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연설, 북한 중앙방송과 뭐가 다른가

사회디자인연구소 승인 2019.08.16 13:57 | 최종 수정 2019.08.16 16:00 의견 0

- 문재인은 한국의 고용, 최저임금, 근로시간 등 시장질서가 폭력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판단
- “재벌총수 일가는 분식회계, 비자금조성, 세금탈루, 사익편취 등 수많은 기업범죄의 몸통”
- 국가의 강자 제어, 약자 보호 수단은 자본, 재벌대기업 횡포에 대한 엄벌과 최저 기준 상향
 

 문재인 대통령의 ‘한국경제와 재벌개혁=경제민주화’에 대한 연설을 들춰봤다. 2017년 1월 10일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3차 포럼: 재벌적폐 청산> 좌담회 기조연설문에 그 생각이 집약되어 있었다. 읽으면서 한숨이 나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연합(민주당, 정의당, 노동조합, 진보 경제경영학자, 언론 및 여론 등)은 한국경제의 최대 문제를 재벌, 중소기업, 원하청관계, 고용, 최저임금, 근로시간, 경영 실적 등 수많은 경제현상과 시장질서가 온통 불법부당한 폭력(약탈과 억압)으로 점철되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이 현상과 질서가 처지와 조건, 이해와 요구, 능력과 운 등이 천차만별인 수많은 시장참여자 간의 경쟁과 협력, 선택과 밀땅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관념이 자취를 감췄다. 아마 정권 핵심들과 담론 생산자들 대부분이 본인이 리스크를 지고 장사든 기업이든 해 보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김상조 등 진보 경제경영학자들이 초안을 잡아줬을 문재인 연설문이 사용하는 언어들부터 여간 살벌하지 않다. 

 김상조 등 진보 경제경영학자들이 초안을 잡아줬을 문재인 연설문이 사용하는 언어들부터 여간 살벌하지 않다. 이건 미국주도 국제질서에 대한 북한 중앙방송의 발언을 듣는 기분이다.

“(재벌은) 반칙과 특권, 부정부패로 서민경제를 무너뜨리고, 함께 이룬 결과물을 독차지하거나 남의 것을 빼앗고…”
“재벌총수 일가는 분식회계, 비자금조성, 세금탈루, 사익편취 등 수많은 기업범죄의 몸통”

정의당 강령도 재벌과 국제금융자본 등을 악마시한다.

“재벌과 국제 금융자본은… 우리 사회를 승자 독식 사회로 폭력적으로 재편해 왔고… 무자비한 경쟁과 적자생존의 사회… 강자에 의한 배제와 폭력이 일상화…”

이러니 식민지를 극복해놓고도, 실패한 나라처럼 행동하는 것 아니겠는가?
경제현실을 불법부당한 약탈과 억압의 산물로 보고 재벌과 국제금융자본 등을 악마시하면, 국가권력의 정의롭고 단호한 폭력과 개입이 필연이다. 국가권력의 약자에 대한 자비로운 보호와 배려도 필연이다. 이런 생각이 ‘문재인정부 국정운영 100 과제’의 “내 삶을 책임지는 국가”에 집약적으로 서술되어 있다.

“시장만능주의의 확산은 불평등과 격차 확대, 공공성 약화 현상을 초래. 따라서 국가가… 적극적 행위자로서의 역할 필요… 복지·보육·교육·안전·환경 등에서 국가의 책임성을 강화하고… 노동이 존중되고 성평등이 실현… 무한경쟁과 각자도생의 논리에서 벗어나…”

 만약 약자를 여성, 노동(근로자), 중소기업, 자영업자, 농어민, 소비자 등으로 규정하면 이는 대부분의 국민과 기업을 포괄하기에 국가개입 영역은 무한대로 확대된다.
 시장 경쟁의 무풍지대에 있으면서, 국민의 세금으로 사는 공무원과 독점업역을 가진 공공기관 근로자(노조원) 등 온갖 사람들이 국가의 보호와 배려를 많이 받는 신분(근로자)을 획득하려고 한다. 그에 따라 힘센 근로자가 힘약한 근로자, 자영업자, 청년세대를 약탈하는 현상이 생긴다.
국가가 가진 강자 제어, 약자 보호의 핵심 수단은 자본, 재벌대기업의 횡포에 대한 엄벌=형사처벌(신체형, 자격제한 등)과 최저기준(국가규제) 상향이다. 최저임금과 4대보험, 퇴직금, 연월차 유급휴가, 근로시간 상한, 해고 제한, 고용 의무(할당) 등이 대표적이다.
경제현상이나 시장질서를 심히 불법부당하다고 생각하면, 국가권력으로 시장 질서와 경제주체를 마구 재단하게 되어 있다. 국가는 최저기준를 올려잡아 생색을 한껏 내지만, 실제 부담은 민간 경제주체, 그것도 한계 기업과 근로자가 지는 제도와 정책이 속출하게 되어있다. 최저임금 정책이 대표적이다.
 

 최저임금을 대폭 상향한 심리의 배경은, 최저임금 수준을 지불능력은 넉넉하지만 임금을 짜게 주는 악덕(?) 기업에서의 노사 임금협상처럼 생각한 데 있지 않을까?
 아마 이들은 세입자 문제를 이해할 때 ‘서촌 궁중족발’ 사건을 떠올릴 것이다. 최저임금은 아마 돈을 엄청 잘 벌면서 최저임금만 주는 악덕 기업주를 떠올릴 것이다. 해난안전은 세월호 참사를 떠올릴 것이다. 원자력 안전은 글쎄 영화 판도라? 대한민국 현대사는 ‘백년전쟁’과 영화 ‘암살’ 정도가 이들의 근거 텍스트일 것 같다.
 살면서 보니 실물을 만져 보지 않으면 이게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현상인지, 지극히 특수하고 예외적인 현상인지를 잘 구분하지 못하더라.

 경제현상이나 시장질서를 수많은 요인과 경제주체들의 합리적 행동의 소산으로 여기면 법전, 자, 몽둥이, 수갑을 들고 시장을 휘젓지 않는다. 국가가 책임과 부담을 떠 안는 복지, 교육, 보육, 의료, 주택, 세금(근로장려세제) 정책 등을 주요한 수단으로 삼아 경제적 모순부조리를 해소하거나 완화하려 한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되는 북한의 엽기적인 언행은 북한이 인식하는 국제질서 내지 국제정치의 산물이다. 승냥이, 날강도 같은 미일본 제국주의와 그에 빌붙은 남한 괴뢰 정권이 북한을 호시탐탐 노린다고 생각하면, 국가를 병영체제로 만들고 인권을 말살하며 핵무기에 사활을 거는 행태를 보이게 되어 있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미국과 국제정치질서에 대한 인식과, 문정부와 한국 진보세력의 재벌과 시장질서에 대한 인식은 공히 지독한 무지, 착각, 사기, 과장과 공포(트라우마)의 산물인 것 같다.

 아마 북이나 남이나 이런 무지와 공포를 먹고 살아야 하는 정권이 있기에 더 질긴 게 아닌지? 그러니 우리는 북한을 이해하지 못하고 일본, 유럽, 미국 등 경제현실에 대한 무지, 착각, 사기, 과장, 공포 등이 덜한 나라는 문재인 정권과 대한민국의 주류적(진보적) 정서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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