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묻는다.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승인 2015.07.27 09:44 의견 0

덮어놓고 선진국 장단에 춤출 일이 아니다

  이 글은 매일경제신문 2015.7.22 이슈토론(최저임금 6030원 결정)에 기고한 글의 원문 입니다.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703484 최저임금 대폭(1만원) 인상을 진보의 정체성인양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최저임금협상을 한 푼이라도 덜 주려는 배부른 사용자와 한 푼이라도 더 받으려는 배고픈 노동자가 줄다리기 하는 잘 나가는 회사의 임금협상처럼 생각하는 사람도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미국, 일본, 독일의 최근 추세를 들먹이며 한국도 당연히 딸가가야 할 정책처럼 생각합니다. 저는 그렇게 간단하게 결정할 정책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한국 진보와 노동계의 최저임금에 대한 입장은 "짧은 생각의 긴 폭력 극"을 연출할 소지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한계기업 노사 등 실제 이해관계자들은 (좀 비루하기도 해서) 드러내 놓고 말을 못하는데 반해,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자신이 부담할 것이 거의 없는 자들이 무슨 선-악의 대결처럼 변죽을 올리기 때문입니다. 세심하고 따뜻하고 냉철한 정치가 정말로 필요한 영역처럼 보입니다. 매일경제는 "부족하다"(홍장표)-"과도하다"(김대호)로 단순화 해버렸는데, 저는 최저임금의 의미, 기준과 여파, 대책을 깊이 생각해 봐야 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제 글과 홍장표 교수 글을 한번 대조해서 읽어 보셨으면 합니다. http://news.mk.co.kr/column/view.phpyear=2015&no=703484 ---------매일경제 기고 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국 중 28개국에 최저임금제도가 있다. 최저임금 수준을 비교할 때 주로 사용하는 지표는 근로자 평균임금 및 중위임금 대비 수준이다. 한국 최저임금은 근로자 평균임금의 23.8%(2000년)에서 35.1%(2013년)로, 중위임금의 28.8%에서 44.2%로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낮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지난 13년간의 상승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소득수준이 우리의 40%도 안되는 루마니아를 제외하면 월등한 1위다. 그만큼 영향을 받는 근로자가 많다. 2015년에는 270만명, 2016년에는 342만명으로 예상한다.   원래 최저임금이라는 법적 강제가 주는 충격은 최저임금의 절대 수준 못지않게 증가 속도에 달려 있다. 그런 점에서 작년 대비 8.1%가 오른 최저임금의 충격은 최근 들어 올리기 시작한 미국 일본 등에 비할 바가 아니다. 상승 속도만이 문제가 아니다. 기준 자체도 심각하게 잘못돼 있다. OECD 통계 기준인 근로자 평균임금이나 중위임금은 5인 이상 사업체의 전일제(상용직) 평균임금이다. 여기에는 사업체 종사자 1917만3000명(2013년)의 28%를 차지하는 1~4인 사업체 종사자가 빠져 있다. 35%에 이르는 임시·일용근로자도 빠져 있다.사업체 규모나 종사상 지위(상용직, 임시·일용직)에 따른 임금 격차가 작다면 아무래도 좋다. 그런데 한국은 사업체 규모, 종사상 지위, 근속연수에 따른 임금 격차가 세계에서 가장 큰 나라다. 그러니 5인 이상 전일제 근로자의 임금 수준이 다른 나라보다 훨씬 높게 나타난다. 반면에 최저임금 수준은 매우 낮게 나타난다. 설상가상으로 임금근로자보다 처지가 더 열악한 비임금근로자(자영업자)가 총취업자의 27%를 차지한다. 이들 대부분은 임금근로자가 되고 싶은데 못된 사람들이며, 최저임금 상승으로 퇴출되는 한계자본과 노동이 모여드는 곳이다.이렇듯 한국의 독특한 현실은 좋은 의도를 무참히 배신할 조건을 잘 갖추고 있다. 최저임금제도는 한계산업·기업을 압박해 자체 생산성을 높이든지, 아니면 퇴출시켜 여기에 묶여 있던 노동과 자본을 생산성 높은 부문으로 이전시키든지, 해외로 내쫓는 정책이다.
이 과정에서 수반되는 노동의 고통은 실업보험, 전직교육, 노령연금 등으로 완충한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절실한 고용보험 강화를 위해 고용보험료를 올리는 것도 녹녹치 않다. 더 심각한 것은 비교우위 산업·기업의 고용 창출흡수 능력이다. 바로 여기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최저임금에 관한 한 덮어놓고 선진국 장단에 춤출 일이 아니다-끝-(붉게 마킹한 부분은 지면 관계상 삭제 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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