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대영 솔루션1: 더 많은 은행! 더 엄격한 감독!

socialdesignkorea 승인 2012.09.26 17:23 의견 0

-은행 설립 요건 완화로 은행산업의 과점체제를 걷어 내어, 금융산업을 고용과 성장의 견인차로 만들자-

  이 글은 정대영 송현경제연구소장(전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장)의 지론으로 지난 8 30일 충청권 경제포럼 기조 연설 원고입니다. 원제는한국 은행산업의 발전방향과 지방은행 설립입니다. 앞으로 사회디자인연구소는 제안자의 이름이 붙은 솔루션(국가 혁신 방안)을 지속적으로 선 보이고, SNS 공간에서 활발한 토론을 통해서 검증하고, 진화시켜 나갈 것입니다. 물론 대선 공약과 시민사회가 제안하는 다양하는 솔루션에 대해서도 동일한 작업을 할 것입니다.   은행산업의 현황과 문제점 한국의 은행산업은 겉으로는 상당히 괜찮아 보입니다. 2000년대 중반부터 대형은행들은 연간 조 단위의 순이익을 내고 지방은행도 최근 대부분 천억원 단위의 순이익을 내고 있어 모든 은행의 수익성이좋은 상태입니다. 그리고 상대적인 수익성은 규모가 작은 지방은행이 시중은행보다 오히려 좋습니다. BIS자기자본비율도 13% 내외로 세계적인 우량은행에 견주어 손색이 없고, 은행은 높은 보수와 쾌적한 근무환경 등으로 인해 많은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직장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한편에선 한국의 은행산업이 낙후되어 있다는 말이 계속 나오고 있고 실제 우리 은행들은 다음과 같은 면에서 제 역할을 못하고 국제경쟁력은 거의 없습니다.   첫째는 한국에서 영세기업이나 신설기업, 그리고 신용등급이 낮은 개인은 은행대출을 받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이런 사람은 담보가 있어도 또 더 높은 금리를 부담할 의사가 있어도 은행대출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은행부문이 금융의 기본기능인 자금의 융통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특히 자금을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 대한 자금융통기능이 더욱 취약하다는 것입니다. 은행은 재벌 등 대기업과 우량 중소기업, 그리고 개인의 경우도 주택담보대출과 좋은 직장을 갖고 있는 사람들만 주 대출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신협, 새마을금고, 상호저축은행 등 서민금융기관은 여러 가지 이유로 위축되고 제 할 일을 못하고 있어 영세기업이나 저신용자의 금융접근성은 더 나빠지고 있습니다.   둘째는 우리은행, 국민은행, 신한은행 등 대형은행들의 규모는 세계 50위권이지만 해외영업비중은 2~3% 수준에 불과해 한국의 어느 은행도 세계시장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자 자동차 조선 철강 등 실물부문의 국제적 위상과는 크게 차이가 납니다. 은행뿐 아니라 증권, 보험, 신용카드 등 금융의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생명은 국내시장을 주도하고 세계 15위 정도의 보험회사이지만 국제보험시장에서 하는 역할을 찾기 어렵고, 투자은행업무를 하여야 하는 증권사는 주식 중개와 펀드 판매에만 매달려 인수·합병, 파생금융상품 개발 등 핵심 투자은행 업무를 국내시장마저 외국계에 내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렇다 보니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같은 금융불안 시기에는 한국의 은행들은 외화자금을 조달하지 못하여 외화 면에서의 자금융통 기능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외국과 비교하면 한국의 은행산업은 방글라데시보다도 못한 면이 있고 국내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은행의 경영진은 동네 치킨집 체인사장보다 기업가정신이 부족하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방글라데시는 그라민뱅크라는 마이크로크레딧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은행을 갖고 있기 때문이고, 또한 다른 산업부문은 제조업 분야를 넘어 치킨집 같은 소규모 서비스업도 국내 경쟁이 치열해져 해외 진출을 통해 경쟁력을 확보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은행산업이 낙후된 원인 한국의 은행산업이 겉으론 번듯해 보이지만 실제 문제가 많고 낙후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은행수가 18개로 적은 데다 은행들의 영업행태 마저 거의 동일하다는 데 있습니다. 