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 사회의 합법적 입법 참사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승인 2014.10.24 10:47 의견 0

-농협과 농림축산식품부 관피아의 농락-

  지난 5월2일 국회 본회의를 우루루 통과한 수십 개 법안 중의 하나인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은 악법 중의 악법이다. 농협과 농림축산식품부 관피아에 의한 입법부 농락이자, 민주주의에 대한 유린이다. 세월호 참사에 버금가는 입법 참사다.     그 이유는 이렇다.     다른 공직선거와 달리, 누가 선거권자(조합원)인지도 모르는데, 후보(피선거권자,조합장 후보)가 조합원에게 자신을 알릴 기회 자체를 사실상 박탈하였다. 조합원이 후보들을 비교, 판단할 기회 역시 철저히 틀어막았다. 다른 공직선거에서는 허용되는 예비선거 운동기간이 없다. 또한 1년 내내 할 수 있는, 돈 안 드는 선거운동인 인터넷, 문자메시지, 전자우편을 활용한 선거운동도 이 법은 사실상 금하고 있다. 선거운동은 오로지 14일 동안만 할 수 있다. 그것도 오직 후보자 본인만이 하게 되어 있다. 부인, 직계가족도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조합원도 선거 운동을 할 수 없다.     조합장 선거는 다른 공직선거와 달리 누가 유권자(조합원)인지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시점에서야 알 수 있다. 그 때 비로소 1급 비밀로 관리되어 온 조합원 명부가 후보자에게 공개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현직 조합장과 임직원은 누가 조합원인지 오래 전부터 훤히 꿰고 있다. 자신에게 우호적인 사람을 소리소문 없이 조합원으로 등록 시킬 수도 있고, 다양한 이익도 제공할 수 있다. 금권 부정선거의 온상이다. 하지만 조합원 명부를 비롯하여 조합운영 과정이 너무나 불투명하기에 이를 사전에 막을 방법도 사후에 검증할 방법도 없다.     위탁선거법은 그 동안 후보자에 대한 좋은 비교, 평가의 장으로 기능했던 합동연설회와 공개토론회도 원천적으로 봉쇄하였다. 법안 심사과정에서 원안에는 있던 언론기관 및 단체의 후보초청 대담, 토론회도 제3자 개입이라면서 없애 버렸다. 무엇보다도 이 법에서 정한 수단, 방법 외에는 선거운동을 할 수 없도록 하였다. 그래서 자주적인 결사체인 지역농협이, 정관에 있는 합동연설회, 공개토론회, 후보초청 대담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규제 중의 최악인 ‘법으로 정해진 것 외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포지티브 규제인 것이다. 이렇듯 철저히 민간단체의 자율성을 정면으로 부정하니 어찌 대한민국 헌법 정신을 유린한 ‘입법 쿠데타’라고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현 조합장은 억대 연봉과 수억원 대의 판공비에, 조합 임직원들에 대한 인사권과 수백 수천억원의 신용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권능을 가지고 있기에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들의 농수축협에 대한 무지와 무관심을 활용하여, 기득권을 반석 위에 올려 놓기 위해 조합원과 후보자의 기본권과 국민적 상식을 모조리 빼앗고 짓밟은 것이다.     농협은 조합원(농민)에 의해서도 통제되지도 않고, 농민을 위한 조직도 아니다. 가격 폭락 등에 눈물을 흘리는 300만 농업인들의 고통도 모른다. 단지 조합장과 임직원들을 위한 신의 직장에 불과하다. 농협 빚 없는 농업인이 거의 없기에, 채권자인 농협의 농업인에 대한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한편 지역농협은 연봉만 12억 원에 8조원의 무이자 지원금과 엄청난 자산과 인력을 운용하는 중앙회(장)에 종속되어 있다. 농협중앙회장은 만석군, 조합장은 천석군, 임직원은 백석군, 조합원(농민)은 농협에 땅을 저당 잡힌 빈털터리라는 얘기가 농담이 아닌 것이다. 당연히 민주적 감시, 통제가 허술하면 농협 중앙회장과 조합장은 농촌과 농업인을 틀어쥐고 국회와 민주주의를 능멸하게 되어 있다.     바로 그래서 국민과 수백만 조합원의 이목을 집중시켜 좋은 사람도 뽑고, 공명선거도 실현하기 위해 내년 3월11일 조합장 동시선거와 이를 관리하기 위해 위탁선거법을 만든 것이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로 인한 온 국민이 분노와 통곡의 세월을 보내고 있을 때 슬그머니 국회를 통과하여 농수축협 개혁과 풀뿌리 민주주의에 정면 도전하니, 상식과 양심을 가진 사람으로서 어찌 가만히 있을 수 있겠는가!     위탁선거법은 현 조합장 등 기득권자를 보호하고 새롭고 참신한 새로운 조합장의 출현을 원천적으로 막고 조합원을 민주적 기본권을 박탈한 반민주 악법이다. 이러한 법이 대명천지에 대한민국 국회를 통과했다고 하는 사실 자체가 참으로 황당하고 수치스러운 일이다.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스러져간 수많은 영령들을 뵐 낯이 없다. 민주주의와 상식의 죽음 앞에 목놓아 울지 않을 수 없다. 풀뿌리 민주주의 수호 투쟁, 농협주인찾기 투쟁에 떨쳐 일어나지 않을 수 없다.     * 본 기사는 농협주인찾기연대회의 창립을 선언하며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 소장이 쓴 성명서입니다. 사회디자인여구소와 농협주인찾기연대회의는 계속해서 농협 개혁과 위탁선거법 개정을 촉구하며 토론회, 기자회견 등을 계획 중입니다. 많은 관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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