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유럽통합과 통화, 재정위기 (3) (정대영)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승인 2013.07.11 18:25 의견 0

-동아시아 경제협력에 주는 시사점

  제3장 유럽통합과 통화, 재정위기 -동아시아 경제협력에 주는 시사점   유럽국가들은 2000년대에 들어 유럽경제통화동맹(EMU)의 성공적 정착으로 정치통합을 가속화하였다. 국가연합(EU)에서 유럽합중국(United States of Europe)을 목표로 통합수준을 높여 나갔다. 2004년 10월에는 유럽합중국 헌법의 기초가 될 수 있는 헌법조약(Treaty establishing of Constitution for Europe)을 체결하였다. 그러나 헌법조약은 주권침해의 소지 등으로 일부 국가의 국민투표에서 부결되어 발효되지 못하고 2007년 6월 헌법조약의 이름을 개정조약(Reform Treaty; 통상 리스본조약이라 함)으로 바꾸고 헌법적 내용을 완화하였다. 개정조약도 어렵게 비준이 완료되어 2009년 12월부터 발효되었다. 유럽정치통합이 주춤거리고 2010년부터 유럽재정위기가 불거지면서 유럽통합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사람이 크게 늘어났다. 회의론자는 대부분 영미계 학자나 전문가로서 정치통합 없는 단일통화는 유지될 수 없는 제도이며 유로존의 해체는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유로화와 유럽통합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현재로서 정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이나 동아시아 경제협력과 관련하여 우리에게 시사하는 점은 매우 많다. 한국에도 동북아시아 또는 동아시아의 경제협력을 강화해 장기적으로 유럽과 비슷한 경제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타나고 있다. 동아시아의 경제통합은 어떻게 진전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한국경제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많다. 동아시아 경제통합은 미국이나 EU에 대응하여 동아시아에서도 경제블록을 만들 수 있다는 점, 남북분단 문제 개선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국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점 등이 장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그러나 동아시아 경제통합은 EU의 경우와 비교해 볼 때 잘 진전될 가능성은 거의 없고 어려운 점만 많다. 다음과 같은 어려운 점, 제약요인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동아시아 경제통합을 진전시킬 수 있는 관건이다. 첫째, 유럽통합은 미국의 지원을 받았으나 동아시아는 미국의 견제가 예상된다. 미국은 1980년대 냉전시대까지는 유럽에서의 소련세력의 견제를 위해 유럽통합을 강력히 지지하였다. 그러나 현재 중국은 미국의 강력한 라이벌이기 때문에 동아시아가 중국을 중심으로 통합될 가능성이 있다면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다. 둘째, 프랑스 독일 이태리 등 유럽 주요 국가는 경제력 정치력의 격차가 크지 않고 조금 차이나는 것은 다른 면에서 보완이 될 수 있었기 때문에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대화와 타협이 가능하였다. 반면 동아시아는 인구 경제력 군사력 등의 격차가 너무 커 서로 대등한 관계에서 협력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중국은 패권주의를 포기하기 쉽지 않고 이것을 용납하기 어려운 일본은 섬나라라는 지리적 환경을 이용 고립주의화, 우경화할 가능성이 크다. 또 미래에 단일통화가 논의된다 하더라도 새로운 통화의 도입보다는 위안화의 공용화로 갈 가능성도 농후하다. 셋째, 한.중.일의 경우 제도적비제도적 요인 때문에 경제통합의 제1단계인 FTA도 문제점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눈에 보이지 않는 규제 등 비관세장벽이 너무 많아 FTA를 체결해도 실익이 없는 나라로 알려져 있다. 이것이 EU나 미국이 일본과 FTA를 추진하지 않는 큰 이유의 하나이다. 중국의 경우는 FTA협정이 법대로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것이 문제다. 짝퉁이 범람하는 것을 볼 때 현재 상태에서는 지적재산권 보호가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또 중앙정부나 지방정부의 행정의 투명성, 사법부의 신뢰성도 낮다. 다음으로 민주국가와 비민주국가의 경제통합은 한계가 있을 수 있다. 그리고 EU의 가입조건(코펜하겐 기준)을 보면 첫 번째 기준이 민주주의 법치주의 안정보장 소수민족 보호 등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여부이다. 이런 기준에서 보면 중국은 경제통합의 조건을 충족시켰다고 보기 어렵다. 넷째, 동아시아 각국의 경제규모뿐 아니라 발전 단계와 수준도 크게 다른 것도 경제통합의 장애요인이다. 선진국과 후진국, 제조업 국가와 자원부국 등 경제구조가 상이한 국가 간 경제통합이 상호보완적이라 성공가능성이 높아 보이지만 실제는 반대이다. 경제통합 이론이나 실제 사례를 볼 때 경제가 상호경쟁적이고 경제구조가 비슷한 국가간의 경제통합은 효율성이 높고 성공하기 쉽다. 이는 미국과 멕시코, 유럽과 아프리카 국가간의 경제통합이나 협력은 성공적이지 못한 반면 상대적으로 경제구조가 유사한 유럽국가간의 경제통합은 그래도 성공적이라는 사실이 좋은 예이다. 다섯째, 동아시아 국가는 유럽과 달리 문화적 언어적 동질성도 크지 않다. 유럽은 기독교와 그리스로마문화를 공유하고 있다. 반면 동아시아는 한자문화 유교 등의 공통점이 있으나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지식인, 국민들의 상호이해와 연대감도 동아시아가 유럽보다 훨씬 못하다. 또 경제통합 시 공용어(업무언어)를 무엇으로 해야 할까도 쉽지 않은 문제이다. 중국어로 한다면 다른 나라의 반발이 클 것이고 중국어의 국제적인 통용성도 크지 않다. 그러면 영어로 할 것인가동아시아인에게는 배우기 쉽지 않고 정확한 의사소통도 어렵다. 유럽중앙은행은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지만 업무언어(business language)는 영어이다. 영국은 유로를 사용하고 있지 않아 유럽중앙은행의 정식 멤버도 아닌데 말이다. 필자가 ECB 국제국장(벨기에인)에게 영국이 유로존에 가입하지 않았는데 왜 업무언어를 영어로 하느냐고 짓궂게 질문했더니 농담으로 웃으면서 영어를 공용어로 쓰는 아일랜드가 유로존에 가입했지 않느냐고 재미있게 응수했다. 그리고 자신들이 쓰는 영어는 영국영어(British English)도 미국영어(American English)도 아니고 대륙영어(Continental English)란다. 영어는 이미 가장 광범위하게 쓰이는 국제어이고 또 대부분의 유럽인은 쉽게 배울 수 있는 언어이기 때문에 유럽인에게는 문제가 안 된다. 동아시아 경제협력 또는 경제통합은 이러한 여러 가지 제약요인을 생각해 볼 때 단기간에 큰 발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각 분야에서 교류를 넓히고 분열과 대립보다는 협력과 통합이 유리하다는 생각을 확산시키면 조금씩 진전이 있을 것이다. 특히 한국의 입장에서는 지정학적 위험 감축과 새로운 시장개척을 위해서 동아시아 경제협력이 중요한 과제이다. 단 욕심을 버리고 인내를 가져야 한다.     - 송현경제연구소장 정대영 *사진을 클릭하시면 송현경제연구소로 이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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