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기념공원의 씁쓸한 뒷맛

-기념공원은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승인 2024.07.08 10:38 의견 0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가다, 남이천IC를 지나면 도로변에 민주화운동기념공원이라는 큰 간판이 있다. 이름 때문에 지날때 마다 궁금증을 억누를 수 없었다. 지난 7월 3일 드디어 가봤다.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민기사)가 위탁관리하는 기관이기 때문이다. 예산 수십 억원도 기념사업회 예산이고, 인력14명도 마찬가지다. 참고로 필자는 이 기념사업회 이사다. 이사장은 이재오 전의원/특임장관이고.

기념공원은 대지면적 15만㎡(4만5천평), 건축면적 3,800㎡, 묘역은 3,700㎡이고 수용규모는 평분 140기다. 1기당 묘역 면적은 26.4㎡이니 여간 큰 것이 아니다. 아마 국가예산으로 유지 관리하는 국립묘지, 4.19묘지, 5.18묘지 보다 1기당 묘역 면적이 가장 넓지 않을까 한다.

안장대상자는 민주화운동관련자 명예회복및 보상 등에 관한 법률에 의거한 민주화운동관련 사망자로 인정받은 분 132명이다. 이 중 70명 가량이 안장되어 있다. 박종만, 김세진, 김기설, 강경대, 김귀정 등. 경찰의 과잉 진압 희생자도 일부 있지만, 대다수는 분신, 투신, 음독 자살자와 수감·고문 후유증 사망자다.

내가 살면서 본 국공립및 민간 묘역 중에서 가장 널찍하고, 풍광이 좋다. 묘역의 느낌은 접근성만 제외하면 최고다. 유명한 풍수가가 이 묘역의 풍수도 최고라고 했다나!

섬겨야 할 고귀한 가치를 예수에 비유하면 마석 모란공원이 가시관을 쓴 예수라면, 여기는 금관을 쓴 예수다. 그래서인지 마석 모란공원이나 문중의 선영 등에 안장된 관련자들은 유족들이 이장을 원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그래서 아직 70기 밖에 안들어온 것이다.


사실 이 기념공원은 지난 4월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이사회 때 필자가 강력하게 제안해서 이사회를 기념공원에서 개최하는 방식으로 성사되었다. 덕분에 관리인의 안내를 받아 이곳저곳을 다 둘러봤다.

그런데 뒷맛이 씁쓸했다. 이래도 되나 하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무엇보다도 건국, 호국 전쟁 희생자와 근대화, 산업화, 공업화, 수출입국, 과학기술입국, 문화대국의 공로자및 희생자들과 너무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들을 너무 소홀히 대했다는 얘기다.


또하나 일반 방문객이 묘역과 기념 공간을 돌아보고 나서 가슴에 담아 나오는 교훈이 무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본의 지폐 인물은 대체로 일본 근대화, 즉 산업화, 교육입국, 문화예술 진흥자들이다. 이런 인물을 기념하는 공간이라면 어린 견학자들이 나도 닮고 싶다는 마음이 들 것이다. 국립묘지에 안장된 전사자들도--자살자는 거의 없을 것이다-- 국가가 위기라면 내 한목숨 기꺼이 바치겠다는 마음을 심어준다. 그런데 이 기념공원은 어떤 마음을 줄까? 아마 기념공간에서 민주주의를 탄압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와 그 맥을 잇는 국힘당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분노와 증오를 가슴 가득 담아 가지고 나오는 것이 아닐까? 우리(민주화투쟁세력)가 역사의 정통이라는 허위 의식도 담아 가지고 나올 것이다.

전시물들과 연표들은 대한민국 현대사를 오직 민주화 투쟁의 역사로 서술한다.

"1945년 해방 이후 우리의 현대사는 독재정권에 맞서 싸운 민주화운동의 역사였다"


그런 점에서 조선 문묘의 재연이다. 교육, 보건의료, 산업, 사상, 종교, 문화 등 다방면에서 근대화를 주도했던 사람들을 기리는 곳은 찾아 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역사를 지극히 협소한 정치 아니 정파(민주화운동운)의 틀 속에 우겨 넣었다. 사실 북한의 역사서술과 기념물과 기념공간(주체사상탑과 혁명열사릉과 애국지사릉 등)이 그 전형이다.

방문객이 전시물을 돌아보고 소감을 쓰는 낙서공간이 있는데, 아니나 다를까! 윤석열 정부에 대한 비난이 눈에 자주 띈다. 물론 민주화는 표현의 자유니까 관용할만한 것이긴 하지만!! 문제는 그 교훈이나 소감이 민주주의 발전과 거의 상관이 없다는 사실이다.

한국은 민주화를 정치 투쟁, 그것도 단지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정권의 탄압에 맞선 시위, 농성, 분신 투쟁 등으로 축소 왜곡하다 보니, 민주주의의 기본 전제와 정신을 어딘가에 파묻어 버렸다는 사실이다.

자유와 행복추구권 중시, 인간과 권력의 속성에 대한 통찰과 경계, 자치·자율과 책임, 대화와 타협, 직업윤리, 시민적 덕성 등은 깊숙히 파 묻어버리고, 오직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와 그 후예를 적폐로 간주하니, 검사 탄핵이라는 대 만행을 꺼리낌없이 저지르는 것 아니겠는가??

북한도 동유럽국가들과 달리 자유와 행복추구권에 대한 이해도 존중도 없고, 성경이 수없이 강조한 인간과 권력의 속성도 외면하고(이건 동양사상의 특징 중 하나 일 것이다) 오직 자주=반외세와 우리민족(피)과 우리 수령 최고라는 어린애 같은 생각을 강요하니, 기괴한 나라가 되었다.

민주화운동기념공원과 이재명의 민주당과 북한을 관통하는 어떤 것이 보여서 참으로 서글펐다.

그리고 공공건물을 지으면 관리인력과 전기, 수도 등 유지 보수비용이 영구적으로 필요한 법이다. 100억 들여 지은 건물이 수명 50년 동안 유지관리비 등으로 1,000억원을 요구하게 되어있다.

기념공원의 건물 연면적도 엄청 큰데 건물 완공이후 지붕에 비가 새는 등 하자보수 비용만 80억 가량 들었단다. 거의 매년 하자 보수하는데, 올해도 지붕에서 비가 새서 건물을 잠시 휴관하고 유지보수를 한단다.

김대중은 법을 만들고, 노무현은 부지를 확정하고, 실제 건축은 이명박 박근혜 때 했는데, 4명의 대통령이 다 유감이다. 일을 이렇게 밖에 못하나!! 역사를 이렇게 밖에 기념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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