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새 당대표의 조건

-새 당대표의 사명-

김대호(사회디자인연구소장) 승인 2024.06.21 15:55 의견 0

7월23일 국민의힘 전당대회를 통해 탄생할 당 대표는 무엇보다도 대한민국이 당면한 위기를 알아야 한다. 또한 4.10 총선으로 확연하게 드러난 윤석열정부의 공과(功過)와 한동훈 비상대책위원회의 한계와 오류를 알아야 한다. 국힘을 바로 세워야 임기가 3년 가까이 남은 윤 정부의 잠재력을 극대화할 수 있고, 대한민국의 심각한 위기를 타개할 수 있다. 4.10 총선에서 국힘은 선거 직전 의석수 114석에서 무려 6석이 줄었다.

2020년 총선과 달리 행정 권력을 장악하고, 지방 권력과 공공기관 및 공영 언론도 상당 부분 복원·정상화했음에도 참패를 당했으니 문제가 심각한 것이다. 진짜 심각한 것은 총선 참패가 일과성 실수나 돌발 악재의 산물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사실 2016·2020·2024년 총선 판세는 비슷한 패턴이었다.

투표 한 달 전까지는 보수당에 꽤 유리해 보였지만 그 이후부터 판세가 급전직하해 참패로 귀결되었다. 무엇이든 반복되는 패턴은 어떤 구조의 산물로 의심해 봐야 한다. 상당수 국민의 눈에 보수의 티끌 같은 문제가 들보(beam)로 비치고, 진보는 그 반대인 것은 보수와 진보를 바라보는 대중의 인지 심리나 프레임의 차이에 기인할 가능성이 크다. 보수는 대한민국의 온갖 모순과 부조리의 원흉인 수구·기득권·현상유지 세력이고 진보는 그에 반대하여 싸워 온 개혁·비기득권·현상 변경 세력으로 각인되어 있다는 얘기다.

이것이 만약 대통령 후보를 뽑는 행사라면 윤석열 대통령과 후보들의 공과와 한계·오류를 집중적으로 논해야 한다. 하지만 전당대회는 어디까지나 향후 2년간 당을 이끌 당 대표를 뽑는 행사다. 그렇다면 다른 대안을 세울 수 없는 시기에 추대되어 당무에 관한 한 거의 전권을 휘둘렀지만 당내에서는 무조건 지지하고 환호할 수밖에 없었던 한동훈의 공과 혹은 한계·오류를 치열하게 캐물어야 한다.


가장 본질적인 평가부터 하자. 사실 여기에 당 대표의 사명 대부분이 들어 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던가. 그렇다면 총선을 지휘하고 공천을 주도한 당 대표는 무엇을 남겨야 하나.

핵심은 사람이다. 시대정신과 시대적 소명에 부응하는 의원이다. 이는 사실상 임명직이나 다름없는 비례대표와 텃밭 공천자=당선자들의 면면이 말해 준다. 그다음으로 중요한 것은 시대의 아우성을 받아안은 국정 어젠다, 즉 대통령 프로젝트다. 이는 국힘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보수·국힘의 흐릿한 정체성이 정립되고, 당은 위대한 가치와 비전을 공유하는 동지적 결사체가 된다. 보수·국힘의 정체성을 뒷받침하려면 감동적 서사(敍事)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한동훈의 일정·메시지·정책·공천과 인사에는 이것이 완벽히 빠져 있었다.

민주당은 동학혁명(?) 서사, 도덕 서사(항일·양심 대 친일·기회주의), 민주화투쟁 서사, 노동·민중투쟁 서사, 한반도 평화 서사, 촛불시민혁명 서사 등을 배경으로 민주당=비기득권·호남·약자·소외자·노동·민중·평화 대(對) 국힘당=기득권·강남·강자·자본·대결의 구도를 만들었다. 저성장·저활력·기회 부족과 다양한 격차 확대, 아니 그에 대한 보수의 무대응이 이 부조리의 책임을 주로 보수가 덮어쓰게 만들었다.

민주당은 공천도 이 허구적 구도를 뒷받침했다. 비례위성 정당도 제2촛불혁명(윤석열 탄핵)을 위한 정치연합으로 만들었다. 비례순번 투표 등으로 지지층의 참여도 끌어냈다. 하지만 국힘은 민주당을 압도하는 서사와 구도를 만들어 내지 못했고, 지지층의 참여도 전혀 끌어내지 못했다.

국힘은 1876년 개항 이후 150년간 한반도 근대화·문명화·산업화·민주화를 주도한 위대한 정치 세력으로, 때로는 급진적·혁명적 개혁도 마다하지 않은 친(親)발전·친기업·친시장·친청년·친성밖서민(진짜 서민) 세력이라는 정체성을 전혀 인식하지도 선전하지도 못했다. 비례 공천과 텃밭 공천으로 등단시킨 인물은 하나같이 안정되고 평화로운 시대라면 괜찮을 것 같은, 얌전한 전문가 일색이었다. 요컨대 한동훈의 정교하고 깔끔한 메시지에는 정작 중요한 서사와 정체성, 시대의 아우성을 받아안은 담대한 변화와 개혁 비전이 모두 빠져 있었다.

국회의 세종시 완전 이전·김포 등 경기도 일부 시의 서울 편입·국회의원 특권 내려놓기 등은 언발에 오줌 누기거나 신발 신고 발 긁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요컨대 국힘 대표는 서사와 정체성을 바로잡고 시대의 아우성에 조응하는 노선을 정립해야 한다. 그래야 정부와 당과 보수의 체질 혁신이 가능하다.

대선 승리연합을 복원하고 지자체 등을 통해 보수의 운동 생태계를 풍성하게 해야 한다. 원외 위원장 등이 보수 시민활동가가 될 수 있도록 물적·제도적 지원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이는 보수의 풀뿌리를 강화하는 첩경이기도 하다. 최종적으로 당명과 강령을 포함한 당헌·당규도 개정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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