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이 성공하려면(2)

김병준(전 청와대 정책실장) 승인 2011.05.12 04:17 의견 0

-변화와 혁신-

    <변화와 혁신>   이런 변화(국가역할의 축소, 국가위의 기업, 고용없는 성장, 양극화, 금융위기, 가족의 붕괴)가 일어날 때,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청중 침묵..........) 바뀌어야 됩니다. 세상이 바뀌었는데, 그 변화에 적응을 해야 되겠지요. 변화에 적응을 못하면, 개인이든, 회사든, 학교든, 국가든, 망할 수밖에 없습니다. 옛날에 만석꾼, 백 만석꾼 하던 양반들이 보통교육의 시대가 열리는데도 불구하고 “아이들을 서당에 보내야지 학교는 무슨 학교냐 하다”가, 또 딸자식을 학교에 왜 보내느냐고 고집피우다가 자식들 엉망 되고 결국 그 부를 유지 못한 예들이 있지요. 농업시대가 끝이 나고 산업화시대에 접어드는데도 불구하고 “농사를 지어야지 무슨 소리냐”며 산업자본으로 갈아타지 않다가 결국 망한 경우도 있지요. 시대가 바뀌면 바뀌어야 합니다. 보통교육의 시대가 되면 학교에 보내야하고, 산업화가 되어갈 때는 얼른 산업자본으로 갈아타든가 분산투자를 해야 합니다. 못하겠다고 버티면서 ‘무슨 놈의 세상이 이런 세상이 있나’ 비난하고 있다가 결국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수도 없이 많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사람들이 보입니다. 아직도 사법고시해서 변호사만 되면 떼돈 벌고 평생이 보장되는 것으로 생각하고 소질도 재질도 없는 애를 법학 공부시킵니다. 판검사 못되는 건 둘째 치고, 설령 판검사 되면 뭐합니까동료들과 경쟁해서 쳐지면 이제는 약도 없습니다. 거기서 일등하지 못하면 결국 또 도태됩니다. 그 정도로 세상이 변했습니다. 자식들에게 무엇을 시킬 것인가좋아하는 거 하게 하면 됩니다. 어떤 분야에서든 1등, 탑 레벨에 가지 못하면 어차피 모두 도태되는 세상입니다. 뭐든 잘해야 하고, 잘하려면 열심히 해야 하고, 열심히 하려면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이어야 합니다. 좋아서 하다보면, 남의 머리를 만져주다가도 세계적인 헤어디자이너가 되기도 하고, 남의 신발을 닦다가도 세계적인 구두제조회사의 간부가 될 수 있습니다. 자전거방 하다가 정말 자전거 아티스트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나 싫어하는 것을 억지로 하면, 변호사가 되고 의사가 되도 결국 그 자리를 지키기가 힘듭니다. 이런 변화의 시기가 우리에게 왔는데도, 아직도 매우 많은 분들이 옛날식으로 하려고 합니다. 이것도 변화에 저항하는 겁니다. 우리는 변화에 저항하기 보다는 변화가 일어나는 만큼 그 변화를 따라가야 됩니다. 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면 앞서 말씀드렸던 일본 사례가 됩니다. (국가부채 도표) 일본의 국가부채가 지금 매우 위험한 수위인데요, 어는 국가든 어느 정도 부채를 질 수밖에 없고, 또 재정정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부채를 져야 할 이유가 생기기도 합니다. 갑자기 국가에 위기가 닥쳤거나 재정위기가 오면 선투자를 하는 방법도 있거든요. 그런데 일본은 지나치죠. 변화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아시다시피 일본은 고령화속도가 세계에서 제일 빠릅니다. 당연히 그 고령화에 맞게 사회시스템, 재정시스템이 바뀌어야 했습니다. 국가가 노인들을 보살피고 보호해줄 만큼의 재정을 확보해야했고, 그러자면 세금을 올렸어야 하는데 일본이 그걸 못한 겁니다. 고령화속도가 빨라지고, 노인들이 옛날처럼 단순한 서비스를 요구하는 게 아니라 높아진 생활수준만큼 요구도 점점 많아지는데, 국가가 따라가지 못하니까 빚을 내서 쓰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것이 오늘날 일본의 국가부채를 이 수준으로 만든 겁니다. 조세구조를 바꿔야하는데 그것을 못한 겁니다. 