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1 조합장 동시선거, 똑바로 치러야 하는 이유

최양부(농협바로세우기연대회의 상임대표) 승인 2015.02.25 20:50 의견 0

-농협 바로세우기의 역사적 시작점이 되게 해야-

 
우리나라 협동조합 역사상 첫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가 3월 11일 전국 1326개 농축협, 수협, 산림조합에서 일제히 실시된다.
그동안 농협 등의 조합장 선거는 조합별로 정해진 정관에 따른 ‘그들끼리의 동네선거’였다. 사회적 관심 밖에서 폐쇄적으로 진행돼 잡음이 많았던 선거가 선거관리위원회의 위탁 관리를 받아 한날한시에 치르는 전국 동시 선거로 바뀌었다. 270만 명에 달하는 농어가 인구 모두가 참여하는 ‘또 하나의 지방선거’가 된 것이다.그러나 여전히 금품 수수와 후보 매수 등 시대착오적인 돈 선거로 혼탁한 양상이라는 소식만 들려온다. 돈 선거는 빙산의 일각이다. 311선거가 안고 있는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지금 농업인들 사이에 “311선거가 만일 이대로 진행된다면 대규모 부정선거가 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조합원 중 무자격 짝퉁(깡통) 조합원이 상당히 많기 때문이다.
무자격 조합원 문제는 정부와 농협중앙회의 방임과 방조 속에 누적돼 온 구조적 문제다. 짝퉁 조합원은 사망한 자, 조합구역 내 비거주자 또는 타 지역 이주자, 타 업종 종사자로 지금까지 농사를 지은 적이 없는 자, 고령으로 농사를 그만둔 자, 농사 실패 뒤 농사를 다시 지을 계획이 없는 자, 서류만으로 형식적인 자격 요건을 갖추어 조합원이 된 임직원 등으로 그 수가 적게는 조합원의 20∼30%(농촌 지역의 경우), 많게는 50∼60%(도시 농협의 경우)나 된다. 이 중에는 전현직 조합장들이 자기 사람을 선거용으로 심어 놓은 깡통 조합원도 많다. 그런데 이들이 피선거권자로 버젓이 조합장에 출마하고, 선거권자로서 투표권을 행사한다면 어떨까. 이는 명백한 부정선거다. 선거 후 예상되는 대규모 법적 분쟁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무자격 조합장 후보와 깡통 조합원은 투표 실시일 이전까지 반드시 걸러내야 한다.
또한 농협중앙회와 정부와 국회는 이번 선거를 공명정대하게 관리한다는 명분으로 ‘위탁선거법’을 제정했다. 이 법은 후보자 합동연설회나 초청토론회를 없애고 후보자 혼자 선거운동을 하되 조합원을 찾아다니는 것을 금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현직 조합장은 통상적인 업무 수행이란 명분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지만, 다른 후보자들은 입과 손발이 모두 꽁꽁 묶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렇게 되면 선거권자인 조합원의 알 권리도 박탈된다. 그래서 선거를 관리 감시해야 할 국가기관이 오히려 현직 조합장을 돕는 불공정, 불평등 선거를 조장한다는 농업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311선거가 지난 25년간 치른 조합장 선거 가운데 최악의 비민주적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물론 당장 위탁선거법을 개정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이미 헌법재판소 판결로 인정된 ‘조합장 위탁선거관리규칙’(중앙선거관리위원회 규칙2005년 4월 23일)에 따라 조합장 합동연설회 또는 공개토론회를 전면 허용하는 특단의 조치를 정부가 내리는 것은 가능하다.
311선거를 통해 역설적으로 ‘어려운 농업인을 돕는 농협’이란 미명 아래 감추어진 농협의 일그러진 민낯이 국민에게 처음 노출됐다. 농협의 실상을 알리고 농협 개혁에 대한 공감대를 만들어 내고 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삼성이나 현대가 나라 경제를 움직이듯 농림수산협동조합도 농산어촌 경제를 움직이는 중요한 경제사업체이며 풀뿌리민주주의를 실천하는 주민자치 조직이다. 조합장 선거는 우리나라 농림수산업과 농산어촌 지역사회 발전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선거다. 그동안 우리 농협 등은 국가로부터 각종 특혜 지원을 받으며 성장해 왔다. 하지만 정작 조합원인 농업인이 절실히 바라는 농산물 제값 받고 잘 파는 협동조합 고유의 유통판매 사업은 뒷전이고 돈 장사나 하는 임직원을 위한 집단이 됐다는 비판을 받는다. 이를 바로잡으려면 조합원 농업인들이 이번 311선거에서 농협 등을 이 지경으로 만들어온 책임자들을 심판해야 한다. 특히 자신의 출세와 이익을 위해 농협을 사유화하고 농단해 온 현직 조합장, 이사, 감사 등 농협 임직원 출신 또는 지방유지, 정치인 출신 조합장 등을 모두 물갈이해야 한다.
농협을 농업인을 위해 일하는 조직으로 개혁시킬 진정한 농업인 출신 후보자를 조합장으로 새로 뽑는 선거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 그래서 311선거가 협동조합으로서 정체성을 상실한 농협의 근본을 바로잡는 국가적인 ‘농협 바로세우기’의 새로운 역사적 시작점이 되게 해야 한다.(끝)
본 기사는
동아일보(2015.2.25)에도 게재된 글입니다.http://news.donga.com/3/all/20150225/69789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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