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형의 치명적인 강점과 약점

-최재형 출마선언문이 말해주는 것들-

김대호 승인 2021.08.11 10:32 | 최종 수정 2021.08.11 10:47 의견 0

최재형 출마선언문 정독도 하고, 연설도 들었습니다. 의외로 목소리에 힘과 청량함이 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너무 평이합니다. 거의 교과서입니다.


자신의 독특한 체험과 고민과 연구가 배여있는 정책공약은 역시 탈원전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원자력산업 생태계" 문제와 "원자력산업 수출산업화"라는 비교적 구체적인 얘기가 나온 것 같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자신의 체험과 고민과 연구가 부족한 분야는 교과서 수준의 얘기 이상을 하기가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치명적인 강점이자 약점은 최재형은 모르면서 아는 체 하거나, 그 의미도 모르면서 써 준대로 읽는 것이 가장 안되는 분이라는 것입니다. 위선과 거짓을 하면서도 그 개념조차도 없는 문재인과 정말 다른 사람입니다.


그런데 정치는 연기가 절반 이상인데, 양아치/배우 속성이 너무 없으니!! 물론 제대로 체험을 하거나 공부를 하면 자신있게 강단있게 발언할텐데, 시간이 너무 없습니다. 또 최재형이 천재는 아닙니다.


윤석열 출마선언문에는 국민약탈, 이권 카르텔, 권력 사유화, 먹이사슬, 부패완판 등 날선 언어들이 많이 사용됐습니다. 최재형 출마선언문은 여러 사람이 달라붙어 협업과 마사지를 한 흔적이 뚜렷한데, 윤석열의 그것은 혼자 쓴 것 같습니다. 판사출신과 검사출신의 차이가 느껴집니다. 또한 판사/사법연수원장/감사원장과 검사/서울지검장/검찰총장은 다릅니다. 지검장/검찰총장은 군대의 지휘관/사령관입니다. 최재형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존재입니다. 조직 통솔력이 그렇게 중요한 덕목이 아닙니다.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기업가 멘탈과 윤이나 최 둘다 거리가 먼데, 최가 더 먼 것 같습니다.


국민이 인품과 덕망이 높은, 존경할만한 분을 뽑는다면 대통령은 백번 최재형입니다. 그런데 우리 국민은 존경할만한 분이 아니라, 자신의 요구, 불만을 해결해 줄 어떤 도구를 찾고 있습니다. 윤석열은 그에 부합합니다. 탄핵 특검, 가혹한 수사와 조사, 무리한 법논리, 부인과 처가의 의혹 등은 도구의 유용성에 별로 흠집을 내지 못합니다. 이는 여권도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그야말로 인간 말종 같은 느낌을 주는 이재명이 1위를 달리는 것입니다.


국민은 어린 백성이 아니라, 교만한 주권자입니다. 그래서 대통령과 정당을 도구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도구는 시대정신의 구현자 입니다. 이렇게 본다면 최재형이 윤석열의 발치에 가기 힘듭니다. 앞으로도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오늘 출마선언문과 지난 몇 주간의 행보를 보니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개인의 이력과 캐릭터로 보면 최재형과 잘 맞을 것 같습니다. 최재형 같은 사람이 유력 정치인이 되고 대통령이 되면, 문제 해결 능력은 몰라도, 정치의 격, 보수의 격, 대한민국의 격이 올라갈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어디 캠프에 비집고 들어가고 싶은 생각이 없기 때문에 이런 얘기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대통령은 최재형에 감동하는 저 같은 사람들이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다수 국민들이 결정합니다. 다수 국민은 흰고양이든 검은 고양이든 쥐만 잘 잡으면 된다면서, 도구로서의 유용성을 따지는데, 인품과 덕망을 들이대며, 윤석열은 절대 안된다고 소리치면, 상처 받기 십상입니다. 윤석열 극혐하는 분들이 대체로 인품과 덕망과 지성마저 훌륭한 지인들이 많아서 하는 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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