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의 전부 개정 지방자치법, 무엇이 달라졌나?

지자체 공무원들과 지방의원들의 권한 확대 욕구는 구체적인 조항으로
선진적인 지방자치를 꿈꾸는 정치인, 학자, 활동가들의 이상은 선언적 조항으로 들어가
이상은 구체적인 조항으로, 다양한 법 및 문화와 충돌하지 않게 설계해야

김대호 승인 2022.04.29 17:46 의견 0

1949년 7월 4일에 제정된 지방자치법은 1988년, 2007년, 2022년(시행일 기준) 세 번의 전부 개정, 서른여섯 번의 일부 개정, 타법 개정에 따른 스물네 번의 일부 개정(주요 용어 및 절차 관련 조문)을 거쳤다.

최초의 지방선거는 건국 초기 극심한 내란(제주 4·3사건과 여순 반란 사건 등)과 북한, 중국, 소련이 공모한 6.25 침략전쟁으로 법 개정 3년 뒤인 1952년 4월과 5월에야 실시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계엄령이 선포된 서울, 경기, 강원, 전북 지역에서는 지방선거를 실시하지 못했고, 그나마 지방자치단체장은 지방의회가 선출했다. 주민에 의한 시·읍·면장 직접 선거는 1956년 8월에 처음 실시되었다. 서울시장과 도지사는 여전히 대통령이 임명했다. 1958년 12월 법 개정으로 읍·면장은 도지사가 임명하고, 서울시장, 도지사 및 시장은 대통령이 임명했다.

1960년 4·19혁명에 따른 헌법 개정에 따라 1960년 12월에 시·읍·면장 및 서울시장, 도지사 직접 선거가 실시되었다. 하지만 1961년 5·16 군사정변으로 지방선거가 다시 중단되었다. 1987년 6월 항쟁의 산물인 현행 헌법(1987년 10월 29일 국민투표 통과)에서는 제8장 제117조, 제118조가 지방자치 관련 조항인데, 전부 개정 지방자치법(이하 개정법)은 1988년 4월 6일(시행일은 1988년 5월 1일)에 통과되었다. 2020년 12월 9일 국회를 통과한 개정법은 2022년 1월 13일부터 시행되었다. 이전의 지방자치법과 비교하면 장(章)은 10개에서 12개로, 법조항은 175개조에서 211개조로 늘어났다. 그 주요 개정 내용과 취지는 다음과 같다.

주권재민과 주민자치 정신 구현

일반적으로 지방자치 유형은 단체자치와 주민자치로 대별한다.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은 단체자치형 국가로, 영국, 미국, 스위스 등은 주민자치형 국가로 분류한다. 단체자치형 국가에서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지역단위 종합 지방행정기관(지방자치단체)과 지역주민의 자치정부의 이중적 성격을 지니며, 지방정부의 사무는 자치사무와 중앙정부의 지휘감독 아래 처리하는 국가(위임)사무로 대별된다. 주민자치형 국가에서 지방정부는 기본적으로 자치사무만 처리한다. 중앙정부 사무도 처리하긴 하지만, 지방정부의 자발적 동의를 바탕으로 상호 수임 계약에 의해 처리한다.

우리나라 제헌헌법 제8장 제96조와 지방자치법 제1조에서는 ‘국가위임 행정사무처리’와 ‘국가의 감독’을 강조하였다. 헌법 하나만 보아도 한국의 지방자치권은 같은 단체자치국가로 분류되는 일본에 비해 훨씬 협소하다. 단적으로 일본의 현행 헌법(1946년 11월 3일 공포, 1947년 5월 3일 시행)은 한국과 달리 “법령(법률+각종 행정명령)의 범위 안에서”가 아니라 국회만이 제개정할 수있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조례를 제정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일본 헌법 제95조는 국회가 특정 지방공공단체 관련 결정(특별법 제정)을 할 때 주민투표에서 과반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안 된다는 조항이 있지만 한국 헌법은 그렇지 않다.

제헌헌법 제96조 지방자치단체는 법령의 범위 내에서 그 자치에 관한 행정사무와 국가가 위임한 행정사무를 처리하며 재산을 관리한다.