일본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서구국가들이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일본이 이 상황을 당분간 못 벗어나고, 또 못 고칠 거라고 봅니다. 당분간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그 사이에 한국은 일본을 따라잡는 정도가 아니라 넘어가고 있습니다. 삼성이 소니를 추월하고, 아모레 퍼시픽이 시세이도를 추월하고, 현대가 도요타를 추월하고, 뭐든지 우리가 다 추월하거나 추격하고 있습니다. 일본과 우리가 산업구조가 비슷해서, 일본이 주춤하는 것이 우리에겐 절호의 기회인 것입니다. 일본은 벗어나기 힘듭니다. 기업들 도망갈까 봐 법인세는 더 내리겠다고 합니다. 세금 안거두면 큰일 나게 생겼으니 소비세(우리나라의 부가가치세와 같은)를 더 거두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부가세는 지금 10%이죠. 영국이 20%입니다. 소비세는 간접세이기 때문에 조세저항이 덜합니다. 일본은 법인세와 같은 직접세는 줄이고, 소비세와 같은 간접세를 올리려고 하는데, 일본국민들이 법인세 내리는 것에 대해서는 아무 말 하지 않지만, 소비세를 현재의 5%에서 한국수준인 10%로 올리려고 했다가 지금 벌써 정권이 몇 번째 무너지고 있습니다. 이번에도 소비세를 또 올리려고 했다가, 말 꺼내기도 전에 그야말로 죽을 뻔했습니다. 일본 국민들이 안 받아들입니다. 국민이 안 받아들이면 정치인들이(어떤 당이 되었든) 무조건 이 문제만큼은 국가차원에서 공동대응하자고 해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분명히 문제가 있는 줄 알면서도 말입니다. 오히려 “우리는 소비세 그대로 두겠다”거나 “오히려 낮추겠다” 이런 공약을 내세웁니다. 이러면 다른 당도 세금 못 올립니다. 그 사이에 일본은 어려워지는 겁니다. 학교 보내야하는데 끝까지 서당 보내다가 망하는 것처럼 고집부리다가 망하는 겁니다. 혁신을 해줘야하는데 혁신을 못하니까 망하는 겁니다. 우리 사회도 이 혁신을 해야 합니다. 나라가 잘되려면, 대한민국이 성공하려면 혁신이 계속해서 일어나 줘야하는데, 어떻습니까사회가 변화는 만큼 그 변화에 맞게 우리나라의 체제가 혁신되고 있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저의 답은 ‘잘 안 되고 있다’입니다. 대한민국이 그래도 세계에서 가장 혁신이 빨리 되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더 빠른 속도로 혁신이 된다면 우리는 더 잘 살 수 있겠지요. 따라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의 희망은 국민 - 까다로움, 그리고 성공에 대한 열정> 저는 우리 국민들에게서 그 희망을 봅니다. 대단한 국민들입니다. 두 가지 큰 특성이 있습니다. 하나는 까다롭다는 사실입니다. 불편을 잘 못 참습니다. 누가 태국 갔더니 공항에서 줄서서 고개 내밀고 있는 사람은 전부 한국 사람이라고 하더군요. 다른 나라 사람들은 가만히 서 있는데, 한국 사람들만 고개 내밀면서 ‘앞에서 빨리 안가고 뭐하냐’ 한다는 겁니다. 까다롭습니다. 웬만하면 참지 않습니다. (청중 대박 웃음) 공무원들이 서류 좀 늦으면, 민원대 차단막 타고 올라갑니다. 비행기 한번 타보십시오. 대한항공이나 아시아나가 최고의 수준입니다. 우리 항공사들이 잘나서가 아니라 승객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얼마 전에 제가 미국에서 비즈니스 석을 탔는데요, 비즈니스 석에 탔는데도 뭘 좀 갖다달라니까 스튜어드가 ‘hey' 그러면서 던지는 겁니다. 엉겁결에 제가 받았어요. 대한항공 같았으면 회장실에 전화하고 야단날 겁니다. 승객이 까다롭습니다. 용서하지 않습니다. 조그마한 실수 하나도 따집니다. 지금같이 변화를 요구하는 시대에서는 이 ‘까다로움’만큼강한 경쟁력이 없습니다. 자연스럽게 한국은 모든 소비재의 테스터 마켓이 되고 있습니다. 한국 사람들을 만족시키는 것은 세계 모든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기 때문입니다. 틀림없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가 한국에 와서는 맥을 못 춥니다. 