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출마선언및 기자회견 논평

국민면접 1차 컷오프(기본 자질 시험) 통과

김대호 승인 2021.06.30 18:41 의견 0

<출마선언 전문> 논평

윤석열의 출마선언문 전문을 정독했습니다. 한마디로 이 정도면 괜찮습니다. 행여 출마선언문과 날카로운 기자회견에서 걸려 넘어지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입니다. 홍준표나 안철수야 출마선언이든 인터뷰든 말에서 걸려 넘어질 일이 없겠지만, 윤석열과 최재형은 그렇지 않을 수 있어서 걱정했습니다. 야권의 비정치인 스타플레이어들이 대중의 심리적 컷오프(기본 자질 부족)를 통과한 후 무대에 올라 멋진 경기를 보여 주어야 정권교체 전망이 밝아진다는 것은 불문가지 아니겠습니까?

윤석열은 대통령의 핵심 미션인 안보와 외교(미중 갈등에서 대한민국의 처신 등) 문제를 잘 짚었고(공부를 제대로 한 것 같습니다), 보수-중도-탈진보 지지층을 의식하고, 이를 한데 묶어 보려는 메시지도 무리없이 담았습니다. 널리 길게 회자될 '야마'(저녁이 있는 삶 같은 워딩)가 없는 것이 옥의 티라고 할 수는 있지만, 티가 좀 있어도 옥은 옥입니다. 그것도 주변이 자갈밭이나 진흙밭이기에 충분히 빛 납니다.

서두에 천안함 청년, k-9청년, 살아남은 영웅들을 언급하는 것을 보면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미션이 무엇인지를 또렷히 의식하는 듯 합니다. 군과 안보 보수층에 어필하는 말 일겁니다. 그리고 외교동맹 전략과 미중 갈등에서 대한민국의 처신을 분명히 밝힌 것 같습니다. 중국이 꽤 불편해 할 것 같습니다.

"국제 사회는 인권과 법치,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 사이에서만 핵심 첨단기술과 산업시설을 공유하는 체제로 급변하고 있습니다...... 국제 사회에서도 대한민국이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는 분명한 입장을 보여야 합니다.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인지 확고한 정체성을 보여주어 적과 친구, 경쟁자와 협력자 모두에게 예측가능성을 주어야 합니다."

'문명국가의 보편적 가치'라는 말도 정치인의 워딩에서는 좀체 듣기 힘든데, 좋습니다.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도 그렇습니다. 정규직-비정규직의 공정이나 입시나 취직 시험에서 공정을 얘기하는 사람은 많아도 현세대-미래세대, 공공-민간의 공정을 얘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는데,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이라도 얘기를 들으니 참 좋습니다. '기술 혁명'이라는 말이 3번 나왔는데, 잠행 기간 중 미래비전과 경제에 대해 공부를 한 흔적 중의 하나입니다. 사실 상식이지만, 문정권의 철학, 가치, 정책이 하도 기술혁명에 역행적이라서 새롭게 보입니다.

"새로운 기술 혁명 시대의 도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과학 기술과 경제 사회 제도의 혁신이 필수입니다" "국민들을 고통에 신음하게 만드는 정치 세력은 새로운 기술 혁명의 시대를 준비하고 대처할 능력도 의지도 없습니다"

문정권을 비판하는 말들이 꽤 강경합니다. 특히 '약탈'이라는 말은 제가 (경제적 지대=렌트를 언급하면서) 종종 쓰는 단어인데, 정치인이나 논객 중에는 '약탈'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을 거의 보지 못했는데, 윤석열 출마선언에서 발견하니 인상적입니다. 먹이사슬이라는 표현도 마찬가집니다. 약탈이 2번, 권력 사유화 3번, 이권 카르텔 3번, 먹이사슬 1번, 부패 3번, 독재 2번, 전제가 2번 사용됐는데, 하나 같이 아주 강경한 표현입니다.

공정과 상식은 중도적 가치를 , 자유와 법치와 안보는 보수적 가치를 집약한 말이고, "존엄한 삶에 필요한 경제적 기초와 교육의 기회가 없다면 자유는 공허"하며 "승자 독식은 절대로 자유민주주의가 아닙니다"는 말은 중도와 탈진보를 의식한 표현이 아닌가 합니다. 아무튼 공정이 9번, 상식이 7번, 법치가 8번, 자유는 22번(이 중 자유민주주의가 8번)이 사용되었습니다.

경제 정책에 대한 비판도 소득주도성장, 주택정책, 탈원전, 포퓰리즘, 집값 폭등이야 흔히 듣는 얘긴데, 정부 부채와 (청년의) 미래부채와 인구절벽을 연결시킨 언설은 좀체 듣기 힘든 얘긴데, 좋습니다.

" 정부 부채 급증으로 변변한 일자리도 찾지 못한 청년 세대들이 엄청난 미래 부채를 떠안았습니다.....청년들의 좌절은 대한민국을 인구절벽으로 몰아 가고 있습니다"

경제와 혁신을 자유, 공정, 상식, 법치를 연결한 것도 괜찮습니다.

"혁신은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 자율적인 분위기, 공정한 기회와 보상, 예측가능한 법치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광범위한 표현의 자유, 공정과 상식, 법치의 자양분을 먹고 창의와 혁신은 자랍니다."

출마선언문에서 제 눈에는 가장 멋진 표현은 이 대목입니다.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개악과 파괴를 개혁이라 말하고, 독재와 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과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욱 판치는 나라가 되어 국민들이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입니다. 그야말로'부패완판'대한민국이 될 것입니다."