우리나라 은행은 시중은행 7개, 지방은행 6개, 특수은행 5개로 18개에 불과하고 이것도 지주회사 기준으로 보면 14개로 줄어듭니다. 그리고 영업행태도 일부 특수은행을 제외하고 대기업 및 계열사 대출, 우량 중소기업 대출, 주택담보대출, 신용카드 등 거의 동일합니다.이렇게 은행 간 차이가 없기 때문에 고객이 거래은행을 선택할 때 특별히 어느 은행을 찾기보다 집이나 직장에서 가까운 은행이나 친절한 은행을 고르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또 제가 한국은행 금융안정분석국에서 근무할 때 국민은행 경영실태분석, 우리은행 경영실태분석, 신한은행 경영실태분석 등 은행의 경영실태분석을 주기적으로 해보았습니다. 이때 분석보고서 표지의 은행명을 보지 않으면 어느 은행인지 모를 정도로 영업행태가 거의 같습니다. 즉 한국은 몇 개 안되는 은행이 모두 신용도가 높거나 담보가 확실한 곳에 편하게 대출해줘도 충분한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구조입니다. 지방은행들은 시중은행보다는 지방 중소기업 등 신용도가 다소 낮은 곳에 대출을 해주고 있으나 큰 차이는 없습니다.     이에 비해 미국이나 유럽의 은행은 한국과 많이 다릅니다. 우선 은행수가 우리에 비해서 매우 많습니다. 미국은 7,000개 정도, 독일은 1,800개 정도, 우리와 비슷하게 규제가 많은 일본도120개 정도입니다. 이렇다 보니 미국과 유럽에는 우리에게 익숙하고 세계적인 은행인 시티은행, BOA, 도이치뱅크, HSBC 등과 함께, 특정분야에 특화된 전문은행, 시골 동네의 작은 은행 등 규모 업무행태 거래대상 등이 아주 다른 은행들이 다양하게 경쟁하면서 다양한 금융서비스를 제공합니다.   한국, 미국, 유럽의 은행설립 기준과 원칙   미국과 유럽국가 들은 다양하고 많은 은행이 이미 존재하고 경쟁을 심하게 하고 있어도 은행 설립이 우리보다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훨씬 쉽고 자유롭습니다. 물론 은행은 일반 기업에 비해 위험하고 공공성이 있는 데다 잘못되었을 때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에 일반 기업에 비해 훨씬 많은 규제와 감독이 필요한 산업입니다. 은행의 설립과 경영, 취급업무,건전성 유지, 예금자 보호 등에서 다양한 규제와 감독이 있고 당연히 설립요건과 인허가도 중요한 규제의 한 부분입니다.   은행의 주요 설립요건은 최저 설립자본금, 대주주와 경영층의 적정성, 사업계획의 타당성,위험관리와 내부통제시스템의 적정성 등 입니다. 이중 나라마다 차이가 있는 최저 설립자본금을 살펴보면 미국은 과거 200만달러(약 22억원)이었으나 2002년경부터 구체적인 기준금액을 없애고 대신 설립은행의 사업계획에 따른 위험부담과 시장에서 경쟁력 확보에 필요한 수준으로 하여 최저 설립자본금의 신축성을 높였습니다. 통상 신설은행은 경쟁은행보다 BIS자기자본비율을 다소 높게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감독당국도 그러한 방향으로 지도하고 있습니다. 독일 등 유럽 국가는 은행의 최저 설립자본금이 500만유로(약 75억원)입니다. 독일, 영국, 프랑스 등 27개 EU 회원국은 은행의 단일 면허주의를 채택하고 있어 한 회원국에서 설립 인가를 받은 은행은 27개 EU 모든 회원국에서 지점 설치와 영업이 가능합니다. 여기에다 유럽국가들은 대부분 종합은행(universal banking)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은행업 인가를 받으면 증권업도 같이 할 수 있습니다.   27개 EU회원국에서 증권업까지 영위할 수 있는 은행을 설립하는데 최소자본금이 75억원이라면 너무 작다고 생각될 정도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의 감독당국은 은행설립을 희망하는 사람이나 기관이 신청을 하면 설립요건을 충족시키는지 꼼꼼히 점검을 하지만 설립요건을 충족시켰다고 판단되면 거의 자동적으로 설립 허가를 해주는 설립 준칙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은행의 원활한 진입과 퇴출을 통한 경쟁이 예금자, 대출자 등 금융소비자의 후생 증가와 금융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어떻습니까최저 설립자본금이 전국을 영업구역으로 하는 은행 즉 시중은행은1,000억원이고, 지방은행은 250억원입니다.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너무 많지 않습니까한국은 최저 설립자본금이 많을 뿐 아니라 설립 요건을 갖추어 신청을 해도 어떤 이유인지 모르지만 설립 허가를 안 해주고 있습니다. 