이 정도의 서비스면 세계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다하며 들어 온 것이 결국 보따리 싸서 나갑니다. 한국에 들어온 수많은 프랜차이즈들은 전부 한국의 스탠다드로 새로 맞추고 있습니다. 그만큼 한국 사람들은 까다롭습니다. 이 까다로움이 한국사회에 끊임없이 혁신이 일어나게 합니다. 두 번째는 성공에 대한 열정이 있습니다. 무엇을 해야 되겠다고 하면 실제로 합니다. 아이에게 영어 공부시키는게 좋겠다싶으면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영어하게 만듭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영어를 하게 합니다. 오바마가 한국교육을 칭찬했다고 하는데, 한국의 교육정책을 칭찬한 게 아니고요, 한국인의 교육열을 칭찬한 겁니다. 그런데 이것이 하루 이틀 만에 일어난 것이 아닙니다. 쌓이고 쌓여서 여기까지 온 것입니다. 까다롭고 열정을 가진 국민들, 이것이 한국을 성공하는 나라로 만들고, 앞으로 더더욱 세계의 중심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우리사회의 성장의 주조는 국민이다라는 것이 제가 가진 확신입니다. <변화에 대한 저항> 그런데 아주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이 성장의 주조가 아니라, 성장을 방해하거나 모자란다고 생각합니다. 위대한 지도자를 잘 만났기 때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예를 들어서 박정희 대통령의 역할에 대한 관점의 차이를 들 수 있는데요, 한국이 보릿고개를 넘어 여기까지 온 것에는 분명히 박정희 대통령의 역할이 있습니다. 가장 중요했던 역할로는, 최소한 외국의 다른 개발도상국처럼 외국인의 직접투자를 허용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있습니다. 국가가 직접 차관을 빌려오고, 정부가 시장을 통제하면서, 외국의 직접 투자를 하용하지 않았습니다. 외국인 직접 투자의 병폐가 매우 많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본다면 매우 중요한 사실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공적을 인정하는 여러 가지가 근거가 있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3공화국의, 아니 지금까지 대한민국 성장의 동력은 우리 국민에게 있습니다. 위대한 지도자가 아니라 국민에게 있어왔습니다. 앞으로도 상당기간은 이 국민이 끌고 갈 것입니다. 위대한 국민이라고 누가 그러더군요. 신통치 않은 대통령 여러 사람 뽑아놔도, 역시 경제는 경제대로 발전합니다. (청중웃음) 농담이 아니라 저는 그런 부분이 매우 많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런 한국 사람의 혁신적인 노력을 가로막거나 방해하는 요소들이 우리 사회에 아직 너무 많다는 것입니다. 곳곳에서 가로 막고 있습니다. 그런 요소를 제거하면 우리는 크게 발전할 수 있습니다. 제거해야합니다. <흑사병 - 변화를 따라잡지 못한 상징적 사례> (14세기 유럽 페스트 그림) 14세기 유럽에서 흑사병이 있었습니다. 유럽인구의 3분의 1이 줄었습니다. 300년 동안 수시로 흑사병이 퍼져서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흑사병이 왜 생겼을까요사람들은 쥐를 이야기합니다. 쥐가 돌아다니며 균을 옮겼다는 겁니다. 그런데 저는 다르게 이야기합니다. 흑사병은, 도시의 발전 속도에, 도시관리 체제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사람들이 모여 살면, 당연히 그만큼 상수도 시설, 하수도 시설, 청소시설이 발달해 줘야합니다. 그래야 도시가 건강하게 안전하게 유지가 됩니다. 사람은 빠른 속도로 한 곳에 집중되기 시작하는데 상하수도 목욕시설 청소시설 같은 도시관리 체제가 따라가지 못하기 때문에, 도시가 황폐화되고 거기서 균이 생겨 옮겨 다니기 시작하는 겁니다. 생물학자들이나 의학자들은 쥐가 병균을 옮겨서 그렇다고 하지만, 저 같은 정책학자의 입장에서는 도시관리 체계가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보는 것입니다. 