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체제와 X86세대의 정신문화·사상이념

“우파는 진보를 경쟁자로 생각했는데, 좌파는 보수를 섬멸·척결·궤멸시켜야 할 적으로 생각”

사회디자인연구소 승인 2019.10.02 17:33 의견 0

-문재인 등은 ‘친일청산 제대로 했다는 북한이 왜 저 모양이 되었는지’는 고민한 적이 없을 것

-“우파는 진보를 경쟁자로 생각했는데, 좌파는 보수를 섬멸·척결·궤멸시켜야 할 적으로 생각”

-건국·산업화, 한국당 및 민주당의 정치적 조상들이 손잡고, 북한·좌익과 혈전 벌여 창조한 것

 

 

이 글은 지난 9월 24일(화) 오후 8시30분에 원표 공원에서 열린 원표토크에서 필자가 30분 가량 강연적 성격을 띤 연설을 한 내용입니다. 필자는 토크 마치고 나서는 밤새 ‘조국 문재인 퇴진 국민행동’의 천막을 지켰습니다. <편집자>

 

1987체제는 흔히 헌법을 중심으로 그 특성을 얘기하는데, 실은 체제의 핵심은 정신문화, 사상이념과 이를 떠받치는 정치지형이다. 정신문화는 흔히 시대정신이라 부르는 역사·현실인식에 뿌리를 내리고 있다.

 

1987체제를 관통하는 핵심 정신문화는 그 이전 분단·정전체제와 국가주도 발전체제의 그늘을 해소하는 것이었다. 조선 유교체제의 질기고 짙은 그늘은 논외였다. 뿐만 아니라 분단·정전체제와 국가주도 발전체제를 만든 동력, 조건과 이 체제가 만들어낸 빛(놀라운 성과)은 전혀 관심의 대상이 아니었다. 단지 이 두 체제의 그늘만 해소하면 대한민국이 한 단계 발전한다고 생각했다.

 

1987체제 주도세력은 새로운 발전체제(가치·제도·정책의 새로운 조화와 균형) 개념 없이, 세계가 경탄하는 ‘한강의 기적’을 만든 기존 체제에 대한 부정, 반대로 일관하였다. 이것이 1987체제를 만든 독특한 정신문화다. 즉 신테제(Syn these)가 없이 앤티테제(Anti these)만 있었다는 얘기다.

 

기존 체제의 그늘을 인식하는 프레임과 체제 혁파 의지를 북돋아준 역사·현실인식은 친일청산 미흡(친일파와 그 후손의 득세), 무고한 양민학살(제주4.3사건, 국민방위군 사건, 거창양민학살사건 등), 이승만 독재(부산정치파동-사사오입개헌-미처 피난하지 못한 잔류파 박해-조봉암 법살 등), 박정희 유신독재(인혁당 8인 법살 등), 1212군사쿠데타-광주학살-군부독재(학살원흉), 경제, 군사, 외교에서 대미·대일 종속 등으로 요약할 수있다.

 

이 프레임과 역사·현실인식은 그 어떤 정부보다 문정부와 집권여당이 적극적으로 받아안았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진보(운동권) 세력은 소련 모델과 북한 모델을 기존 체제 비판의 유력한 준거로 삼았다. 하지만 김대중, 김영삼이 주도한 야당은 이에 전혀 동조하지 않았다. 소련모델을 신봉한 사람들은 민중민주파(PD)와 민족민주파(ND=사노맹)가 되고, 북한 모델을 신봉한 사람들은 민족해방파(NL)가 되었다.

 

한편 비슷한 시기에 외채 망국론과 독점강화(관료독점)-종속심화론도 진보 일각에서 기세를 올렸다.

 

아무튼 자본주의 시장경제 자체를 혁파하려는 사람이든,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선진화 하려고 하는 사람이든 국가주도(노동억압, 금융억압, 지대할당) 수출지향=대외의존 공업화를 중심으로 한 선성장 후분배 전략은 지양되어야 할 발전 전략으로 보았다.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해서는 영미 유학파 학자들과 경실련과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의 주도로 영미형 시장질서를 준거로 한 천민자본주의 타파론이 부상했다. 또 비슷한 시기에 진보·노동세력 주도로 1980년 이전 유럽 사회민주주의를 준거로 한 신자유주의 타파론이 유력하게 부상했다.