지금 대전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 움직임과 같이 대선공약에나 들어가야 은행 설립이 가능하다는 것은 선진국 문턱에 와 있고, 미국 유럽과 FTA를 하고 있는 나라에서 정상적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어떤 면에서 보면 현재 한국경제의 가장 큰 현안이 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과제에 재벌개혁뿐 아니라 은행설립 확대도 포함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발전방안의 평가   지금부터는 한국 은행산업 발전을 위해 지금까지 어떤 정책들이 추진되었으며 이러한 정책이 왜 은행산업을 발전시키지 못했는지를 아주 간단히 살펴보겠습니다. 지금까지 은행산업의 주요 발전전략은 합병 등을 통한 대형화 전략, 금산분리 완화를 통한 주인만들기, 동북아 금융허브전략, 국제적인 투자은행 육성전략 등일 것입니다.   첫째, 대형화전략은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는 잘못된 정책으로 경쟁력있는 은행은 대형화될 수 있지만 은행이 대형화됐다고 저절로 경쟁력을 갖는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미국 유럽의 세계적인 은행은 경쟁력을 가진 은행이 어려운 국제화, 업무다각화 과정을 거쳐 대형화된 것입니다. 위험관리능력과 국제금융능력이 부족한 대형은행이 덩치만 믿고 국제화를 추진하다 잘못되면 국민경제에 커다란 피해를 줍니다. 또한 대형은행이 소형은행보다 더 안전하다는 보장도 없습니다. 1990년대 일본 대형은행들이 좋은 사례로 1990년에는 세계 10대 은행중 1~4위 포함 6개 은행이 일본계 은행이었으나 이들 대형은행은 1990년대 중후반을 거치면서 일본경제에 짐만 남기고 대부분 합병 등을 통해 사라져 버렸습니다.   둘째, 금산분리 완화는 법과 논리의 문제가 아니라 현실과 각국의 사례를 보면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습니다. 산업자본의 은행소유를 금지하는 금산분리는 미국이 엄격하게 규제를 하고 있고, 독일 등 유럽은 규제가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세계적인 대형은행들은 미국계 은행뿐 아니라 독일 등 유럽계 은행까지 산업자본이 소유한 경우는 없습니다. 여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산업자본이 소유한 은행은 세계금융의 중심지인 미국에서 은행으로 영업을 할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이유 같습니다. 우리나라 은행도 산업자본이 소유하게 되면 론스타가 소유했을 때의 외환은행과 같이 미국에서 은행으로 영업을 할 수 없게 됩니다. 미국에 지점이나 현지법인을 설치할 수 없는 은행이 세계적인 은행으로 발전하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셋째, 동북아 금융허브전략은 단기간에 달성될 과제가 아니고 10년, 20년 동안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국제금융 중심지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해 나가야 할 정책 과제였습니다. 국제금융 중심지로 발전하기 위한 기본적 인프라는 4가지로 ① 영어로 금융업무의 수행이 가능하고 ② 채권, 주식, 외환 등 금융거래의 가격 경쟁력이 있고 ③ 금융규제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높아야 하고 ④ 외국인들이 교육, 주거, 문화면에서살기 편해야 하는 것입니다. 한국은 이러한 인프라를 거의 갖추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인프라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확충에 나간다면 우리도 언젠가는 잘 작동하는 국제금융시장을 국내에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 국제적인 투자은행 육성전략은 산업은행을 통한 정부 주도의 추진보다는 대형 증권사들이 주식 중개나 펀드 판매보다 투자은행 업무에 전념하는 것이 유리하도록 영업환경을 바꾸는 것이 효율적인 정책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투자은행은 고수익 고위험 업종일 뿐 아니라 빠르게 금융혁신이 이뤄지는 분야로 민간 금융기관이 자기 책임 하에 도전적으로 경영할 때 성공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은행산업의 발전방안   그러면 한국 은행산업을 발전시킬 제대로 된 정책은 무엇일까여러 가지 정책이 필요하겠지만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정책, 즉 은행산업 발전의 킹핀은 은행설립을 확대하여 은행산업의 과보호를 걷어내고 실질적인 경쟁체제를 구축하는 것입니다. 은행설립 확대는 일부 부작용도 있겠지만 은행산업의 경쟁력 강화, 금융시스템의 안정성 제고, 은행대형화의 여건 조성, 일자리 창출 등 많은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또 앞에서 말씀드린 대로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의 일반적 업무 방식이기도 합니다. 