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유럽의 일상생활(3) (정대영)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승인 2013.06.04 12:37 의견 0

-교육-

  2. 유럽의 일상생활   1) 시민의 감시와 고발   2) 음식과 술   3) 보행, 운전, 교통사고 처리   4)교육   독일과 프랑스의 교육제도는 비슷한 면이 있지만 많이 다르다. 두 나라 교육의 특징과 비슷한 점, 차이점을 살펴보면서 한국 교육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다. 한국의 교육은 부동산과 함께 많은 문제를 갖고 있고 대대적인 개혁이 필요하지만 대다수가 동의하는 해법을 찾기는 어려운 과제이다.(국민이 모두 전문가이기 때문)   독일은 전통적으로 초등학교 4년을 끝내고 상급학교에 진학할 때 크게 세 가지 형태로 나뉜다. 일반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김나지움이라는 인문계학교(9년에서 8년으로 축소), 중간기술자 및 관리자를 목표로 하는 레안슐레라는 실업계학교(6년제), 기능인 기능장을 육성하는 하우프트슐레라는 실업계학교(5년제)이다.   초등학교는 한국과 같이 만 6세에 입학을 하여 1학년부터 4학년까지 같은 교사가 담임을 한다. 담임교사는 4년간 학생의 적성 취향과 능력 태도 등을 관찰하고 평가하여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 인문계와 실업계의 진로를 결정해준다. 학부형은 거의 대부분 담임교사의 의견에 따른다. 독일은 교육이 지방 분권화되어 있기 때문에 학부형이 담임교사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아도 되는 지역이 있으나 이런 경우는 흔하지 않다. 이런 제도가 가능한 것은 벽돌공이나 배관공 등 기능인과 의사 변호사 등의 전문직간의 보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처럼 직업에 따라 어마어마한 격차를 갖는 승자독식 사회인 경우 독일 학부형도 담임교사의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미리 사교육 등을 통해 방법을 찾을 것이다. 독일 초등학교 과정은 학생의 적성 취향, 잠재적인 능력을 관찰하는 과정이기 때문에 공부를 많이 시키지 않고 주말과 방학에는 숙제도 없다. 그러나 기본적 진도를 못 쫓아오는 학생의 경우 학년을 못 올라가는 낙제 제도는 있다. 재미있는 것은 학생 자체의 평가를 정확히 하기 위해 부모의 학력과 경제력이 좋은 학생의 경우 성적을 깎는 제도가 있었다고 들었다.   인문계 학교인 김나지움은 8년 과정(초등학교 포함 12년)으로 한국에서는 가장 공부를 많이 하는 중고등학교 과정이다. 학교 수업은 철학, 수학, 과학, 외국어, 역사, 라틴어 등 대학교육에 필요한 여러 과정을 공부하지만 수업시간은 짧아 통상 12시 30분에서 오후 1시 사이에 수업이 끝난다. 한국의 고3인 12학년도 마찬가지다. 한국의 중고등학생에 비하면 너무 조금 공부한다. 그렇다고 한국의 대학생들이 더 실력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김나지움에서 학교 수업을 쫓아가지 못하면 낙제를 하고 그러고도 따라오지 못하면 실업계학교로 전학을 간다. 김나지움 과정을 마치고 졸업시험(Abitur)에 통과하면 대학에 진학한다. 대학 입학은 Abitur 성적과 적성검사 면접 등에 의해 결정된다.   실업학교인 하우프트슐레는 초등학교까지 총 9년의 공부후 15~16세에 졸업을 한다. 교과내용은 지역별로 많은 차이가 있지만 실기가 중심이 된다. 졸업생은 공장에 수습공원(레어링)으로 취업하여 3년간 엄격한 기본 실기훈련과 주당 10시간 정도의 직업교육을 받고 시험을 통과하면 정식공원(게젤레)이 된다. 정식공원은 4년간 공장에서 근무하면서 야간학교 과정을 마치면 마이스터 시험에 응시할 자격을 얻게 된다. 또 다른 실업계학교인 레알슐레는 초등학교 포함 10년간 공부를 하고 졸업후 2년제 전문기술고등학교에 다녀야 한다. 1년의 실습 교육과정과 1년의 이론 교육과정을 마치고 졸업시험에 합격하면 4년제 전문대학 입학자격을 얻는다. 전문대학은 일반대학에 비해 훨씬 실기 중심의 교육이고 졸업시험에 합격하면 대학졸업자와 비슷한 학위를 취득한다. 독일 교육의 가장 특징이면서도 많은 비판을 받고 있는 것이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10세 정도에 인문계와 실업계를 구분하여 인생의 큰 진로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인문계 학교인 김나지움의 입학비율은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 내외에 불과하다. 물론 실업계 학교의 졸업생도 김나지움에 편입하거나 직장생활 하다가 대학에 진학할 수 있지만 너무 이른 나이에 학생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은 학생에게 잔인할 수 있고 국가적 손실이 크다는 것이다. 즉 대기만성형 인재를 잃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와 사회통합 등을 위해 인문계와 실업계를 합한 종합학교(게잠트슐레) 제도가 1970년대 도입되었으나 주류는 아니다.   프랑스 교육제도는 나라는 붙어 있지만 독일과 많이 다르다. 오히려 프랑스 교육제도의 기본 골격은 한국과 비슷하다. 프랑스는 만 6세부터 초등학교 5년, 중학교(꼴레쥬) 4년, 고등학교(리세) 3년을 거쳐 대학에 들어가는 방식이다. 일부는 중학교 졸업후 제2기 중학과정(2차 꼴레쥬) 2년을 거쳐 기술분야로 나갈 수 있다. 