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의 오해 “기업은 악이고, 공공이 선”

사회디자인연구소 승인 2019.11.05 10:31 의견 0

¶글쓴이 : 주동식

 

호남의 오해 “기업은 악이고, 공공이 선”

제3의길2019.10.291경제, 경제 > 경제 TOP

¶글쓴이 : 주동식

 

-새만금 스마트팜 사업 포기, 전주종합경기장 재개발 난항 등에서 보이는 호남의 반기업 정서

-시장거래는 일종의 투표 행위고 가장 민주적. 일방성 강한 공공은 부정부패와 연고주의 낳아

-호남에 강하게 남아있는 조선의 흔적이 지금 대한민국 다른 지역과 호남 갈등의 근본적 원인

 

 

이 글은 필자가 지난 10월 17일에 이어 두번째로 10월 24일 전주에서 발표했던 강연 원고입니다. 이 발표문에서 한방병원 관련 내용은 주수호 전 의사협회장님의 포스팅을 인용한 것이라고 합니다. 좋은 정보를 제공해주신 회장님께 감사를 드린다고 필자가 밝혔습니다. <편집자>

 

LG CNS는 2016년 2월 전북 새만금산업단지에 해외투자자와 함께 3,800억원을 투자해 76만㎡(23만평, 여의도 면적의 약 4분의1) 규모의 스마트팜 단지를 세우겠다는 사업계획서를 새만금개발청에 제출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그해 9월에 사업을 공식 포기했습니다. 농민회 회원들이 전국에서 몰려와 “재벌의 농업 진출 반대”를 외치며 머리띠 둘러매고 시위를 벌인데다, 현지 언론도 이 사업에 부정적이었습니다. 심지어 전북도의회는 이 사업에 반대하는 결의안을 채택했습니다.

 

LG CNS는 LG그룹의 IT서비스를 전담하는 회사입니다. 즉, 농업 회사가 아닙니다. 새만금단지에 세운다는 스마트팜 단지도 관련 설비와 기술을 개발하겠다는 것이었지, 거기서 농작물을 생산해 판매한다는 목표가 아니었습니다.

 

심지어 “부산물로 생산되는 농작물은 전량 해외로 수출하고, 국내시장에는 나가지 않도록 하겠다”는 약속까지 했습니다. 농민들의 반대를 의식한 조치였습니다. 하지만, 결국 스마트팜 사업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새만금 사업은 전북의 오랜 숙제였습니다. 군산의 김관영 의원은 새만금에 카지노를 유치하겠다는 계획까지 발표했습니다. 문재인 정권은 6조6천억원을 들여 새만금에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 에너지 사업을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카지노나 재생 에너지 사업이 새만금 단지의 활성화를 위해서 스마트팜보다 나은 선택일까요?

 

연관 산업이나 인구 유입 그리고 해외자본 유치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저는 스마트팜이 훨씬 나은 선택이었다고 봅니다. 특히 스마트팜은 그렇게 반대했던 현지 여론이 카지노나 태양광 사업에는 반대 목소리가 별로 크지 않았던 이유가 의문입니다. 스마트팜과 카지노, 태양광 사업에는 도대체 무슨 차이가 있기에 여론이 갈린 것일까요?

 

저는 그 차이가 기업 그것도 재벌 기업이 추진하는 사업이냐 아니면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이냐에 따라 갈렸다고 봅니다.

 

 

 

김승수 전주시장이 전주종합경기장을 롯데쇼핑과 손잡고 도시숲과 호텔·컨벤션센터·백화점으로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전주종합경기장 재개발 사례도 있습니다. 이 시설은 1980년 건립돼 체육시설로서 기능을 상실했습니다. 송하진 전임 전주시장(현 전북지사)이 롯데쇼핑과 손잡고 전주종합경기장 부지(12만3천㎡, 3만7200평)의 절반 가량에 쇼핑몰과 호텔을 짓고, 나머지 절반에는 컨벤션센터를 짓기로 계약했습니다. 육상경기장과 야구장은 전주 월드컵경기장 근처에 이전 신축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후임 김승수 시장이 “재벌기업에 시민 재산을 넘겨줄 수 없다”며 그 자리에 뉴욕 센트럴파크 같은 공원을 만들겠다며 롯데와의 계약을 백지화했습니다. 전임시장이 맺은 정식 계약을 취소한 계약 위반에다 행정의 연속성 계속성을 멋대로 부정하는 깡패 행위였습니다. 롯데를 배제하고 사업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사업은 공중에 떠서 표류하고 전혀 진척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올해 4월에 김승수 시장은 자신이 내세웠던 원칙을 스스로 포기하고 롯데쇼핑과 공동으로 전주종합경기장 재개발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전체 부지에서 쇼핑몰과 호텔의 비중을 줄이고, 전시컨벤션센터는 전주시에 기부채납하고 호텔도 20년 동안 롯데쇼핑이 운영한 뒤 전주시에 반환하기로 했지만 사업의 전체 얼개는 동일합니다.