 

2000년대 이후 지금까지는 격차(불평등, 양극화) 해소-재벌개혁-경제민주화-노동권 강화가, 2010년대 이후에는 복지(기본권) 강화가 유력하게 부상했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사회주의 계획경제와 자력갱생 모델을 채택한 소련, 중국, 북한과 중소기업 중심으로 경제발전을 이룩한 대만이 대한민국이 이룩한 성과(한강의 기적)를 폄하하고, 그 그늘을 질타하는 유력한 준거였다.

그런데 1990년을 전후하여 소련동구가 몰락하고, 중국과 북한의 실상이 드러난 데 반해, 한국은 3저 호황과 삼성전자 등 재벌대기업의 일취월장 등으로 인해, 사회주의나 민족경제론(자립경제)을 준거로 한 기존 체제에 대한 부정 내지 폄하는 꼬리를 감추었다.

 

외환위기를 거치면서는 유럽 복지국가와 (기업에 대한 소유가 분산되어 있고, 불공정한 상거래 행위에 대한 처벌이 엄정한) 미국이 그늘을 질타하는 유력한 준거가 되었다. 이를 뒷배로 하여 격차해소, 재벌개혁=경제민주화, 복지 강화, 공공성 강화, 노동권 강화가 시대정신처럼 부상했다.

 

각종 좌파 혁명론은 자취를 감추고, 이들 혁명론자들이 개량주의라고 비판한 경제개혁 사조가 주류가 되었다. 이들을 대표하는 시민단체가 바로 경실련과 참여연대다. 하지만 과거 좌파 혁명론을 부르짖던 사람들과 노동·공공 기득권 세력은 제반 경제사회 정책을 ‘신자유주의’로 싸잡아 비판하고 저항했다. 이는 노동·공공 기득권의 이해와 요구도 받아 안았기에 이념과 이권(기득권)이 뒤범벅되었다.

 

1987체제 주도세력및 X86세대의 좌파적(반시장, 반기업, 반재벌, 반(경제적)자유, 친국가주의적) 성향과 친북·친중, 반일·반미적 성향은 기본적으로 자신들의 시대적 소임을 분단·정전체제와 국가주도(노동억압-금융억압-지대할당-수출지향-선성장 후분배) 발전체제의 그늘을 해소하고, 대한민국의 흑역사를 규명, 단죄하여, 희생자들의 가슴에 맺힌 원한을 푸는 것으로 설정하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시대적 과제를 국가폭력으로 희생된 사람들을 신원(伸?)하고, 해원(解?)하는 것으로 설정했기 때문이다.

 

조국은 친일매국과 토착왜구 등을 궤멸시키기 위해 죽창을 들자고 호소까지 한다.

문정부와 집권연합세력 등 1987체제의 주도세력을 통칭 진보라 하는데, 이는 이념(사회주의) 진보, 노동·복지·환경 진보, 역사(과거사 신원·해원)진보, 낭만(대북 화해협력)진보, 패션 진보, 호남 진보 등으로 대별할 수 있다. 그 반대 세력은 행태보수, 안보보수, 시장보수, 영남보수, 박근혜 신원보수 등으로 대별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소련이나 북한을 대안으로 생각한 이념 진보(사회주의 지향)는 거의 사멸하였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는 불평등, 양극화 해소의 기치 아래 사회적 약자로 여겨져온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여성, ‘을(기업)’ 등의 권리·이익을 국가규제를 통해 상향 확장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노동·공공·복지 진보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신자유주의(규제완화) 반대, 경제민주화와 재벌개혁, 국가복지 강화 등을 고창했다. 환경 진보는 환경 탈레반(근본주의자)으로 불리었다.

 

낭만(대북 화해협력) 진보는 북한을 가난하고 자존심만 센 동생 정도로 생각한다. 그래서 부유한 형(남한)이 먼저 많이 베풀면 마음이 녹아 내려 남북의 화해협력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에 따라 미국, 일본, 이명박근혜 정부가 견지해 온 대북 정책을 뒤집으려 하니, 종북으로 오해 받을 수밖에!

 

호남 진보와 영남 보수는 기본적으로 선거제도의 산물이다. 호남이 민주당의 확고한 지지기반이 되고, 영남이 자유한국당의 확고한 지지기반이 된 것은 지역주민들의 이념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 양당, 양강 구도로 몰아가는 대통령 및 국회의원 선거제도 때문이다.