지방자치법 제1조 본법은 지방의 행정을 국가의 감독하에 지방주민의 자치로 행하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민주적 발전을 기함을 목적으로 한다.

일본헌법 제95조 국회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지방공공단체의 주민투표에서 과반수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특정 지방공공단체에만 적용되는 특별법을 제정하지 못한다.

이런 차이는 일본의 지리와 정치체제, 특히 도쿠가와 막부(1603년~1868년)의 통치 방식과 관련이 있다. 단체자치형 국가 중에서도 한국의 지방자치·분권이 특별히 왜소한 이유는 첫째, 건국 초기의 4·3사건, 여순 반란 사건 등 극심한 분열과 내란에 맞서 정치·행정·교육 체제의 통일성과 일관성을 제고할 필요성 때문이다. 둘째, 6.25 동란과 정전 체제, 그리고 한강의 기적을 창조한 국가주도 경제개발 등 강력한 중앙집권(약한 지방자치분권) 체제의 효용 때문이다. 셋째,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오랜 중앙집권 역사에 더하여, 조선시대를 관통한 강력한 국가주의, 문치주의, 도덕주의(성군과 군자의 도덕정치와 성리학 유일사상 이념)도 강력한 중앙집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하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주화, 자유화, 시장화, 국제화와 지방화, 지식정보화의 진전과 지방 간 발전 격차 심화에 따라 과도한 중앙집권체제의 모순이 터져 나오면서 지방자치·분권과 균형발전은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가 되었다. 개정법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받아 안았다.

개정법 제1조는 법의 목적을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과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기본적인 관계를 정함으로써 지방자치행정을 민주적이고 능률적으로 수행하고, 지방을 균형 있게 발전시키며, 대한민국을 민주적으로 발전시키려는 것”으로 규정하였다. ‘주민의 지방자치행정 참여에 관한 사항’이 명시된 것은 주민자치전통을 접목하기 위한 의도다. 개정법 “제2장, 주민”은 제16조~제27조의 12개 조항인데(직전 법은 10개 조항), 주민의 권리와 의무를 상세히 규정하였다. 제26조(주민에 대한 정보공개)는 이전 법에는 없던 조항으로 주민의 권리(지자체의 의무)를 강화한 조항이다. 그 외에도 제2장 제17조(주민의 권리)는 이전 법에 2개항이 있었는데, 개정법에서는 제①항을 신설(추가)하였다. 그 내용은 “주민은 법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주민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의 결정 및 집행 과정에 참여할 권리를 가진다”는 주권재민의 정신을 반영한 것이다.

‘보충성의 원칙’ 명시

개정법 제11조는 국가와 지자체 간의 사무배분의 기본원칙으로 ‘보충성의 원칙’을 명시하였다.

제11조(사무배분의 기본원칙)

① 국가는 지방자치단체가 사무를 종합적·자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간 또는 지방자치단체 상호 간의 사무를 주민의 편익증진, 집행의 효과 등을 고려하여 서로 중복되지 아니하도록 배분하여야 한다.

② 국가는 제1항에 따라 사무를 배분하는 경우 지역주민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무는 원칙적으로 시ㆍ군 및 자치구의 사무로, 시ㆍ군 및 자치구가 처리하기 어려운 사무는 시ㆍ도의 사무로, 시ㆍ도가 처리하기 어려운 사무는 국가의 사무로 각각 배분하여야 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지방자치 관련 헌법, 법률, 행정명령을 관통하는 정신은 ‘보충성의 원칙’이다. 이는 자유민주주의의 근간인 자유정신과 자치정신으로 대별할 수 있다. 자유정신은 남에게 피해만 주지 않으면,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는 것이고, 자치정신은 우리(주민)끼리 알아서 할 테니 중앙정부나 연방정부 등 제3자는 개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제3자가 개입하려면 우리가 독자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힘들거나 비효율적인 분야에 한해, 우리의 동의를 받는 위임(수임) 계약에 따라 하라는 것이다. 하지만 단체자치형 국가는 기본적으로 ‘보충성의 원칙’이 유보되기 마련인데, 한국은 그 유보, 억압, 왜곡이 극단적으로 심한 나라이다. 그래서 개정법에서도 여전히 충돌 소지가 남아 있다. 단적으로 제11조 제②항에서도 사무구분의 주체를 ‘국가’, 즉 중앙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지방의회 위상 강화

개정법은 지방의회 사무직원에 대한 임면·교육·훈련·복무·징계 등에 관한 권한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하였고, 제41조(의원의 정책지원 전문 인력)를 신설하여 정책지원 전문 인력을 보강할 수 있게 하였다.