 

이런 경우 멀쩡한 계약을 취소시킨 행위로 롯데쇼핑과 전주시민들에게 기회비용 손실을 입힌 데 대해 김승수 시장이 사과하고 다음 공직선거 불출마라도 선언하는 게 마땅하다고 봅니다만, 그런 얘기는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10원 동전 투쟁도 있습니다. 2004년과 2011년 전주 이마트, 그리고 2013년 광주 롯데마트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물건값을 10원짜리 동전으로 계산하는, 이른바 합법투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대기업이 영세상인들을 몰락시킨다는 이유였습니다.

 

김승환 전북교육감도 유명하죠? 전주 상산고를 어떻게든 자사고 취소시키려다 결국 좌절됐습니다만, 이 분은 과거에도 전북 관내 고3 학생들의 삼성 취업을 막겠다고 하는 등 반기업 발언이 유명합니다.

 

이상 사례에서 엿볼 수 있는 것은 호남의 반기업 정서입니다. 새만금 스마트팜의 경우 LG라는 재벌기업이 추진하기 때문에 현지 주민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을 불렀다고 봅니다. 전주종합경기장이나 10원 투쟁, 김승환 교육감 등 사례에서도 공통적으로 읽을 수 있는 것은 ‘기업은 악, 공공은 선’이라는 호남 특유의 정서라고 봅니다.

 

정말 진지하게 내 고향 호남에 물어보고 싶습니다. 정말 기업은 악이고, 공공은 선인가요? 혹시 그 반대 아닐까요?

기업은 본질적으로 시장에서 활동해서 선택되지 않으면 존재할 수 없습니다. 시장은 철저하게 공급자와 소비자의 상호 합의에 의해서만 선택이 이루어집니다. 시장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거래가 일종의 투표 행위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시장이야말로 가장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공간입니다.

 

공공 분야는 어떻습니까? 기본적으로 일방적 관계입니다. 정부가 주도해서 대상을 선정하고 그 조건도 거의 일방적으로 결정합니다. 새만금 태양광 사업의 진행 경과와 내용만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이런 일방적 관계에는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부정부패와 지연 혈연 학연 등 연고주의가 개입하게 됩니다.

 

2013년부터 2017년 8월까지 금액 기준으로 농업보조금 부정수급 1위가 전북, 2위가 전남입니다. 이게 뭘 말할까요?

 

제가 전남 순천에서 열린 지역문제 토론회에서 발표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나왔던 질문이 기억납니다. 전남 출신으로 전국을 다니며 사업을 하신다는 분인데 “전국을 다녀보면 호남 지역 공무원들이 다른 지역 공무원들보다 결코 유능하거나 청렴하지 않다. 오히려 그 반대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호남 출신 고위공직자들도 “일을 해보면 호남 공무원들이 가장 무능하고 게으르고 부패했다”고 말씀하시는 것을 꽤 자주 들었습니다. 호남에서 인기가 높은 노무현 대통령도 “영남 공무원들은 자기 지역에 예산을 요청할 때도 적극적으로 계획을 짜서 설득하는데, 호남 공무원들은 그런 것도 없이 그냥 돈만 달라고 한다”는 얘기를 한 기억이 납니다.

저는 이 현상들이 ‘기업은 악, 공공은 선’이라는 정서와 연관되어 있다고 봅니다.

 

기업이 없으면 호남은 도대체 뭘 먹고 살까요? 호남분들 중에는 “우리는 기업과 시장에 매달려서 아등바등 살지 않는다”며 자연친화적인 태도를 강조하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물질문명보다는 정신문화의 가치를 더 중시하시는 분들도 다른 지역에 비해 더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런 식의 유유자적한 태도는 사실 위선적입니다. 호남은 시장과 기업의 질서를 거부한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상 호남이 먹고사는 것은 철저하게 삼성 등 기업이 해외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서 벌어온 것들입니다. 호남의 자연친화적인 생활조차 기업의 도움 없이는 유지할 수 없습니다.