 

주류적 흐름에 반기를 드는 것이 멋있다고 생각하는 패션 진보(강남 좌파)나 패션 보수(광주 우파?)는 어디나 있고, 언제나 있을 것이다.

 

내가 볼 때 가장 대책없는 진보가 역사 진보다. 흑역사 신원, 해원 진보다. 이념 진보나 노동·공공·복지 진보는 그래도 얘기가 된다. 기본적으로 미래 개척 담론이고, 이들이 제시하는 정책 가설은 타국의 사례 등으로 검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환경 진보(근본주의자)는 얘기가 안 되지만, 이들은 숫자가 많지 않아 논외다. 숫적으로 많은 노동·공공 기득권 진보도 얘기도 잘 안되긴 하지만, 도덕적 명분이 약해서 수세적이다.

 

가장 심각한 퇴행적 진보는 역사 진보다. 이들은 왜 그런 흑역사가 생겼는지를 성찰하지 않는다. 역사적 교훈을 추출하여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별로 관심이 없다. 단지 과거사(잔혹사)에 대한 해원과 신원을 시대적 과제로 생각한다. 그래서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 정치세력을 인간말종이나 불구대천의 원수로 간주한다. 그러니 대화와 타협, 존중과 경쟁의 대상이 아니다. 오직 청산, 척결, 궤멸시켜야 할 대상이다. 흑역사를 만든 주류 세력을 질타하니 자신은 불의에 항거하는 정의파가 된다.

 

이들은 청년대학생시절 대한민국의 잔혹사 내지 흑역사를 고발한 <해방전후사의 인식> 등을 읽고 피가 꺼꾸로 치솟는 경험을 한 사람들이다. 여기에는 나도, 문재인 대통령도 포함된다. 그런데 나는 20대에 이를 벗어 던졌는데, 문통은 60대에다가 대통령 임에도 불구하고 신원, 해원에 집착하여 분노와 증오에 사로잡혀 있으니 나라가 엉망이 되는 것이다.

 

“친일세력이 해방되고 난 이후에도 여전히 떵떵거리고, 독재 군부세력과 안보를 빙자한 사이비 보수세력은 민주화 이후에도 사회를 계속 지배해나가고 (이들은) 친일에서 반공으로 또는 산업화 세력으로, 지역주의를 이용한 보수라는 이름으로 화장만 바꾼 위선적인 허위의 세력들이며, 1987년 6월항쟁 이후 곧바로 민주정부가 들어섰다면 독재나 그에 부역했던 집단들을 제대로 심판할 수 있었다.”

 

이런 발언이 문재인의 생각을 대변한다. 독립운동가나 민주화운동가나 민주정치인이 권력을 쥐고, 친일부역과 독재부역 세력을 제대로 쓸어 냈다면, 사회정의가 바로 서고, 누구든 성실하게 노력하면 잘 살 수 있는 상식이 기초가 되는 나라를 만들 수 있었다고 보는 것이 분명하다. 그런데 친일청산 제대로 했다는 북한이 왜 저 모양이 되었는지는 고민을 한 적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은 친일-반공-산업화-군부독재-지역주의-보수-부패-위선-허위세력을 하나로 연결하고, 대한민국의 온갖 모순부조리(뒤틀린 사회정의 등)의 원인을 이들을 척결, 청산, 심판, 교체하지 못한데서 찾는다.

 

최근 들어서는 친일-군부독재-부패-허위 세력과 자유한국당으로 대표되는 보수를 연결한다. 2019년 7월부터는 친일매국과 토착왜구까지 연결하고, 조국은 이들을 궤멸시키기 위해 죽창을 들자고 호소까지 한다. 한마디로 1970~80년대 대학에 입학한, 만 19세 신입생(소년 소녀)의 역사인식에 다름 아니다.

 

역사적 배경을 사상하고, 자유당-공화당-민정당-민자당-한나라당-새누리당-자유한국당을 하나로 싸잡아 과거의 죄를 지금의 자유한국당에 덮어씌우면 아마, 조국 법무장관이 어떤 범죄를 저질러도 조국을 정의의 사도로 보고, 적극적으로 지지 옹호할 것이다.

 

‘보수우파는 진보를 (정치적) 경쟁자로 생각했는데, 진보좌파는 보수를 아예 섬멸, 척결, 궤멸시켜야 할 적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는 김주성 전교원대 총장의 말을 내 페이스북에 인용했는데, 아래는 그에 붙은 댓글이다.