은행설립이 확대되어 은행산업의 경쟁이 조금씩 치열해지면 모든 은행이 지금처럼 국내에서 쉽고 안전한 대출만 해서는 수익을 내기 어렵게 될 것입니다. 어떤 은행은 국제금융능력을 키워 국제화를 통해 수익을 창출할 것이고 어떤 은행은 국내 금융의 사각지대인 저신용자에 대한 신용평가기법을 개발하여 수익원으로 삼을 것입니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경쟁을 통해 경쟁력있는 은행이 나오고 대국민 금융서비스 폭도 확대될 것입니다.   둘째는 은행설립 확대로 다양한 영업행태를 갖는 은행이 나타나게 되면 종의 다양성이 유지되는 생태계가 건강하듯이 금융시스템의 안정성도 강화됩니다. 지금처럼 거의 모든 은행이 붕어빵처럼 비슷한 영업행태와 자산구조를 갖고 있으면, 금융시스템 측면에서 분산효과를 기대할 수 없어 강한 외부 충격이 있을 때 시스템 전체가 위험해 질 수 있습니다. IMF 금융위기시에는 그전까지 안전하다고 생각되었던 대기업 대출을 주로 취급한 조흥, 상업, 제일, 한일, 서울신탁은행 등 5개 시중은행이 모두 부실화되어 국민경제가 위기상황에 빠져 들었습니다. 가계대출과 소기업대출을 주력한 국민은행 주택은행이 우량은행이 되어 살아남았는데 이들 두 은행은 경영을 잘 해서가 아니라 자산구조가 시중은행과 달랐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현재 한국은 금융시스템의 안정을 위해서도 기존은행과는 다른 영업행태와 자산구조를 갖는 은행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은행설립 확대는 은행대형화의 부작용을 완화하여 은행간 합병을 용이하게 하는 여건을 조성합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은행대형화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사례에서 보듯이 인수·합병을 통해 빠르게 이루어져 왔습니다. 은행간 합병은 자산규모를 유지하면서 한쪽 본부 인원의 대부분과 중복지점 인원의 많은 부분을 감축할 수 있어 큰 노력 없이 수익을 늘릴 수 있습니다. 은행 인수합병은 주주와 경영진의 입장에서는 손쉬운 대형화 방안이지만 국민경제적으로는 좋은 일자리 감소, 독과점 심화에 따른 소비자 후생 감소, 대마불사의 도덕적 해이 증가 등의 부작용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금처럼 은행 신규 설립이 없는 상태에서 은행간 합병은 이러한 부작용을 증폭시켜 진정 대책 없는 정책이 되는 것입니다. 반면 은행 설립 허용은 잠재적 합병 대상은행의 증가, 은행간 경쟁 확대로 합병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감소, 합병에 따른 독과점 구조의완화, 구조대상 직원을 위한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몸에 좋은 약이 입에 쓰듯이 좋은 정책도 문제점은 있습니다. 은행 설립 확대의 문제점은 경쟁심화에 따라 은행수익이 감소하고 도산하는 은행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은행수익 감소는 다른 면에서 보면 예금자, 대출자 등 금융소비자의 이익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에 항상 나쁜 것만은 아닙니다. 특히 현재는 은행들이 독과점적인 과다 수익을 향유하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시정이 필요한 상태입니다. 그러나 수익감소가 지나쳐 과당경쟁이나 과도한 고위험 고수익 추구로 대형은행이 도산하는 경우 금융불안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따라서 은행설립 확대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개별 은행의 건전성을 책임지는 금융감독당국의 역할이 매우 중요해집니다. 저축은행의 PF대출 부실화와 같은 거의 다 알려진 문제까지 정치적 영향이나 업계와의 유착 등으로 찾아내지 못하는 현재의 감독당국으로는 은행설립 확대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즉 금융감독체계의 개편은 은행 설립 확대의 문제점을 최소화하고 은행산업 전반의 발전을 위해 꼭 추진하여야 할 또 하나의 정책 과제입니다.   이 밖에 은행의 업무규제를 완화하여 은행경영의 창의성과 효율성을 높이고, 반면 건전성 규제는 강화하여 부실화 가능성을 최소화하는 것도 은행산업 발전을 위한 중요한 과제입니다.또 신협, 새마을금고 등 서민금융기관이 은행과 균형적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서민금융기관의 지원 육성 정책은 금융산업 전반의 발전뿐 아니라 은행산업의 발전을 위해서 중요한 과제입니다. 