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금융 이대로 둘 것인가?

socialdesignkorea 승인 2014.03.20 10:18 의견 0

정대영 dyj@bok.or.kr

한국 금융은 구제불능의 사고뭉치, 악덕업자의 소굴이 되어가는 듯한데 이번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도 특별한 대책이 없다. 동양증권 경영진들은 4만여 명 고객에게 수조원의 손실을 끼치고 사기혐의로 구속수사를 받고 있다. 몇몇 은행들은 어이없는 사기대출에 휘말리고, 서민금융기관은 일본계 대부업체 손에 넘어가고 있다. 그리고 한국씨티은행과 SC은행의 엄청난 개인정보 유출에 이어, 국민 농협 롯데카드에서는 대한민국 성인 대부분의 개인정보가 유출되었다. 필자도 주민번호와 은행계좌 등 수많은 정보가 유출되었다. 분통이 터지고 불안하다.     한국 금융이 사고를 친 것은 이것만이 아니다. 가장 큰 사고는 IMF사태라 불리는 1997년 금융위기일 것이다. 1997년 위기는 수많은 금융기관과 기업의 도산, 어마어마한 국부유출, 급격한 실업 증가와 가정해체 등을 초래한 사건이다. 200조원에 가까운 공적자금의 투입과 직원 40% 정도의 구조조정을 통해 금융기관 경영진은 고액 연봉자가 됐고, IMF사태를 초래한 관료들은 승승장구했다. 2002년경에는 신용있는 사람에게 발급해야 할 신용카드를 길거리에서 마구 발급하여 경제활동 인구의 1/4 정도인 390만여 명을 신용불량자로 만들었다. 이어 소액 서민금융을 담당해야 할 상호저축은행은 정책당국의 방조로 거액 부동산PF 대출을 하다가 부실화되어 국민에게 많은 피해를 주었다. 그리고 현재 많은 사람을 힘들게 하고 한국경제의 잠재적 불안요인인 ‘하우스 푸어’ 문제도 금융기관의 무분별한 영업과 정책실패 때문이다.     금융은 본래 이리 나쁘고 문제만 일으키는 것일까아마 모두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금융은 돈이 없어 사업을 시작하지 못하거나 키우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기회를 주는 자금융통 기능이 있다. 교통 통신과 같은 사회 인프라의 하나로 국민의 경제생활을 편리하게 해주는 지급결제 기능도 수행한다. 또한 금융은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괜찮은 일자리를 제공한다. 독일 등 유럽국가에서는 금융의 이런 기본 기능이 꽤 잘 수행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에서는 영세업자, 창업자 등이 담보나 보증 없이 대출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고, 지급결제는 빠를지 몰라도 불안하다. 일자리 창출은 더 형편 없다. 은행, 증권사, 신협, 새마을금고의 직원을 다 합해도 한국은 20만 명이 안 된다.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인구가 8000만여 명인데 은행원 수는 70만 명에 이른다. 한국의 은행원이 인구대비 독일과 비슷한 수준이라면 괜찮은 일자리가 적어도 20만 개는 더 생겼을 것이다.     그럼에도 금융기관 경영진과 모피아로 불리는 금융관료들은 엄청난 혜택을 누리고 있다. 금융기관 경영진 연봉은 10억원이 넘는 경우도 많다. 금융관료도 은행장, 감사, 협회장 등에 낙하산으로 가 비슷한 대우를 받는다. 한국의 금융기관 경영이 그렇게 많은 보수를 받아야 할 정도로 일이 어렵고 다른 사람이 할 수 없는 일일까주지하다시피 한국의 금융기관은 해외에서 경쟁력이 전혀 없다.   그저 국내에서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등의 영업만 열심히 할 뿐이다. 한국 금융기관의 경영진은 경제신문 읽고, 영어 좀 할 줄 알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자리이다. 그러기에 관료, 교수, 관변 학자 등이 너도 나도 정치권에 줄을 대서 은행장, 지주회사 회장 등을 하고 있는 것이다. 퇴임관료가 많이 가는 은행연합회 등 협회장은 더 심각하다. 이들 협회도 요식업협회나 목욕탕협회 등과 같은 이익단체일 뿐인데 협회장은 후배들을 접대하면서 거액의 보수를 받는다. 이 돈은 모두 모두 금융소비자 즉, 국민이 부담한 돈에서 나온다.     한국 금융은 자금융통, 일자리 창출 등 제 역할을 못하면서 경영진과 관료의 꿀단지 노릇만 해 왔다. 이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지금까지 한국 금융을 주물러온 금융관료에 있고, 문제 해결도 이들을 내보내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여야 한다. 금융관료는 전문성을 내세우지만, 한국 금융산업의 낙후성과 국민이 받고 있는 고통을 생각할 때 어떤 전문성인지 묻고 싶다. 경제신문을 읽을 수 있는 정도의 경제지식이 있고, 건전한 상식을 가진 사람 중에서 그 누가해도 지금 보다는 잘 할 것이다.     * 본 기사는 경향신문 2014년 2월 26일 [경제와 세상]한국 금융 이대로 둘 것인가, 송현경제연구소에도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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