 

호남의 농업이 호남을 먹여살린다고 보십니까? 대한민국 농업은 정부 보조금 없이는 절대 유지될 수 없습니다. 지금 농민들은 사실상 공무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정부 예산으로 먹고사는 셈이니까요. 그런데 그 정부 예산은 기업들이 해외에서 벌어온 돈과 세금으로 조성되는 것입니다.

 

호남의 태도는 이중적이고 위선적입니다. 기업과 시장이 싫다면서 애플과 삼성이 만들어내는 스마트폰을 ‘기업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거부한다는 호남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대한민국 기업들과 다른 지역 시민들이 피땀 흘려 일하고 낸 세금으로 먹고살면서도 기업과 시장을 가장 저주하고,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북한에 동조하는 종북친중 정서가 어느 지역보다 강합니다.

 

대구광역시 인구 246만 명에 한방병원이 단 2개인 데 반해, 광주광역시 인구 145만 명에 한방병원이 무려 98개라고 합니다. 인구 대비로 따지면, 광주의 한방병원이 대구에 비해 무려 83배라고 하더군요.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가 뭘까요?

 

한방은 응급, 중증환자나 수술이 필요한 환자는 진료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침 놓고 물리치료 비슷한 것 하면서 시간이 흘러 저절로 상태가 호전되는 환자들을 주로 상대합니다. 의학적으로 보존적 치료만 하는 셈입니다.

 

경미한 허리 통증환자나 가벼운 부상, 시속 10km로 주행하는 차에 받힌 차의 승객 등이 한방병원의 주 고객입니다. 비지니스 마인드가 충만한 경영자와 나이롱 환자의 대명사인 경미한 자동차보험 환자는 한방병원이라는 무대에서 환상적인 커플입니다.

 

호남 지역 보험회사 관계자와 이들을 감시 감독할 관료 및 정치권이 한방병원 경영자들과 결탁되어 일반 보험가입자들의 돈을 갈취하는 것을 방관하는 것을 넘어 비호 공모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호남의 반기업 반시장 정서는 결국 공공에 대한 의존을 낳고, 이것은 공짜 심리를 만연시킵니다. 공짜 심리는 반드시 부정부패와 도덕적 타락으로 이어집니다. 공짜 심리와 가장 거리가 먼 게 바로 명예입니다.

 

호남이 정치적인 선택과 별개로 대한민국 다른 지역에서 소외와 불신의 대상이 되고 저주에 가까운 경멸과 혐오의 대상으로 거론되는 현상에 혹시 호남의 반기업 반시장 정서가 낳은 도덕적 타락의 원인은 없는지, 호남 자신의 책임은 없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호남을 ‘한국의 한국’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습니다. 해외에서 한국인을 비하하는 내용과, 한국에서 호남을 비하하는 내용이 거의 비슷하다는 걸 생각해보면 그런 지적에 어느 정도 수긍하게 됩니다.

 

호남에 남아있는 한국적 요소라는 게 사실은 조선의 흔적입니다. 조선은 시장과 기업 활동을 전제로 하는 근대를 거부하는 정서이자 가치관입니다. 호남은 그 흔적이 가장 강한 지역이고, 그게 지금 대한민국 다른 지역과 호남의 갈등의 근본 원인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호남은 바뀌어야 합니다. 기업과 시장을 받아들이고, 지금 받아들이는 공공이라는 개념도 본질적으로 성격이 바뀌어야 합니다. 이렇게 바뀌지 않으면 호남도 불행해지고, 대한민국도 망합니다.

 

이런 말씀 드리면, “호남 일부의 현상을 과장하지 말라”고 반발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전주종합경기장 재개발도 현지에서는 찬성 의견이 많았다고 합니다. 목소리 큰 소수 좌파 시민단체의 의견이 시민 대부분의 의견을 뒤집은 것입니다.

 

하지만, 시민들이 나서서 그런 좌파의 의견에 반대 목소리를 내지 않으면 결국 허접한 좌파들이 호남의 목소리를 대변하게 됩니다. 소수 극렬 양아치 좌파들이 호남의 대표성을 갖는다는 것입니다. 호남 내부의 자기검열 분위기 때문에 개인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아무리 어려워도 이제 그런 좌파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 시민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야 할 시점이라고 봅니다. 호남을 위해서, 대한민국을 위해서 호남의 양심과 지성이 이제 나서야 한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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