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노조개혁 외면...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늘리기 ‘최악’ (민노총 제9탄)

윤정부는 노무현 정부의 실패와 좌절에서 배워야

김대호 승인 2022.12.29 14:57 의견 0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직전(2013.2.22) 마지막 공식 방문지인 한국노총에 가서, “노·사·정 대타협”에 앞장서는 등 “합리적인 노동운동”을 해왔다고 평가하고, "앞으로도 대화와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하는 데 많은 역할을 기대한다고 하였다. 박정부의 고용노동 정책은 ”(국정목표 2) 맞춤형 고용복지 체계 구축“에, 노조 정책은 ”(국정목표 4) 안전과 통합의 사회“ 아래 ”대화와 상생의 노사문화 구축“에 집약되어 있다. “노사 간 신뢰 형성과 소통 강화, 노·사·정간 양보와 타협, 노동위원회 조정역할 확대·강화, 복수노조·근로시간 면제제도 합리적 보완“ 등이 골자다. 집권 초기 박정부는 노사관계라면 으레 나오는 뻔한 말인, 노사 간 신뢰, 대화, 소통, 양보, 타협, 상생, 자율, 노·사·정 대타협, 법과 원칙, 불법 엄단 등을 늘어놓았을 뿐이다. 하지만 2016년 신년사를 통해 4대 개혁(공공·노동·금융·교육)을 선언하고, 노동개혁(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과 유연성 강화)을 위한 ‘2대 지침’을 밀어붙였다. 이는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에 관한 지침`인데, 전자는 저성과자에 대해 일반해고를 허용하는 것이고, 후자는 사업주가 불리한 근로조건을 도입할 때 노조나 근로자 과반의 동의를 받도록 한 규제를 완화하는 게 골자였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이에 반발하여 노·사·정 대타협 파기 선언(2016.1.19)을 했고, 야당의 반발과 탄핵사태로 인해 입법화도 실패했고, 문정부 출범 직후 2017년 9월 공식 폐기되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신문 인터뷰(조선일보, 2017.1.15.)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귀족노조, 정규직 노조가 양보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질문에 대해, “그 사람들이 양보하면 어떻게 되는데요? 그러면 비정규직 봉급이 올라가나? 그렇게 하고도 막대한 사내 유보금을 쌓아두는데 사내 유보금은 어디다 쓰나?”라고 답했다. 전형적인 노조의 논리인데,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설상가상으로 사내 유보금을 쌓아둔 현금처럼 생각했다. 대기업 노조 개혁에 대해서는, “우리나라 노조 조직률이 10%다. 그 가운데 일자리 대물림하는 대상이 얼마나 되겠나……아직도 수없이 많은 노동자들이 정리해고 당하고……법적 정년도 제대로 못 채우고 직장에서 밀려나는 현실인데……극히 일부의 노동자들이 누리고 있는 점을 내세워 오히려 ‘노조가 문제야’ 하는 건 문제가 있다고 본다.”라고 답했다. 20% 기득권 노동과 80% 비기득권으로 양극화된 노동시장의 단순 평균값을 방패로 사용하며, 노동시장과 노조 개혁을 거부하는 논리를 펼친 것이다. 문정부 출범 2달 뒤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은 100대 국정과제-487개 실천과제를 망라했는데, “유연”이라는 말이 딱 한 번 나온다. 남북관계 상황을 감안하여 “유연하게 민간경협 재개”를 한다는 것이다. 이명박·박근혜 정부는 물론, 김대중·노무현 정부도 핵심 노동개혁 과제로 설정한 노동시장의 유연성 제고를 아예 지워버린 것이다. 만악의 근원(?) 신자유주의의 대표적인 가치•정책으로 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국정과제 64번 “노동존중 사회 실현”의 핵심은 ‘2대 지침’과 ‘성과연봉제 관련 조치’를 폐기하는 것이었다. 문정부의 반동적인 노동·노조 정책은 기업 횡단적인 근로조건의 표준 형성 개념이 아예 없는 약탈적 노조가 지배하는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의 근로조건을 정상, 나머지를 비정상으로 간주하는 데서 나온다. 그러니 전자에 대한 일체의 개혁을 거부하고, 후자(비정규직)의 제로화로 내달릴 수밖에! 최악은 공공부문이 현대판 양반귀족으로 되어 민간부문을 착취·억압하는 상황에서 이를 폭발적으로 늘리는 공공부문 일자리 81만개 정책이다. 김대중·노무현도 노조와 진보좌파로부터 배신자라는 비난을 들으면서 밀어붙인 공공개혁; 공공부문 최소화=민영화, 합리화, 투명화 등을 깔아뭉갠 것이다. 이로 인해 친민주당 성향 수십만 명이 공공양반 노동귀족이 되었겠지만, 청년들은 늦게 태어나 늦게 노동시장에 들어온 죄로, 좋은 일자리 접근·경쟁 기회를 박탈당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민의힘 경선후보 시절(9월)과 본후보 시절(12월) 한국노총을 방문하여 지도부와 간담회를 가졌다. 하지만 한국노총은 올해 2월 8일 대의원 투표(재적 847명 중 741명 투표)로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김동명 위원장은 "이 후보의 치열한 현장 행정 경험과 과감한 돌파력이 위기를 극복하는 데 최적"이며 "한국 사회의 가장 밑바닥에서 시작해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며 지도자로 성장한 이 후보의 인생 역정은 한국노총의 역사성과도 부합한다"고 하였다. 한국노총은 2007년 대선에서는 이명박, 2012년은 건너뛰고, 2017년에는 문재인 지지를 선언했지만, 윤당선자는 한국노총 사무처장을 지낸 이정식을 고용노동부장관으로 지명하고, 3번째로 한국노총을 방문했다. 윤대통령의 노조 및 노동관은 노무현 대통령과 가장 닮았기에, 노정부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의 선의에 노조가 전향적으로 화답하리라 믿었다가 배신당한 경험 말이다.