우리나라의 서민금융기관이 제 역할을 했다면 대형은행 모두가 주택담보대출과 신용카드와 같은 소매금융에 집중하지는 않았을 것이고 한두 개 대형은행은 국제금융이나 기업금융 등 다른 분야로 발전방향을 잡았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지방은행 설립의 의의   은행산업의 여러 발전방안 중 가장 중요한 과제인 은행설립 확대는 미국과 유럽의 사례에서 볼 때 선진국의 문턱에 있는 우리나라에서 실시하지 못할 이유를 찾기 어려운 정책입니다.그러나 당연한 정책이라도 기존 은행들의 반발을 줄이고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서는 여러 가지 방법으로 단계적인 실시가 필요합니다. 이렇게 보면 최근 대전 충청권을 중심으로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지방은행 설립 움직임도 은행설립 확대의 유용한 추진방안의 하나가 될 수 있습니다. 즉 대전 충청지역에 지방은행이 설립되면 지역금융 활성화에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은행 설립 확대의 물꼬를 터 우리나라 은행산업 전체의 발전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지방은행 설립이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하더라도 신설되는 지방은행은 기존은행이 갖고 있는 규모의 경제, 뛰어난 지명도, 탄탄한 영업망 때문에 정착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예상됩니다.신설은행의 설립자본금 모집과 지배구조에 대한 합의 등도 쉽지는 않을 것입니다. 대전과 충청지역주민의 성원과 시도와 관련 단체의 지원이 이러한 난제를 극복하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신설은행에게 유리한 점도 있습니다. 지금까지 안전하고 수익 높은 자금운용대상이던 주택담보대출이 신설 지방은행에는 없다는 것으로 하우스푸어와 가계부채 문제의 심각성을 볼 때 주택담보대출이 계속 안전할 것만 같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또한 앞으로 우리나라 은행산업의 구조에 큰 변화가 있을 수 있고 이때 신설 지방은행의 가치가 높아 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제가 은행경영을 직접 해보진 못했지만 국내외의 많은 은행을 분석하고 관찰해 본 경험을 바탕으로 지방은행 경영과 관련하여 몇 가지 부탁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지방은행 설립의 당위성과 필요성이 아무리 있다 하더라도 경영을 잘못하면 성공하기 어렵고 지역민에게 피해를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은행업은 금융전문가들이 만들어 가는 서비스산업이기 때문에 좋은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은행은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직장이고 우리나라에 지방은행 수준에서 필요한 금융관련 전문인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채용방식과 절차만 잘 갖추면 훌륭한 인재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투명하고 신뢰할 수 있는 직원 채용은 능력있는 사람을 확보할 수 있게 하고 조직원의 자부심을 갖게 하며, 나아가서는 훌륭한 조직문화를 만들어 금융사고를 최소화 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는 이유는 많지만 가장 큰 것이 거액대출, 편중대출입니다. 1997년 IMF사태 시 충청은행을 포함 지방은행들이 망한 이유는 지방 중소기업 대출의 부실화 보다는 한보 진로 해태 삼미 기아 등 대기업 거액대출이 부실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최근 망하는 상호저축은행도 거액 PF대출의 부실화가 주요 원인입니다. 소액대출도 부실화될 수 있지만 은행이 망할 정도까지 이르는 경우는 드뭅니다. 지방은행은 규모가 작기 때문에 특정 기업이나 기관 또 특정 분야에 대한 거액, 편중대출은 항상 조심해야 됩니다.   마지막으로 은행은 공공성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예금을 받아 대출을 해서 수익을 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기관이라는 것을 지역 주민과 시도 등 관련기관에서 이해해 주셔야 합니다. 지방은행을 통해서 무엇을 만들어내겠다는 것보다 대전 충청지역에 지방은행이 있음으로 해서 지역 중소기업이나 개인의 금융이용기회가 확대되고 지역민의 고용기회가 늘어나고 자존심도 조금 생기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해야 될 것입니다.   제 짧은 연설이 대전 충청지역의 지방은행 설립 움직임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사회디자인연구소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