어떤 나라를 만들 것인지 미래비전이 모호하다고 비판하던데 글쎄, 출마선언에서 이 이상으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짊어질 청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 국가를 위해 희생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 산업화에 일생을 바친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 민주화에 헌신하고도 묵묵히 살아가는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 세금을 내는 분들이 분노하지 않는 나라, 청년들이 마음껏 뛰는 역동적인 나라,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혁신의 나라, 약자가 기죽지 않는 따뜻한 나라, 국제 사회와 가치를 공유하고 책임을 다하는 나라를 반드시 만들겠습니다."

하지만 누가 봐도 공격이 집중될 전직 검찰총장의 대선 직행 문제에 대해서는 너무 드라이하게, 감동 없게 얘기한 듯 합니다. 이 보다 훨씬 감동있게 얘기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인사권을 가진 권력자가 아니라 국민의 뜻에 따라 오로지 국민만을 바라보고 일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26년의 공직 생활을 했습니다..... 국민들께서 그동안 제가 공정과 법치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겪은 일들을 다 보셨습니다"

2017년 5월 서울중앙지검장이 된 이후 박근혜 정권 주요 인사들에 대한 가혹한 수사와 기소에 대한 입장도 마찬가집니다. 이건 좀 옹색한 워딩입니다.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은 달라도, 한 가지 생각, 정권교체로 나라를 정상화시키고 국민이 진짜 주인인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같이 하는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쳐야 합니다"

아니 아직은 입장이 나오지 않았다고 봐야할 것 같습니다. 어쩌면 오늘이 1차 관문이라면, 여기에 대한 입장이 2차 관문인 지도 모르겠습니다. 좌우로 고개를 너무 빈번하게 돌리는 것은 긴장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이건 제 경험입니다) 아무튼 1차 국민면접에서 100점 만점에 70 점 정도로 통과한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출마 기자회견 논평>

출마선언문이 오랫동안 반복 훈련한 기본품새라면, 각본 없는 기자회견은 대련입니다. 진짜 실력은 기자회견에서 드러납니다. 기자회견 일문일답을 보니 의외로 괜찮습니다. 그런데 첫 질문인 '공정'에 대한 답변은 많이 미흡합니다. 윤석열의 한계라기 보다는 이 나라 지식사회가 제기해 온 공정담론의 한계로 보입니다. 1971년에 출간된 존롤스의 '정의론'의 문제의식도 소화를 못 시킨 것이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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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얘깁니다. 그런데 문재인이나 이재명 등 다른 선수들도 이 범주를 크게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공정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공정한 룰에 따라 경쟁하고...그에 따라 보상이 주어지는 것, (다른 하나는) 생애 전 주기에 기회의 공정이 있다" "청년세대는 취업, 입시에 있어 불공정을 많이 느껴서 공정을 최우선 가치로 생각하는 것 같다. 기회의 균등, 공정한 기회의 보장이 큰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한국에서 공정 문제가 크게 부각된 것은 권리와 의무, 이익과 위험(공헌), 혜택과 부담, 권한과 책임, 권리(자유)와 권리(자유), 죄와 벌 등 가치의 불균형, 불일치, 부조화가 좀체 해결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세대, 성, 부문, 산업, 직업, 소득계층, 지역, 학력/학위/학벌, 가족(배경), 재능, 기관(조직) 등 집단별로 보면 수많은 불공정 문제가 보입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대기업과 하청중소기업, 부자와 빈자, 능력있는 부모를 둔 자식과 그렇지 않은 부모를 둔 자식, 여성과 남성의 권리(자유)의 불공정은 넘치도록 많이 거론되었지만, 공공부문(성안)과 민간부문(성밖), 현세대(취업자)와 미래세대(취업자), 서울수도권(부동산 소유자)과 지방(부동산 소유자), 중앙정부와 지자체와 주민, 규제산업과 비규제산업, 면허직업과 비면허(무한경쟁)직업의 권리, 이익, 위험의 불공정 문제는 그 심각성에 비해 별로 거론되지 않았습니다. 단적으로 연금(국민연금, 공무원연금), 고용안정, 대출이자 등에서 불공정이 극심하다 보니 공공양반이니 직장계급이니 하는 시비가 나옵니다. 정부 조직으로 들어가면, 국회는 책임은 별로 없는데, 권한, 그것도 비토권은 큽니다. 대통령 문제도, 법원, 검찰 문제도, 정당 문제도 그 권한과 책임/실력의 불일치에서 옵니다.

문정권이 경제와 고용과 청년미래세대의 목을 조른 이유는 그 철학, 가치, 제도, 정책이 하나같이 능력있는 사람의 민간기업 취업이나 창업을 꺼리게 만들고, 능력있는 기업의 국내투자와 고용을 꺼리게 만드는 쪽으로 내달리기 때문입니다. 세금이나 예산 편성/감사의 불공정은 하늘을 찌를 것입니다.

수많은 가치의 불균형, 불일치, 부조화 뒤에는 제대로 작동하는 시장과 민주주의가 있고, 이 뒤에는 재벌대기업이 있는 것이 아니라 사익편향적인 정부와 정치와 정당이 있습니다.

대한민국을 말기암 환자로 비유하는 것은 제어, 조정되어야 할 가치가 각개약진/무한증식 하기 때문입니다. 한마디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정부와 정치 때문에 가치간 조화와 균형이 깨졌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 '지금' '여기'의 '공정' 문제에 대한 좀 더 깊은 고민과 토론이 필요한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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