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권의 농협 개혁 단상2: 문제는 조합을 경제(사업)조직으로 만드는 것 (김현권)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승인 2015.02.25 21:00 의견 0

-조합장 무보수가 정상으로 여겨지는 경제조직으로 만들어야-

  억대 연봉을 자랑하는 농수축협의 조합장들이 장기집권을 하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하는 일이 없기 때문이다. 무자격 조합원을 정리하지 않고 표 관리 대상으로 삼고 고령의 은퇴농들을 주요 지지기반으로 하는 조합장들은 큰 어려움없이 롱런한다. 새로운 사업을 벌이지 않으니 실패할 일도 없고 특별히 과오로 평가 받을만한 일도 없다. 조합원 관리만 열심히 하면 무난하고 원만하다는 평을 받는다. 현재 40년을 조합장하는 사람도 있다하니 20년은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찾을 수 있다. 대통령도 5년 단임인 나라에서 참 특이한 분야다. 유럽처럼 우리도 이사회 내에서 호선으로 조합장을 뽑고 연봉도 없애고 실비 차원에서 활동비를 지급하자는 의견이 있다. 그러면 조합장 선거가 불법 금권선거로 얼룩지지 않고 장기집권 할 일도 없어지지 않겠냐는 얘기다. 충분히 가능하다. 그런데 조합이 경제조직으로 탈바꿈하고나야 현실성이 있다.유럽은 직접 보고 듣지 못했으니 내가 어쩌고 얘기하기 부적합하나 우리가 현장에서 영농조합법인을 운영해 본 경험으로 볼 때 그렇다.
의성에는 의성마늘소를 생산 판매하기 위한 영농조합법인이 여럿 있다. 협동조합 기본법이 만들어지기 전이라 영농조합법인으로 출범했지만 모두 일인 일표의 협동조합 운영원리를 따른다. 이 법인들의 대표가 모두 이사회에서 호선으로 선출하고 실비 지원 차원에서 급여를 받는다. 누구나 한번씩 맡아야 할 임무라고 생각하고 때가 되면 기꺼이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사람 마다 능력의 차이와 일을 대하는 태도가 다르므로 하다보면 어깨에 짐이 좀더 실리는 사람이 있게 마련이나 그렇다고 특별한 권한이나 혜택이 주어지진 않는다. 법인에서의 활동이 내가 먹고 사는 일이기 때문이다. 모두 소를 키우는 사람이고 이사회 구성원이라면 그래도 그중에 많이 키우는 사람일 가능성이 높으니 법인이 잘 돌아가야 소를 좋은 시세로 팔고 먹고 산다. 그러니 대표를 맡았을 때 열심히 한다고 그걸 따로 계산할 필요가 없다.
유럽도 협동조합이 경제조직으로써 임무에 충실하다 보니 조합장 무임금이 가능했으라 본다.지금 한국의 농수축협은 조합원들의 경제조직이 아니다. 조합장은 조합원 중의 일인이 아니었던 경우도 많다. 실제 영농에 종사하지 않다가 허술한 틈을 타고 들어와서 조합장을 꾀차는 일이 허다하다. 그러니 조합 일을 열심히 한다고 자연스럽게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되는 연결구조가 없다. 조합장의 선출 방식이나 연봉의 적고 많음을 바꾼다고 조합이 나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문제는 조합을 어떻게 경제조직으로써의 근본목적에 충실하도록 변화시킬 것인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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