제가 흑사병 이야기를 드리는 이유는, 우리 국가의 관리체계와 각종 제도에 대해서 말씀드리고자 해서입니다. 국가관리 체계와 제도가, 국민들이 열심히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방해가 되고 있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어서입니다. 우리 국민들은 다른 나라 국민들보다 더 열성적으로 일합니다. 빠르게 달리는 사람일수록 벽에 부딪히면 더 크게 다칩니다. 사회가 천천히, 가는지 안 가는지도 모르게 변한다면, 그래서 국민들이 슬로우 모션으로 움직인다면 벽에 좀 부딪혀도 그런가보다~ 합니다. 그러나 한국 사람들처럼 빠르게 달리는 사람들은, 그만큼 빠르게 안 따라주면, 벽에 부딪혔을 때 죽어버립니다. 바로 이런 점에서 국가관리 체제를 말씀드리는 겁니다. <현대판 흑사병들> ‘금융위기’도 제가 설명 드리기에는 ‘현대판 흑사병’입니다. (부동산 상승도에 대한 차트) 집값이 90년대 후반에 가서 아주 많이 치솟습니다. 모두들 돈을 빌려서 집을 사니까 집값이 올랐습니다. 그 시기에 세계 전체가 집값이 올랐습니다. 언제인지 아십니까참여정부 시절입니다. 참여정부 시절에 집값이 엄청 올랐죠강남은 2배, 3배 올랐습니다. 그러니 대한민국 정부가 도대체 어찌돼서 이 모양 이 꼴이냐 비난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맨하탄의 일부지역은 6배 올랐습니다. 파리, 런던 모두 특정지역에서 4배에서 6배 올랐습니다. 경기가 침체된 독일과 일본을 제외하고는 OECD 대부분의 국가가 집값이 뛰었고, 인도 뉴델리나 뭄바이 지역은 무려 12배나 올랐습니다. 그러다가 금융위기를 맞으면서 어느 순간에 확 떨어졌습니다. 이것은 현대판 흑사병입니다. 미국의 돈 가진 사람들이 투자를 안 하고, 전부 집을 사고, 돈을 가진 사람들은 돈장사 했습니다. 미국사람들이 말하는 자본가들의 탐욕(greed)을 어느 정도는 저지해줄 수 있는 규제시스템이 그 어딘가에는 존재해 있어야 하는데, 그 규제시스템이 존재하지 못했고, 돈의 흐름을 제대로 잡기 위한 제도가 정비되지 못함으로써 금융위기가 발생했던 것입니다. 그것은 도시관리 체제가 정비되지 않아 흑사병이 생긴 것과 똑같은 구조입니다. 지금에 와서야 오바마 정부가 들어와서 손을 대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한 달 두 달 가면서 점점 그 정신을 잃어버리고 있습니다. 위기가 왔을 때 ‘옳다 이거 정말 고쳐야하는구나’ 해야 하는 겁니다. 다시 문제가 유지되고 있고, 그대로 가고 있는 겁니다. 이런 흑사병 같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런 흑사병이 우리 사회에는 없는가무수하게 많습니다. 제가 하나하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역인센티브> 우리 사회에는 각종의 역인센티브가 있습니다. 일을 열심히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 못살거나 어려워지는 것을 말합니다. 제가 당했던 거 하나 말씀드려볼까요 미국유학시절입니다. 80년이 되니까 어느 날 영사관에서 통지가 왔습니다. 여권을 갱신하라는 겁니다. 당시에는 모두 단수여권이었습니다.(지금은 다 복수여권입니다) 한번 사용하면 끝나는 거죠. 갔다 오면 다시 여권발급 받아야 하는 겁니다. 그런데 이 단수여권을 복수여권으로 바꿔준다는 통지가 온 겁니다. 문제는 비싼 수수료였습니다. 본인은 40불, 배우자는 60불, 총 100불의 수수료를 내야하는 겁니다. 당시 한달 생활비가 600불 정도였는데, 아파트 임대로가 300불이었습니다. 와이프가 유학시절 내내 파마 한번 못할 정도로 돈이 없었습니다. 당시 유학생의 생활이 다 그랬지요. 복수여권으로 바꾸려면 사진도 찍어야하니 총 130불이 필요했었습니다. 그래서 유학생들이 회의를 했어요. 유학생이 얼마 안 되니까 대여섯 명 앉아 회의를 했는데, 결론은 ‘하지말자’였습니다. 저는 귀국할 때가 다 되어가고 있었으니 더더욱 복수여권이 필요 없었습니다. 