'철밥통' 문제 언급 안한 尹정부...정치적 지혜? 이해 부족?

지난 대선후보 2차 토론(2022.2.11)에서 안철수는 “강성 귀족노조가 청년들의 새로운 일자리를 막고 있다”라면서 윤석열의 노동이사제와 타임오프제(노조 전임자 근로시간면제) 공약을 비판했다. 안후보는 서울시 산하 공기업 20개의 노동이사의 85%가 노조 출신이라면서, 이들로 인해 공기업 개혁이 심각하게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윤후보는 정부에서 임명한 간부의 도덕적 해이 제어를 위해 노동이사제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한수원에 노동이사가 있었다면 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3월 8일 마지막 유세에서는 강성 귀족노조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대기업 일자리가 너무 적고(12%), 강성노조가 대변하는 노동자는 전체 임금노동자의 4%”에 불과한데, 문정부는 “강성노조와 철석 동맹을 맺어서 집권 연장을 노리고” 있다면서 “강성노조를 전위대로 내세우고 정치 동업하는 정치 세력을 국민들이 심판해야 나머지 96% 노동자들의 공정한 권익이 보장”된다고 역설했다. 윤정부의 120대 국정과제 중 약속 10번(노동의 가치가 존중받는 사회)은 총 7개 과제인데, 산업재해 예방,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 노사협력, 고용서비스 고도화, 고용안전망 강화, 직업능력개발과 맞춤형 직업훈련 등이다. 노동시장 유연화, 공정화 관련 과제는 51번 “노사협력을 통한 상생의 노동시장 구축”에 집약되어 있는데, 주요 내용은 “근로시간 제도의 노사선택권 확대(기업 규모별·업종별 특성에 맞춘 다양한 근로시간제도 활용 지원 및 재택근무 등 유연근무 활성화),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 확산, 노사협의회 활성화(근로자위원의 대표성‧독립성 강화), 원하청 공동 노사협의회 활성화” 등이다. 50번 “공정한 노사관계 구축 및 양성평등 일자리 구현”에서는 “사용자의 부당해고‧부당노동행위, 노조의 불법파업 등은 법과 원칙에 따라 처리”한다는 것이 골자다. ‘유연’이라는 말은 총 13번 나오는데, 노동시장 관련해서는 유연근무 활성화가 전부다. 민주당과 노조는 유연은 곧 쉬운해고라는 등식을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근로시간 제도의 노사선택권 확대와 직무성과 중심의 임금체계로 유연성을 녹여냈다. 하지만 김영삼 정부 이래 부동의 노동개혁 과제인 과도한 고용보호 내지 철밥통 문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1987년 이후 최약체 정부의 정치적 지혜의 소산인지, 선대위-인수위와 당·정·대를 주도한 철밥통 공무원·교수 출신들의 이해와 안목의 한계 때문인지는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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