고등학교에서 대학을 입학하기 위해서는 바깔로레아라고 불리는 졸업시험(대학입학자격시험)에 합격하여야 한다. 졸업시험은 이공계, 사회계, 인문계 세 가지 계열로 나뉘어 있다. 일반대학에 진학하지 않는 학생을 위해서는 공업 바깔로레아와 직업 바깔로레아도 있다.   일반 바깔로레아는 응시생의 80% 정도가 합격을 하며 바깔로레아 합격자는 선택한 계열의 일반대학은 어디든 입학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 대학 입학은 쉽지만 독일과는 다르게 졸업이 어렵다. 대학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갈 때 50% 가까이, 또 2학년에서 3학년으로 올라갈 때 20% 정도가 떨어져 나간다고 한다. 프랑스에서는 대학 3학년이 되어야 탈락의 공포가 거의 사라진 진짜 대학생이 된다. 대학 1~2학년때 탈락한 학생은 대학이나 전공을 바꾸거나 직업학교로 가야 한다. 프랑스 교육제도상 고등학교의 바깔로레아 준비와 대학 1, 2학년(뒤에 설명할 그랑제꼴 준비학교 포함)의 살아남기 위한 과정이 가장 경쟁이 심한 시기이다.   프랑스 교육제도의 또 다른 특징은 일반대학과는 별도로 그랑제꼴(Grandes ecoles; 큰 학교 라는 뜻)이라는 엘리트를 위한 교육기관이 따로 있다는 것이다. 그랑제꼴은 3~4년제의 특정 분야의 전문학교로 종합기술학교, 국립토목학교, 파리정치학교, 국립행정학교, 파리고등상업학교, 파리고등사범학교 등이 유명하다. 그랑제꼴은 프랑스에 200개 이상이 있으며 역사, 평판 등에 의해 분야별로 어느 정도 서열화되어 있다. 그랑제꼴은 학교 성적 등이 우수한 학생이 그랑제꼴 준비학교에 입학하며 2년간의 예비과정을 통해 시험을 통과하여야 입학할 수 있다.(준비학교를 거치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그랑제꼴에 입학하는 천재도 있다고 들었다.) 준비학교 졸업 때까지 그랑제꼴을 입학하지 못하면 일반대학의 3학년으로 편입할 수 있다. 그랑제꼴 준비학교에 입학한 학생은 그랑제꼴에 합격하지 못해도 준비학교에서 공부한 기간을 손해 보지 않는 시스템이다. 한국에서 우수한 학생들이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재수, 삼수하여 시간을 낭비하는 시스템에 비하면 매우 효율적이다.   프랑스의 그랑제꼴 출신은 정계, 경제계, 학계를 끌어가는 엘리트 그룹을 형성하고 있다. 재미있게도 프랑스의 지난번 대통령인 보수당의 사르꼬지는 일반대학 출신인 반면(파리정치학교에 입학했으나 졸업은 못했다고 함) 2012년 당선된 사회당 대통령인 올랑드는 파리고등상업학교, 파리정치학교, 국립행정학교 등 프랑스 최고의 3개의 그랑제꼴을 졸업했다.   독일과 프랑스 교육의 공통점은 첫째, 대학과 대학원까지 학비가 거의 없다는 것이고 학교 수업이 토의나 논술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것, 그리고 초등학교, 중고등학교, 대학으로 갈수록 공부를 더 한다는 것이다. 큰 차이점은 독일의 경우 교육은 지방정부로 분권화되어 있어 다양성이 있고 프랑스는 중앙집권화 되어 있어 어느 지역에서나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또 독일은 초등학교 졸업 때부터 대학입학과 졸업 때까지 지속적으로 학생의 선별 작업이 조금씩 이루어지는 반면 프랑스는 고등학교 졸업 때부터 대학 1~2년 사이에 학생의 선발이 집중된다. 그리고 독일은 대학이 평준화되어 있어 명문대학이라는 개념이 별로 없는데 프랑스는 대학 위의 대학이라는 그랑제꼴이 있어 프랑스를 이끌어가는 엘리트를 배출한다. 독일과 프랑스 모두 특색 있고 잘 사는 선진국이기 때문에 어느 나라 교육제도가 더 좋다고 평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이들 두 나라에 비해 한국의 교육은 너무 많은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사교육의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선행학습, 영수과외, 예체능과외, 논술과외 등의 사교육 뿐 아니라 대학에 들어와서 소위 스펙이라 불리는 여러 가지 자격을 획득하기 위한 학원, 해외연수 등의 비용이 어마어마하다.   두 번째 문제는 한국 교육이 비경제적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대학진학률이 80%에 이르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재수, 삼수하고 대학 때 스펙을 쌓기 위해 1~2년씩 휴학을 하고 취업준비에 1~2년 보내면 여자는 20대 후반, 남자는 30세 근처에 직장을 갖게 된다. 노동시장의 진입이 너무 늦는 것이다. 여기에다 직장에서는 명퇴, 조기퇴직 등으로 50세 전후에 퇴직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 직장생활기간은 20년 정도 뿐이다. 들인 비용과 시간에 비해 너무 짧다. 어떻게 하면 한국 교육의 고비용 저효율 구조를 저비용 고효율 구조로 전환시킬 수 있을까가 우리나라 교육개혁의 과제이다. 고효율은 어렵더라도 우선 저비용 구조로라도 시급히 만들어야 한다. 사교육을 줄이고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있는 특별한 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이와 관련 훌륭한 책이 있다. “교육을 잡는 자가 대권을 잡는다” 이기정저 이다) <계속> * 다음호부터는 유럽의 경제에 대해서 새로운 장이 시작됩니다.    

- 송현경제연구소장 정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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