그런데 집에 와서 아무리 생각해도 신청을 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왜냐면 저는 전공이 행정학인데, 귀국해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는데, 여권 안 바꾼 문제로 딴죽 걸면 곤란하다 생각했고, 그래서 ‘국가에 협조’를 하기로 했습니다. 사진관에 갈 돈이 없어 흰 벽에 서서 직접 카메라 사진 찍고, 사진 크기가 맞지 않아 오려내는 등 고생하고, 수수료 100불 내고........ 그렇게 바꿨습니다. 다른 사람은 아무도 안했지요. 그리고 3개월이 지났습니다. 또다시 통지가 왔어요. 여권 갱신율이 지극히 저조하여 특별기간을 설정, 본인은 20불, 배우자까지 40불에 해 줄 테니 이 기간에 하라는 겁니다. (청중 웃음) 여러분들 어떻게 생각하십니까국가가 하라는 대로 따라하는 사람은 ‘고문관’이 되어버렸습니다. 저를 도서관에서 만나기만하면 ‘저 ××같은…….’ 그랬습니다.(대박 웃음) 그런데 우리 사회에 그런 것 없습니까(긍정의 술렁임 가득) ‘재개발’문제 생길 때, 끝까지 투쟁해서, 명동성당까지 가서 머리띠 두르고 자빠져야지 최고로 많이 보상받습니다. 처음에 ‘국가사업인데 협조해야지’하고 사인하고 도장찍어준 사람은 제일 적게 받습니다. 그러면서 왜 데모하느냐고 합니다. 데모할 수밖에 없게 만들어놓고 말입니다. 국가가 순응을 가르치는 게 아니라 불순응을 가르칩니다. 이런 역인센티브 구조가 우리 사회 곳곳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복지논쟁> 요즘 복지논쟁이 한창입니다. 박근혜 대표도 복지, 민주당도 복지 이야기입니다. 저도 복지논쟁에 대해서는 할 말이 많습니다. 우리 사회의 분배에는 두 가지 구조가 있습니다. 첫 번째 구조는 ‘시장에 의한 분배’입니다. 쉽게 표현해서 서로가 월급을 주고받고 그렇게 하는 겁니다. 그런데 시장이 가진 모순 때문에 분배가 공정하게 이루어지지 않죠. 시장에서 불공정하게 분배가 되면, 조금 모자라는 부분을 국가가 개입해서 2차 분배과정을 세금과 연금 등으로 조정합니다. 복지의 중요한 핵심은, 국가가 거둬서 하는 2차 행위가 아니라,1차에 의한 분배가 제대로 되느냐 입니다. 1차 분배의 공정성이 핵심입니다. 똑같이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사는데, 아무런 노력 없이 수도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집값이 올라서 돈을 벌고, 지방에 산다는 이유만으로 집값이 내려 나중에 서울근처에 오지도 못하는 구조가 된다면, 1차 분배구조가 잘못된 겁니다. 그것을 국가가 복지라는 이름으로 세금을 거둬서 해결하려 해봐야 될 리가 없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지니 복지 이야기는 이것만 하고요, 암튼 우리 사회는 1차 분배구조의 왜곡이 만연해있습니다. 외람되고 불편한 이야기가 될 수도 있지만, 요즘은 신데렐라도 안 나옵니다. 결혼도 사회경제적 조건이 비슷비슷한 사람들끼리 합니다. 옛날에는 정말 신데렐라도 있고 바보온달도 있었어요. 지금은 연애도 비슷한 환경인 사람들끼리 합니다. 그리고 삼성의 임원 자녀들은 삼성에 많이 들어가요. 특채다 뭐다해서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배분구조에서는 사람이 의욕이 안 생깁니다. 불평불만이 생깁니다. 사회에 대해서 문제 재기하게 되어 있습니다. 사회가 불안해집니다. 복지논쟁도 중요하지만, 이런 구조를 바로 잡는 것이 우선입니다. <준법투쟁> 대한민국에서는 법을 지키면 안 되게 되어 있습니다. 오죽했으면 법 지키는 것을 투쟁의 수단으로 썼겠습니까예를 들어드리자면,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만, 택시기사(버스기사님들도)님들이 법규정대로 다 해서, 개문발차 절대 안하고, 손님 다 내리고 난 다음 확인하고, 서서히 발차하고, 차선위반 안하고, 속도 다 지키면, 아침에 출근 못합니다. 집을 한번 지어보십시오. 건축법, 소방법에 저촉 안 되도록 집을 짓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장사를 해보십시오. 국가에서 내라는 규정대로 세금 다 내면 과연 장사를 할 수 있겠습니까. 