제41조(의원의 정책지원 전문 인력)

① 지방의회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기 위하여 지방의회의원 정수의 2분의 1 범위에서 해당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의회에 정책지원 전문 인력을 둘 수 있다.

이전 법에서는 “전문 인력”이라는 단어 자체가 없었고, 따라서 지방의원의 의정활동을 지원하는 사무국은 지자체장과 그가 지휘·감독하는 지방공무원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하지만 개정법은 지방의원 2명 당 1명 이내로 정책지원 전문 인력을 둘 수 있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이전 법 제91조(사무직원의 정원과 임명) 제②항은 “사무직원은 지방의회의 의장의 추천에 따라 그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임명한다”고 규정되어 있었는데, 개정법 제103조(사무직원의 정원과 임면 등) 제②항에서는 “지방의회의 의장은 지방의회 사무직원을 지휘·감독하고 법령과 조례·의회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그 임면·교육·훈련·복무·징계 등에 관한 사항을 처리한다”고 규정하여 지방의회 사무국 운영권 전부를 지방의회 의장에게 부여하였다.

기관 구성(지자체장 선출 방식 등)의 다양화

또한 개정법은 제4조를 신설하여,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 특례에 대한 사항으로 제1항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의회와 집행기관에 관한 이 법의 규정에도 불구하고 따로 법률로 정하는 바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장의 선임방법을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의 기관구성 형태를 달리할 수 있다”고 규정하였다. 향후 지방자치단체 기관구성에 관한 별도의 법률이 제정될 근거를 확보하게 된 것이다.

국제교류 및 협력에 관한 사무 추가

개정법은 “제10장 국제교류·협력”을 신설하여, 국제교류 및 협력 관련 지방자치단체의 역할(제193조), 국제기구 지원(제194조), 해외사무소 설치·운영에 관한 사항(제195조)을 규정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는 국가의 외교·통상 정책과 배치되지 않는 범위에서 국제교류·협력, 통상·투자유치를 위하여 외국의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 국제기구(국제연합과 그 산하기구·전문기구를 포함한 정부 간 기구, 지방자치단체 간 기구를 포함한 준정부 간 기구, 국제 비정부기구 등을 포함)와 협력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국제기구 설립·유치, 또는 활동 지원을 위해 국제기구에 공무원을 파견하거나 운영비용 등 필요한 비용을 보조할 수 있고, 필요한 곳에 단독, 또는 지방자치단체 간 협력을 통해 공동 해외사무소를 설치할 수 있게 되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종류의 다양화

이전 법 제2조(지방자치단체의 종류) 제④항에는 “특별지방자치단체의 설치·운영에 관하여 필요한 사항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되어 있었다. 개정법은 특별지방자치단체 관련 내용을 “제12장 특별지방자치단체”(제199조~제211조)로 분리하여 상세하게 규정했다. 하지만 특별지방자치단체는 아직 출현하지 않았는데, 현재 물밑 논의가 진행되는 것은 부산, 울산 경남으로 구성된 동남권 광역특별연합과 대구경북특별광역시(대구광역시를 폐지하고 경상북도와 통합)가 있다. 이전에는 지리산권 특별지방자치단체 논의도 있었다. 앞으로 훨씬 작고 다양한 특별지방자치단체가 출현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개정 지방자치법은 지자체 공무원들과 지방의원들의 권한 확대 욕구가 구체적인 조항으로 들어가 있고, 선진적인 지방자치를 꿈꾸는 정치인, 학자, 활동가들의 이상은 선언적 조항으로 들어가 있다. 전자의 욕구는 권한에 따르는 실력, 책임, 의무를 합리적으로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던져 주고, 후자의 이상은 구체적인 조항으로, 다양한 법 및 문화와 충돌하지 않게 설계해야 하는 과제를 던져 주고 있다.

##이 글은 월드뷰 2022년 5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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