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낮고 응달진 곳에 서서 정책을 봐야

-시설보호 아동 정책으로부터 배울 것은?-

김대호 승인 2022.06.13 13:40 | 최종 수정 2022.06.13 13:41 의견 0

5,200만 국민 중 가장 소외되고 목소리는 작은 존재는 누굴까? 아마 태어나서 바로 부모에게 버려져 보육시설에 들어간 아이들이 아닐까? 사람의 신체 건강 이상은 대개 통증이나 기능 이상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사회의 건강 이상은 가장 소외된 집단의 삶을 통해서 알 수 있다. 어느 나라나 부모 사망, 이혼, 빈곤, 학대 등으로 원부모로부터 격리된 보호아동은 출생아 수의 1~2% 정도다. 이들은 위탁, 입양, 시설보호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런데 국가별 보호아동 중 시설(보육원) 보호아동 비율은 한국 58.7%, 스웨덴 2.0%, 미국 3.9%, 호주 5.0%, 영국 12.0%다. 더 큰 문제는 시설보호 기간이 한국은 평균 11년인데, 나머지는 1년 미만이라는 사실이다. ‘아이 하나를 키우기 위해선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는 나이지리아 속담이 있다. 가족이 아니라 마을이다!!! 부모의 사랑 속에서 부모와 교통(communion)이 일어나는 가족은 물, 밥, 집만큼이나 필수적인 것이다. 아무리 잘 교육된 보모保母라 할지라도, 3교대로 7 ~ 10명을 돌보는 이상 부모-자식 관계에서 주로 형성되는 지력이나 인성(자존감, 자신감, 자기 소유물 관리 능력 등)을 제대로 기를 수 없다. 하지만 보육원 아동에 대한 1인당 돌봄(3교대) 인건비만 247만원이다. 식비, 시설유지비 등은 별도다.

오창화(전국 입양가족연대 이사장) 제공


어느 나라나 시설에서 오랫동안 보호된 사람의 상당수는 '시설 병'을 앓는다. 자기 소유물이 없었기에 청년이 되어도 자기 소유물(국가 지원 전세자금으로 구한 방 등)을 잘 관리(청소 등)할 줄을 모른다. 스트레스도 잘 견디지 못하고, 대인 관계도 잘 하지 못한다. 경계성 지적 장애(IQ 75~85)자 비율도 40%로 추정된다. 국가장학금으로 대학에 입학은 하지만, 3학년 진학율이 30%에 불과하다. 대학생이 되었을 때 주어지는 엄청난 자유를 제대로 관리·절제 할 줄을 모르고, 스트레스를 잘 견디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는 아이들을 키워 보고, 영유아기 손자·손녀들의 성장 과정을 지켜보고, 불우한 가정 환경에서 자란 많은 성인(사람)들을 보면서, 부모의 헌신과 사랑, 그리고 부부 관계, 부모자식 관계, 형제자매 관계에서 형성되고 견고해지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절감한다. 보호아동이든 빈곤아동이든 그 영양이나 다채로운 경험(문화 활동 등)은 국가예산만 증액하면 해결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의 지성과 인성은 사랑과 우애가 넘치는 가족을 필요로 한다. 이로부터 가장 먼 존재가 바로 장기 시설보호 아동이다. 한국에서 출생아 중 보육시설 행 비율은 1~2%인데, 보육원 출신자의 교도소 수감(경험)자 비율은 30%~40%, 자살자 비율은 일반인의 20배다. 하지만 이들에게 소요되는 예산은 적지 않다. 전세자금 대출(서울 1.2억), 장학금, 자립정착금, 자립수당(24세까지 월 30만원)과 기초생활보호대상자에 대한 지원 등. 하지만 입양 아동의 경우, 월 30만원 지원이 고작이다. 하지만 가족의 사랑 속에서 자라기에 지성, 인성 등 모든 면에서 월등히 낫다. 그래서 선진국의 시설보호 아동 비율이 현저히 낮은 것이다.

오창화(전국 입양가족연대 이사장) 제공


시설보호 아동 비율은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치부인 노인빈곤율과 자살률보다 훨씬 부끄러운 치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자와 달리 문제라는 인식도, 고치려는 노력도 없다. 한국의 시설보호 아동 비율이 높고, 그만큼 위탁이나 입양 비율이 낮은 것은 조선에서 유래하는, 혈연 중시 문화 탓이 아니다. 입양을 어렵게 만든 잔악무도한 정책 탓이다. 2012년 772명이던 입양아동은 2020년 88명으로 줄어든 것은 전적으로 민주당 이른바 페미니스트 여성의원들이 주도한 입양 정책 탓이다. 정인이 사망 사건 때 문재인 대통령이 ’학대‘가 아니라 ’입양‘을 문제 삼은 발언도 한몫하였다. 한국 사회의 치명적인 문제인 저출산 저성장 불평등 청년일자리 저신뢰 고갈등 북핵 문제 등에 비해 정책으로 해결하기 훨씬 쉬운 문제가 보호아동 문제인데, 입양을 쉽게 하면, 유기=보호아동이 늘어난다는 원인과 결과가 바뀐 주장을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고집 때문에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정책이 나오지 않고 있다. 비정규직, 최저임금, 공적연금 정책 등에서 나타난 조선 도학군자들의 현실을 외면한 높은 이상理想 내지 기준(권리 의무)이 보호아동 정책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최저 권리와 (고용주나 부모의) 최소 의무를 높여 버리면, 그 기준에 미달하는 자들은 죽음의 고통을 겪게 되어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국회는 가장 낮고 응달진 곳에 가서, 태양이 항상 비치는 구름 위에서 놀고있는 도학군자들이 만든 정책을 올려다 봐야 낮고 응달진 곳에 자유와 행복을 가져오는 정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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