어느 법을 어겨도 어기게 되어 있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법을 어기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니까 경찰서에서 전화 오면 가슴이 쿵 내려앉습니다. 검찰에서 전화 왔다 하면 그 자리에서 자빠집니다. (청중 심하게 긍정하며 웃음) 이런 잘못된 구조가 바뀌어야합니다. 대한민국 국민이 열심히 사는 것을 방해하고, 벽을 만들고....... 고쳐져야 됩니다. 고쳐주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런데 이런 역인센티브 고치는 것 쉽지 않습니다. 제가 해봤거든요. 이야기 꺼낼 때마다 두들겨 맞습니다. 개인적인 경험입니다만, 그냥 두들겨 맞는 정도가 아니라 파렴치범으로까지 몰립니다. 굉장히 무섭습니다. 구조적입니다. 이해관계를 가진 사람이 많이 있어서 바꾸려고 하면 무지무지한 저항과 공격이 들어옵니다. 쉽지 않습니다. 어떤 특권적 구조를 허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미국의 오바마도 결국 상당부분 항복했습니다. 케네디는 왜 암살을 당했습니까케네디는 두 가지를 추진했습니다. 하나는 미국 내의 내부개혁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던 미국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벽들, 인종차별과 같은 벽들을 허물려고 했고 복지를 더 강화하고자 했습니다. 또 하나는 대외적인 평화정착이었습니다. 전쟁을 안 하려고 했습니다. 그래서 월남전을 거부를 했었습니다. 케네디는 대외 평화, 대내 개혁이라는 두 개의 깃발을 걸고 가다가 죽어버렸습니다. 그런 다음 존슨 대통령이 들어왔습니다. 이 사람은 아주 노회한 사람입니다. 존슨은 그 두 개의 깃발 중 어느 하나를 버렸는데요. 대외 평화를 버렸습니다. 월남전이 확대됩니다. 그래서 미국의 군산복합체라는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고, 그들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고 장수를 합니다. 지금 오바마도 케네디와 같은 입장에서 출발했다가 대외정책부터 손을 들고 있습니다. 대내 정책에서도 점점 후퇴하고 있습니다. 위기가 굉장히 고조되었을 때는 오바마를 지지해야한다고 했다가, 차츰 부정적으로 봅니다. 오바마도 지금 어려운 단계로 접어들었습니다. 쉽지 않습니다. <다양성> 우리 사회 곳곳에 만연해 있는 역인센티브 구조를 고치려면,다른 사람들의 생각이나 이해관계를 존중해줘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는 존중해주지 않습니다. 제가 고향이 대구입니다. 대구에 가서도 강연을 했는데, 매를 맞을 생각으로 강연을 했습니다. 대구는 앞으로 발전될 가능성이 없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매를 맞을 줄 알았는데, 거기 계신 분들이 다 동의를 하셨습니다. 대구의 구호는 ‘Colorful 대구’입니다. 실질적인 사고는 전혀 컬러풀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남이가’ 이러면 이뤄집니다. 사회변화가 일어나려면 다양한 생각과 다양한 아이디어들이 수용되어져야하는데 그러지 못합니다. 섬유산업만 해도 지금은 직조문제가 아니라 디자인이 중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와야 합니다. 그런데 서울사람, 광주사람, 충청도사람이 대구 가서 살기가 편합니까안 가려고들 합니다. 해안가는 대체적으로 개방적입니다. 그러나 내륙지역, 특히 광주나 대구가 폐쇄적입니다. 요즘과 같은 지식정보사회는 폐쇄적인만큼 뒤쳐질 수밖에 없습니다. 고쳐야 합니다. 정말 남을 배려하고, 생각이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배경이 다른 사람을 배려해주는 분위기가 없으면 대구 사회에서 혁신이라는 것은 말뿐이지 지키기가 힘듭니다. 대구사회 지도자부터, 광주사회 지도자부터, 다양성과 개방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철저히 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사회가 바로 그렇습니다. 