 

Song은 금속과 1년 후배, 유수의 대기업 엔지니어다. 자기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량을 가진 공학박사다. 나와 작년에 술도 한잔 했다. Jin은 금속과 4~5년 후배고 유수의 대기업에서 근무한다. 만나본 적은 없다. 학생운동과 민주화운동의 전위는 아니었지만, 열성 지지자였던 것으로 안다. 물론 자타가 공인하는 대깨문일 게다. 이들의 생각이 참으로 답답하지만, 이들의 사고방식을 알아야 하니까, 아무리 험한 말을 해도 이들의 반응은 나로서는 고마울 따름이다.

 

Song이 묻는 것을 보면, 문정부와 민주당에 반대하는 사람은, 양식이라고는 전혀 없는 극악무도한 사람인 것 같다.

 

Song : 음 위안부는 자영업 매춘부, 김구 안중근은 테러리스트. 동의하시나요? 팩트 맞지요? <반일종족주의>를 신봉하시는지요?

 

Song : 위안부 할머니가 매춘분가요?

 

Song : 어느분 포스팅에 그리하셨지요. 지만원 광수 몇번 나타나서 밝히면 될 것을 그분 고열하시지요(중략) 고열하게 문재인에 분노한다고 아크로폴리스를 우롱하는 분도 계시고요. 프흣 위안부는 매춘분가요? 위안부는 매춘부라는 윤모 교수 주장이 진보 보수를 넘는 건가요?

 

Jin : 적반하장. 나이를 헛먹음

 

Jin : 그나마 저런 말을 듣고 있는 사람이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라 다행입니다. 보수라는 사람들이 국부라고 추앙하는 이승만이 정적과 수십만 양민을 빨갱이라는 이름으로 죽였고, 산업화를 일궜다는 박정희는 정적들을 간첩으로 몰아 죽였고 정의사회를 구현하겠다던 전두환이는 권력을 잡기 위해 수천명을 죽였지요. 뚫린 입에서 나온다고 다 소리는 아니겠지요.

 

긴얘기 짧게 줄이면,

 

한국의 역사 진보=과거사 신원,해원 진보는 기본적으로 눈이 과거에 머물고 있다. 현재와 미래의 준엄한 도전에 눈을 감고 있다. 그래도 먹고 사는데 지장이 없는 모양. 그런 점에서 만동묘를 만든 노론선비들과 심리와 물적 기반이 비슷하지 않을까 한다.

 

이들은 조상의 죄를, 조상의 얼굴도 못 본 후손에게 묻는다. 그것도 얼기설기 견강부회다.

 

단적으로, 건국과 산업화는 자유한국당의 정치적 조상들과 더불어민주당의 정치적 조상들이 손을 잡고, 북한 및 좌익과 혈전을 벌여 창조한 것인데, 이들은 빛(자산)이든 그늘(부채)든 자신들과 전혀 상관없는 어떤 것으로 규정한다. 민주당의 조상들과 김대중이 지하에서 벌떡 일어날 일이다.

 

과거사 신원/해원 진보가 말하고 싶은 것은 역적질/부역질 했으니 뒈져라 내지 권력 근처에 오지 마라고 하는 것 같다.

 

아무튼 과거사는 고칠 수도 없다. 해방공간에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의 원혼이 이들(문재인과 Song과 Jin)에게 강림했는지도 모르겠다.

 

한국은 양당 양강구도를 강제하는 선거제도 때문에 별별 극단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이, 자유한국당과 더불어민주당 언저리에 많다. 진보/좌파에는 고정간첩, 백두칭송위원회, 공지영 같은 사람도 있고, 보수/우파에도 그 못지 않게 편향된 사람이 있다.

 

각자 보고 싶은 것만 보면, 그러니까 상대진영의 후미진 곳에 서식하는 편향된 사람과 생각만 보면, 서로가 서로를 청산, 척결, 궤멸시켜야 할 극악무도한 존재로 규정할 수있다.

 

대한민국 흑역사에 대해 그 누구 못지 않게 아파했고, 뒤틀린 역사와 정의를 세우기 위해 부끄럽지 않게 실천했고 또 하고있고, 대한민국에 밀려오는 준엄한 도전에 응전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는 사람으로서, 문재인과 두 후배의 얕고 일면적인 시각과 강고한 아집은 참으로 답답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