이 어깨를 걸어야 뭔가 변화의 계기라도 생기 않겠습니까참신하고 위대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그것을 실현하는 첫걸음은 끼리끼리 협회/포럼이나 연구소를 만들고, 생각을 실어 나르는 매체를 만들고, 일점돌파 시민운동을 하는 것이겠지요. 이런 일을 하는데 민주당적이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말과 글을 주무기로 쓰는 사람에게 그 길이 있듯이, 이단아에게는 이단아의 길이 있는 듯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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