많이 나아졌지만 아직도 우리 사회는 획일적인 사고를 많이 합니다. 다양한 사회들에 대해서 인정을 안 합니다. 사례를 들어드리겠습니다. 노무현대통령 시절에 한총련을 인정했습니다. 소위 좌익학생들이죠. 그랬더니 사람들이 뭐라고 하는가하면, 노무현정부가 한총련 편이기 때문에 인정해줬다고 합니다. 제가 단언을 하건대, 한총련 편 아닙니다. 무슨 편이냐‘다양성’ 편입니다. 자유총연맹이 됐든 뭐가 됐든 이쪽에 이런 단체가 있으면, 저쪽에 저런 단체가 있어줘야 합니다. 우리 사회에 다양성이 확보되어야합니다. 역인센티브가 곳곳에 존재하고, 다양성을 가로막는 문화적 배경, 권위적인 생각들이, 제 마음속에나 여러분들의 마음속에 있고, 이런 것들이 사회의, 대한민국의 열정들을 가로막고 있습니다. <무용지식 - 인과관계의 왜곡과 오류> 자기 생각이 잘못될 수 있다는 것을 조금씩만 인정해도 우리 사회는 달라집니다. ‘무용지식’이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앨빈 토플러가 쓴 표현입니다. ‘obsoledge’ 입니다. obsolete+knowledge 우리 머릿속에는 이 무용지식이 매우 많이 들어있거든요. 흑사병이 일어났을 때, 페스트의 원인을 신앙에서 찾은 사람들도 매우 많았습니다. 하나님을 제대로 믿지 않는 유태인들 때문에 발생했다고 보는 겁니다. 그래서 유태인들을 잡아다 화형을 시켰습니다. 유태인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닙니다. 토마스 홉스의 『리바이어던』이라는 귀한 책이 있습니다. 홉스는 ‘사회과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사람인데, 그 저서를 찾아서 태워버는 일을 합니다. 『리바이어던』 보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이런 표현을 쓰면서 사람들의 동물적 속성을 다뤄놓고 있거든요. 하나님의 자식을 동물적으로 표현하는 등의 무신론적 행위를 했으니 하늘이 벌을 준 것이라 믿은 것이지요. 그것뿐입니까토플러의 책에 나오는 이야기입니다만 한때 유럽 사람들은 토마토를 먹지 않았다고 합니다. “토마토는 나무에서 자라고, 이 토마토를 먹으면 사람이 죽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나중에 일부 생물학자들이 먹어도 안 죽는다는 걸 보여줌으로서 먹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지금 제가 이런 이야기를 드리면 ‘아! 그거 정말 잘못된 지식이다’이러죠. 하지만 이미 나도 모르게 잘못된 지식은 매우 많이 꽉 차여 있습니다. 최근에도 그런 걸 많이 봅니다. 기업이 투자안하는 이유는 앞서 말씀드렸죠. 그런데 기업이 투자안하는 것을 ‘정부의 반기업적 정서’ 때문이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참여정부 시잘 저는 이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정부의 반기업적 정서 때문에 투자를 안 하는 거면 춤추겠다“고 말입니다. 왜냐하면 그 정부는 없어지잖아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무슨 문제만 생기면 이명박 대통령 잘못이에요. 옛날에는 무슨 문제만 생기면 노무현대통령 잘못입니다. 이런 것도 잘못된 무용지식, 즉 obsoledge입니다. 원인은 다른데 있습니다. 우리가 틀릴 수 있다는 생각을, 내 믿음에 대해서, 아니면 내가 가진 것에 대해서 한번 생각해보고 다른 사람의 의견도 존중해보고 이렇게 가야합니다. 인과관계에 대한 잘못된 사례들이 우리 머릿속에는 무수히 많습니다. 웬만한 충격들로는 안 고쳐집니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찾아내서 우리 스스로 노력하면 상당히 나아질 꺼라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이 성공하는 방법에 대한 제 나름의 견해는 오늘은 여기까지 마치겠습니다. (청중들의 열화의 같은 박수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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