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권의 농협 개혁 단상 1: 대의원 구성을 주목해야 (김현권)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승인 2015.02.25 21:00 의견 0

-농협에 대한 지원을 줄이더라도, 이사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곧 조합장 선거일이 된다. 이때쯤 각 조합들은 대의원 선거를 먼저 한다. 조합장 임기는 4년, 대의원은 2년이다. 마치 중간선거처럼 대의원 선거가 가운데 한번 더 있다.며칠전 내가 속해 있는 의성축협으로부터 문자가 왔는데 예정된 대의원 선거가 취소되었다는 내용이었다. 대의원 정수 이내의 후보가 등록하여 선거를 할 이유가 없어서란다.  
지금의 협동조합을 생각하면 할수록 참 답답해지는데 여러 산적한 현안과 문제점을 왜 갈수록 쌓아만 가는가 하는 의문의 답은 대의원회의 구성에서 찾게 된다. 왜 문제해결의 주체역량이 형성되지 못하는가 하는 의문은 대의원회를 통해 설명된다.
대의원회는 조합원 직선이다. 이들이 이사회 구성원을 선발하고 조합의 최고의결기구가 된다.대의원은 영농회 또는 읍면별로 정수가 배정되어 조합원이 직선으로 뽑는데 사실상 선거라고 표현하기 좀 그런 모습으로 선출된다. 나이 순서대로, 배려 차원에서, 돌아가면서 한번씩하는 미풍양속으로, 조카 아제비가 얼굴 붉히는 일 없이 그렇고 그렇게 대의원을 선발한다.
이 과정에서 조합의 운영에 대한 관심과 열정, 앞서서 일해보겠다는 희생정신과 책임의식은 끼여들 여지가 없다. 누가 대의원을 해도 아무런 차이가 없다고 생각하니 대의원이 되어도 아무런 할 일이 없다. 일년에 두어번 대의원 총회가 열려도 임기중에 한번이라도 발언하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총회 때 조합측은 의도적으로 본회의 전에 축사 격려사 시상 포상 경과보고 등을 잔뜩 넣어서 한두시간 쯤 끌고나면 본회의 때 엉덩이도 아프고 배도 고픈데 복잡한 숫자를 늘어놓으니 당연히 ' 빨리 끝내고 밥 먹으러 가자' 가 대의원 총회의 상투어가 된다.
조합 측은 대의원회가 이런 식으로 구성되어 운영되도록 사실상 조장한다. 심지어 임직원이 만만하고 협조적인 사람에게 전화해서 권유하기도 하고 선거없이 잘 조정되도록 이감사들에게 역할을 맡기기도 한다. 의성축협에서 대의원선거가 없어진 것도 그냥 된 일은 아니다.이렇게 선거없이 선출된 대의원이 또 선거없이 조정으로 흔히 잘 쓰는 표현으로 원만하게 이감사를 선출하면 이들이 과연 임기중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음으로 양으로 조합측에서 선발 되었지 조합원으로부터 권한을 위임 받았다는 생각을 하겠냐는 거다.
결국 조합장만 좋아진다. 대의원 선거든 이감사 선거든 선거라는 절차가 줄어들수록 조합이 사람들의 관심이 되지 않고 말이 나가지 않는다. 반면에 조합원의 민의는 수렴될 기회 마저 없어지고 선거를 통해 맷집이 생기고 단련되는 사람이 없으니 조합장이 10년을 20년을 해도 대적할 후보가 이사회 안에서 만들어지지 못한다.
그런데 정말로 대의원회의 구성에 대해 아무 생각이 없다. 모든 출발은 대의원 선발에서 비롯하는데 말이다.조합원의 의식이 바뀌는 길 말고 다른 길이 없다. 교육을 통할 수 밖에 없는데 조합측에서 가장 안하는게 조합원에 대한 의식교육이다. 협동조합이란 무엇이고 운영원리가 어떤지 교육은 안한다.
그동안 우리 사회는 지방자치에 관한 고민도 하고 의회에 대해 좋은 의원을 만들어내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다. 의원 연수도 많이 하고 자치활동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서브 조직들도 많다. 좋은 의회를 구성하기 위해 들인 국가적인 자원은 많아 쓰고 있다.반면에 좋은 농협을 만드는 일에 쓴 사회적 자원은 농협의 중요성과 끼치는 파급도에 비해 너무 적지 않았는가. 농협에 지원을 늘이면 좋은 농협이 되는 줄 착각하지 않았는가 자문해 볼 일이다. 앞으로는 농협에 대한 지원은 줄이더라도 대의원회 이사회의 구성원들이 자기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과 연수에 힘을 쏟아야 하지 않을까.(2015.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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